【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에 1조원을 투자하며 디지털자산 시장 주도권 확보에 가속화에 나섰다. 외환 전문 은행이 본신인 만큼 특성을 살려 디지털 결제 인프라와 외환 거래의 결합을 강화하는 등 차별화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228만4000주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거래로 하나은행은 지분 6.55%를 보유한 두나무 4대 주주에 오른다. 국내 금융지주가 가상자산거래소 지분을 직접 확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 시중은행의 가상자산 기업 투자 사례 중 최대 규모다.
이번 투자에는 하나금융의 외환 역량이 중점이 됐다. 하나은행의 본신인 외환은행을 바탕으로 쌓아온 해외 송금 인프라와 글로벌 외환 네트워크를 디지털 결제 시대의 핵심 자산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시장의 설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디지털 자산이 빠르게 시장 내 비중을 키우는 가운데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현재 스테이블코인과 AI 등 미래 혁신 모델 분야와 관련된 글로벌 사업자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의 단계로, 외환과 관련된 네트워크도 꾸준히 다국화하면서 디지털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두나무는 기술검증 단계에서부터 꾸준히 협력을 진행해왔다. 양사는 지난해 말 블록체인 기반 금융서비스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기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체계 기반의 외화 송금을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 ‘기와체인’으로 대체하는 기술검증(PoC)을 완료했다. 4월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까지 합류하는 3자 협력 체계를 구축해 실제 기업 자금 이동 환경에서의 실증 기반도 마련했다. 양사는 올해 3분기까지 예금토큰을 활용한 차세대 해외송금 인프라 구축으로 협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도 하나금융의 행보는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빠르다. 하나금융은 BNK금융지주, iM금융지주, SC제일은행, OK저축은행과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을 이미 출범시켰다. 통신·보험·커머스·여행·무역 등 비금융권 기업들과도 잇따라 MOU를 체결해 제도화 이전에 사용처까지 선점해두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하나금융이 한발 앞서 기선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두나무 지분 투자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행보다.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거쳐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로 편입되면, 하나금융을 중심으로 1위 가상자산거래소와 1위 핀테크가 지분으로 묶이는 초대형 디지털금융 동맹이 완성된다. 3000만명 이상의 네이버페이 이용자 기반과 업비트의 압도적인 가상자산 유통망에 하나금융의 외환·자산관리 역량까지 더해지며 최대 규모의 플랫폼 금융 생태계가 구축될 전망이다.
다른 금융지주들도 후속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지분 92%를 인수하기로 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다.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업계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면서, 금융지주 간 디지털 자산 주도권 경쟁도 한층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1조원의 투자금은 하나금융의 연간 이익배당금(2025년 기준 1조1178억원)의 약 90%에 달하는 규모로, 주주환원 여력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나 하나금융 자체 체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KB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투자자산에 대한 위험계수가 반영돼 자본비율은 10bp 정도 떨어질 우려가 있으나 1분기 고환율로 조정받은 수치가 20bp 정도”라며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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