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③ 학교 운동회도 시끄럽다더니…선거 확성기·스팸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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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 ③ 학교 운동회도 시끄럽다더니…선거 확성기·스팸 전화

연합뉴스 2026-05-25 06:15: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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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dB 유세차·하루 수차례 여론조사 전화…전투기 이착륙 수준 허용

선거철 유세차량 소음 공해 (PG) 선거철 유세차량 소음 공해 (PG)

[제작 정연주]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6·3 지방선거의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한 표 부탁한다'는 각종 소음과 각종 연락으로 시민 불편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한 유세 현장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기자가 측정해 본 현장의 소음은 약 1OOdB(데시벨). 아직 본격적인 유세 시작 전이었음에도 소음 수준은 일반적인 자동차의 경적 정도 수치였다.

누군가에겐 연대와 화합의 장소일 유세 현장은 또 다른 누군가에겐 소음일 뿐이었다.

이곳을 지나가던 한 젊은 여성은 "아 또 하네"라며 눈을 흘기고 지나가고, 한 남성 외국인은 귀 한쪽을 막더니 한숨을 쉬기도 했다.

전날에도 이곳을 걸으며 유세 현장을 지났다는 남성 김모(25)씨는 "통행도 불편한데 소음까지 생기니 눈살이 찌푸려졌다"면서 "춤추고 소리 지르는 게 선거랑 무슨 관련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공직선거법상 지방선거 선거 유세 차량의 소음 규정에 따르면, 선거 유세 차량에 부착된 확성장치는 127dB을 넘을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127dB은 일반적인 전투기 이착륙 소음인 120dB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유세 가능 시간도 오전 7시에서 오후 9시까지로 제한돼 있지만 로고송 등 녹음·녹화물의 사용은 밤늦은 시간인 오후 11시까지 가능하다.

소음 민원으로 아이들 운동회도 못 하게 하는 나라가 선거에는 관대하다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실제 학교 앞 유세에 아이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서울 마포구의 한 맘카페에는 "하교하는 아이들을 붙잡고 엄마한테 누구누구 찍으라고 하라는 유세를 하더라"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는 "아이들 많은 곳은 피해달라"거나 "애들 운동회 하루 하는 것보다 선거유세가 더 시끄러운데 민원 대상이 아니라더라"라는 씁쓸한 댓글이 달렸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빅데이터 민원 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선거운동 관련 민원은 5월에만 581건, 유세 차량 민원은 199건에 달했다. 확성기 관련 민원도 417건이었다.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철이면 시도 선관위로 민원 전화가 많이 온다"면서도 "13일의 짧은 선거기간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민원이 많이 들어오면 다른 곳으로 이동 권고 정도만 가능하지, 강제로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거리 유세 방식은 해외에선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다.

영국은 환경법인 공해규제법과 소음 및 법정 공해법에서 선거 목적의 확성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도 많은 주가 소음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고, 넓은 국토 특성상 유세차가 비효율적이어서 한국식 선거 운동은 보이지 않는다.

유세차량 확성기 소음 공해 유세차량 확성기 소음 공해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중적 소음이 아닌 개인적 소음도 문제다.

대학생 임채민(25)씨는 최근 070으로 시작하는 전화는 전부 거절하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몇번씩 오는 여론조사나 선거유세 전화에 학을 뗀 까닭이다.

그는 "하루에 적어도 서너 번은 오는 것 같다"면서 "내 번호는 대체 어떻게 알아내서 전화하고 문자 보내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스팸 전화번호를 공유하는 웹사이트 '더콜' 홈페이지는 여론조사 및 선거 홍보 전화번호로 가득했다.

더콜의 한 여론조사 업체 전화번호 페이지에는 "빚 독촉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라거나 "1시간에 5번 전화는 양심 있냐?"는 등 성토의 댓글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한국 특유의 선거 운동 제도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공직선거법상 짧은 기간에 정해진 방식으로만 선거운동을 허가하는데, 단기간에 인상에 남으려면 유세차나 전화 등의 임팩트 있는 방식을 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간을 제한하는 등 까다로운 형태 보다는 선거 비용 차원으로 규제하는 등 여야가 시대의 변화에 맞춰 선거 운동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웹사이트 '더콜'의 24일 홈페이지 모습 웹사이트 '더콜'의 24일 홈페이지 모습

[더콜 인터넷 사이트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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