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Marie Claire Film Festival | 2026 마리끌레르 영화제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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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Marie Claire Film Festival | 2026 마리끌레르 영화제의 장면들

마리끌레르 2026-05-25 09:00:00 신고

3줄요약

시네마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믿는 세계를 다시 보게 만든다.
워낙 익숙해서 지나친 얼굴, 아주 가까워 알아채지 못한 슬픔,
때로는 너무 멀어 상상조차 하지 못한 삶을 우리 앞에 데려다 놓는다.
마리끌레르가 오랜 시간 영화예술에 헌사를 보내온 까닭이자,
마리끌레르 영화제가 계속 이어져온 동력도 여기에 있다.
그 열세 번째 기록, 2026 마리끌레르 영화제의 장면들.

누군가는 영화를 보고 처음으로 먼 도시를 꿈꾼다. 어떤 이는 영화를 통해 자신의 슬픔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에서 사랑하는 방식, 헤어지는 방식, 살아남는 방식을 배우는 이도 있다. 영화는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질문을 오래 남긴다. 좋은 질문은 때로 한 사람을 아주 멀리 데려간다. 제13회 마리끌레르 영화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다시 극장으로 관객을 초대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올해는 특히 다양한 국적과 시대를 아우르는 열네 편의 작품 을 선보이며, 관객에게 저마다 다른 질문과 사유를 건네고자 했다. 개막작은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이방인>으로, 제 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오르며 영화가 품은 동시대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국내 정식 개봉에 앞서 먼저 만날 수 있었던 이 자리에는 배우 전소니가 참석해 영화제의 시작을 빛냈다.

배두나(2023), 김고은(2024), 탕웨이(2025)에 이어 올해 마리끌레르 영화제 앰배서더로는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안도 사쿠라가 함께했다. 안도 사쿠라는 <백엔의 사랑> <어느 가족> <괴물> 등을 통해 독보적 에너지와 깊은 몰입으로 감독과 관객 모두에게 신뢰받는 배우다. 그가 서울을 찾는다는 소식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기대가 모였던 ‘앰배서더 특별전’에서는 안도 사쿠라가 직접 선정한 영화 <0.5mm>를 상영했다. 그의 영화 세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한 순간을 담은 작품이자, 국내에서 정식 개봉되지 않은 작품을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각별하고도 드문 자리였기에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었다.

올해 마리끌레르 영화제의 가장 큰 변화이자 도약은 ‘마리끌레르 우먼 필름 프로젝트’였다. 여성 창작자를 향한 응원과 헌사를 담아 시작한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한 첫 번째 영화가 영화제 첫날 공개됐다. 상영에 앞서 <마리끌레르> 박연경 편집장은 프로젝트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마리끌레르 코리아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8년간 이어온 ‘젠더프리 필름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더 많은 여성 영화인에게 창작의 기회를 열고자 했습니다. 매년 목소리를 내는 데서 나아가, 이제는 우리가 직접 판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올해 처음 여성영화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마리끌레르가 제작사 형태로 참여한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이 움직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진정성 있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을 넘어, 여성 창작자가 주체가 되어 직접 영화를 만드는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인공은 배우 한예리다. 그는 감독이 돼 ‘인생에서 길을 찾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깊이 빠져 있던 시기의 생각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첫 영화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를 완성했다. 영화는 본능적으로 꿈을 향한 마음의 온기를 찾아 가는 ‘예리’(서현진)의 꿈속에 ‘한’(한예리)이라는 여자가 자꾸 나타나며 생기는 마음의 진폭을 그린다. 한때 자신이 품었으나 잃어버린 마음을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다. 오프닝 이벤트에서는 영화 상영 후 한예리 감독과 유시형 감독,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한 <마리끌레르> 피처 시니어 에디터 강예솔이 자리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예리 감독은 영화의 출발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마음 안의 작은 불꽃에 대한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어 떤 순간에는 ‘지금 이 마음을 무시하면, 다시 이런 욕구가 생기기까지 아주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잖아요. 그 마음을 외면한 채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살다 보면 결국 크게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 생각이 점점 커지면서, 결국 인생은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느냐에 달렸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어 그는 “누구에게나 그런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나온 마음일 수도 있고, 앞으로 향해야 할 마음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받은 마음이거나 누군가에게 건넨 마음일 수도 있죠. 결국 이 영화는 그 모든 마음속에서 자신이 순수하게 찾고 싶어하는 마음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올해 마리끌레르 영화제에는 어느 해보다 한국 영화계의 현재이자 미래를 보여주는,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고유한 빛을 내는 젊은 배우들이 ‘배우 특별전’에 대거 함께했다. 전여빈 배우가 선정한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해탄적일천>을 시작으로, 정호연 배우는 션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선택했다. 홍경 배우는 유재선 감독의 영화 <잠>을 상영하며, 유재선 감독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GV)를 진행했으며 이어 최현욱 배우가 선택한 베넷 밀러 감독의 <머니볼>, 이종원 배우가 택한 이상일 감독의 <국보>까지 이어졌다.

‘감독 특별전’ 부문에서는 동시대 관객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4명의 감독, 변성현·김초희·윤단비·김세인 감독이 직접 고른 작품을 상영했다. 변성현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킹메이커>를 비롯해 한국 독립영화계를 이끌어온 김초희·윤단비·김세인 감독이 함께 선정한 켈리 라이카트의 <믹의 지름길>을 관객들과 나누었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국내 미개봉작을 소개하는 ‘마리끌레르 초이스’는 올해 더욱 귀한 작품들로 채워졌다. 제78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인 레베카 즐로토브스키 감독의 <파리의 사생활>, 경쟁 부문 초청작인 카를라 시몬 감독의 <로메리아>, 지난해 칸영화제의 포문을 연 아멜리에 보닌 감독의 <리브 원 데이>, 제78회 칸영화제 감독 주간 개막작인 로뱅 캉피요 감독의 <엔조>까지,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영화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3일간의 영화제가 짧게 느껴졌다. 어둠 속에 앉아 스크린을 마주하는 시간이 어느 때보다 귀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하나의 세계가 끝까지 흘러가도록 자신을 맡기는 일, 아무것도 끊지 않고, 아무것도 건너뛰지 않은 채 한 사람의 얼굴과 한 장면의 침묵을 끝까지 견디는 일. 우리는 너무 쉽게 타인을 오해하고, 속단하며, 자주 자기 삶 안에 갇힌다. 영화는 그 닫힌 방에 작은 창을 낸다. 저 사람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고, 저 침묵에도 사연이 있을지 모른다고,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도 삶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때로는 불편하고, 잔인하고, 오래 아픈 방식으로. 그 불편함까지 끌어안으며 우리는 영화를 통해 세계를 다시 본다. 더 넓고, 더 깊게. 마리끌레르 영화제가 계속 이어지는 까닭이자, 마리끌레르가 오랜 시간 시네마에 헌사를 보내온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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