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에 이르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합의안의 핵심인 ‘특별경영성과급’ 제도가 알려지면서 삼성 주요 계열사와 산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번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삼성전자의 실적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초대형 성과급 체계가 계열사 간 보상 격차와 노동시장 양극화 논란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지난 22일부터 ‘2026년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33분 기준 투표율은 85.19%로 집계됐다. 총선거인 수 5만7291명 가운데 4만8805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는 오는 27일 오전 10시 마감되며, 참여 조합원 과반이 찬성하면 합의안은 최종 가결된다.
이번 잠정 합의안의 핵심은 반도체(DS) 부문에 적용되는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별개로 사업 성과의 10.5%를 DS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이를 자사주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존 OPI는 DS와 완제품(DX) 부문 모두 연봉의 최대 50% 한도 내에서 유지되지만, 특별경영성과급은 별도 상한이 없는 구조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경우 일부 직원의 보상 규모가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영업이익을 달성할 경우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기존 OPI와 특별경영성과급을 합쳐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봉 1억원 수준 직원이 최대 6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까지 거론된다.
삼성전자 실적 전망도 성과급 논란에 힘을 싣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65조4838억원, 영업이익 85조2541억원으로 집계됐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성능 서버용 HBM과 고용량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부문이 실적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급 후폭풍은 주요 계열사로 확산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에서는 삼성전자 대비 보상 격차에 대한 박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이번 합의를 통해 OPI 산정 기준을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 방식에서 영업이익의 10%로 바꾸기로 했지만, 주요 계열사들은 여전히 EVA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경우 2023년 6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OPI 지급률이 연봉의 1%에 그쳐 내부 반발이 컸다. 올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영향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성과급 확대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SDI도 전기차 수요 정체로 지난해 OPI가 ‘제로’를 기록한 가운데, 삼성전자 내 일부 적자 사업부까지 DS 공통 재원을 통해 억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내부 동요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과급 논란은 삼성그룹 내부를 넘어 산업계 전반의 임금 양극화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처럼 초대형 성과급 체계를 도입할 수 있는 기업은 반도체 등 일부 호황 업종에 제한된다. 상당수 기업은 경기 불확실성과 투자 부담 속에서 영업이익을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재원으로 써야 하는 상황이다. 중소·중견기업은 노조 조직률도 낮아 성과급 확대 요구를 체계적으로 제기하기 어렵다.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삼성전자 사례를 계기로 대기업 중심의 추가 성과급 요구가 확산할 경우 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며 “원청 노조 역시 협력업체와 노동시장 약자에 대한 연대 의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삼성전자 한 회사의 임단협 결과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만든 초과이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계열사와 사업부 간 보상 형평성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삼성그룹 전체의 조직 관리 과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사 합의로 삼성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성과주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인사·보상 제도가 시차를 두고 계열사로 확산해 온 만큼 다른 계열사 노조의 성과급 요구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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