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10년 후원' 런던올림픽 체조金, 홍보대사 위촉
"상처 많던 어린 시절, 주변서 큰 도움…나도 힘든 친구들 돕겠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광주체육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소년은 집에 들를 때마다 어머니에게서 편지 뭉치를 건네받았다. 소년의 꿈을 응원하는 이들이 보내온 손편지였다. 소년은 "올림픽 무대에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는 답장을 보내곤 했다.
몇 년 뒤인 2012년 런던에서 우리나라 체조 첫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한 양학선(34)의 이야기다.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세계를 제패한 스무살 청년의 이야기는 당시 큰 울림을 줬다. 값진 도약 뒤에는 양학선이 열 살 때부터 10년간 후원을 이어온 월드비전과 국내 독지가들이 있었다.
이제 양학선은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아이들에게 돌려주려 한다. 최근 월드비전 홍보대사로 위촉되면서다.
"월드비전이 없었다면 체조의 꿈을 꾸지 못했을 것 같아요. 집안 사정이 어떤지 어린 저도 알고 있었기에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를 계속하기 어려웠어요. 그때 도와준 분들이 있어서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2일 여의도 월드비전 사옥에서 만난 양학선은 "처음에는 홍보대사 제안을 받고 많이 망설였다"며 "올림픽이 끝난 지 14년이 지났고 이제 잊힌 선수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홍보대사로서 어떤 장점이 있을까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계속 고민하다 보니 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어릴 때부터 도움을 받으며 성장한 소년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학선은 예전부터 꾸준히 후원을 이어왔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한때 10곳이 넘는 단체에 정기 후원을 했다. 2018년에는 월드비전 '꿈 멘토'로 활동하며 취약계층 청소년을 응원했다. 다만 그동안은 현역 선수로서 훈련과 재활에 매달리느라, 마음만큼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지난해 9월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양학선은 요즘 처가 사업을 도우며 3살 아들 육아에 집중하고 있다. 오는 9월 둘째 아이도 태어난다.
그는 "아이를 키워보니 경제적인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절실히 느끼게 된다"며 "커피 한 잔 덜 마시고 취미를 조금 줄이더라도 금전적 후원 역시 꾸준히 늘려갈 것"이라고 전했다.
홍보대사 양학선의 첫 일정은 체육 특기생 10여명과의 만남이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정환경, 부상 등으로 꿈을 접을지 고민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 특히 큰 책임감을 느낀다.
"저도 어릴 적 상처가 많았어요.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남들이 모르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다 겪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체조를 그만두고 싶었고 중학생 때도 많이 방황했어요. 그때마다 주변에서 많은 분이 절 잡아줬어요. 그래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또 "어린 친구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한 분야에 매진하고 있으면 어떤 연예인이 유명한지, 무엇이 유행인지 몰라도 된다. 어떤 분야든 간에 최고가 되려면 자기 것만 뚫어져라 봐도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양학선은 "창피함 없는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싶다"며 보여주기식 활동보다는 꾸준한 활동에 무게를 두겠다고 했다.
"얼굴을 알리고 싶었다면 본격적으로 방송 활동을 했을 것 같아요. 소심한 성격을 조금 내려놓고, 기왕 좋은 일을 시작한 만큼 부끄럽지 않게 해내고 싶습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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