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eople] 로봇스님 '가비' 기획한 성원스님 "불교는 늘 최첨단 기술 선도"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K-People] 로봇스님 '가비' 기획한 성원스님 "불교는 늘 최첨단 기술 선도"

연합뉴스 2026-05-24 19:55:29 신고

3줄요약

"로봇은 터미네이터가 아닌 자유로운 신으로 다가올 것"

"창의성 연마하며 로봇과 공존하는 것이 인간의 과제"

가비를 기획한 조계사 문화부장 성원스님 가비를 기획한 조계사 문화부장 성원스님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지난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가비를 기획한 조계사 문화부장 성원스님. 2026. 5. 23. seva@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우리는 행사 진행에 몰두했는데, 의외로 사람들한테 되게 충격적인 반응이 왔습니다."

지난 16일 부처님 오신 날 연등회에서 승복을 입고 합장하며 행렬에 참여한 휴머노이드 로봇 '가비'(迦悲)가 국내외 언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가비를 기획한 조계사 문화부장 성원스님은 지난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외적인 홍보를 목적으로 준비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로봇 스님 프로젝트는 약 3년 전부터 구체화했다. 성원스님은 "해외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고, 불교 행사에 도입하면 재밌고 의미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촌스럽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올해 본격 추진을 결행했다. "젊은이들은 불교에 관심이 많고, 어린이들은 로봇에 흥미를 갖고 있어요. 이 두 영역의 친화적 접점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2026 연등행렬서 흥인지문 앞 등장한 로봇스님 2026 연등행렬서 흥인지문 앞 등장한 로봇스님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에서 조계사까지 진행된 2026 연등행렬에 로봇스님인 가비, 석자, 모희, 니사 스님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2026.5.16. hwayoung7@yna.co.kr

가비가 단순한 행사용 로봇이 아니라 '스님'의 형식을 갖추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승복을 입히려면 수계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로봇 수계식'이 기획됐고, 여기서 핵심 과제는 인간의 5계(五戒)를 로봇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일이었다.

율학(律學)을 전공한 성원스님은 밤새워 연구 끝에 로봇 5계를 완성했고, 검토 과정에서는 챗GPT와 제미나이의 도움도 받았다.

"AI가 의외로 분석력이 좋더라고요. 제가 만든 초안과 대동소이하고 아주 좋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가장 화제가 된 조항은 '과충전하지 말라'였다. 인간의 음주 계율을 로봇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어 에너지 과부하 금지로 재해석한 것인데, 이것이 불교의 욕심 자제 교리와 맞닿아 대중적 공감을 얻었다.

"댓글을 보니 '욕심내는 스님들도 많은데 로봇은 이렇게 하네'라는 재치 있는 반응이 많았어요."

성원스님은 "이 계율은 로봇 개체가 지키는 것이라기보다 로봇을 만들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람들이 이런 모듈을 로봇에게 잘 인식시켜줘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합장하는 로봇 스님 가비 합장하는 로봇 스님 가비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로봇 수계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G1 '가비'가 스님들과 함께 합장하고 있다. 2026.5.6. ksm7976@yna.co.kr

실제 행사 준비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합장 하나도 소프트웨어를 조정하지 않고는 불가능했고, 울퉁불퉁한 지면에서의 보행도 큰 과제였다.

"제일 어려운 게 뭔지 아세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것입니다. 2분 이상은 지금도 거의 불가능해요."

수계식 도중 수계첩을 받기 전 갑자기 움직인 장면이 유튜브에 공유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성원스님은 "로봇이 행자 생활을 너무 열심히 했다"며 웃었다.

일각의 이질감에 대해 성원스님은 역사적 근거를 들어 반박했다.

"석가탑에서 나온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이고, 직지심체요절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물입니다. 고려시대 연등회도 기름과 초라는 당시로서는 첨단 조명 기술을 활용한 국가적 행사였어요."

불교가 당대 최고의 기술을 선도적으로 수용해온 전통의 연장선에서 로봇 스님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님들의 거부 반응도 거의 없었다. "호기심 어린 질문 정도였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어요."

물리적 로봇 가비에게 불성(佛性)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피지컬 로봇에게 불성을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불교 경전 전체를 빅데이터로 학습한 AI 쪽이 그 논의에 더 적합하겠죠."

그는 인간의 감정과 맥락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AI의 한계로 꼽았다.

"1+1은 2라는 건 수학적 정답이지만 우리 삶의 정답은 아닐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에게 '사람은 다 죽는다'고 하면 정답이지만 굉장히 충격적인 문장이 되는 것처럼요. 감성 데이터 하나는 이성적 데이터의 수천, 심지어 만 배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수계증 받는 로봇 스님 가비 수계증 받는 로봇 스님 가비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로봇 수계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가비'(오른쪽)가 수계증을 받고 있다. 2026.5.6. ksm7976@yna.co.kr

AI와 로봇의 미래에 대해 성원스님은 낙관적 시각을 유지했다. "로봇은 '자유로운 신'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고, 터미네이터 같은 파괴자로는 절대 다가오지 않습니다. 지능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존재는 자애로운 마음으로 인간을 돌봐줄 것입니다."

로봇으로 인한 실직 우려에 대해서도 "로봇이나 기계를 컨트롤하는 고임금 자리로 옮겨지는 것"이라며 과도한 걱정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원스님은 AI 시대 인간이 지켜야 할 핵심 태도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것을 역설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처럼, 맞다 아니다로 가름질하다 보면 우리 삶의 풍요로움이 다 사라집니다. 정답을 쫓는 것보다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창의성을 연마하며 로봇과 공존하는 것이 이 시대 인간의 과제입니다."

그는 로봇 기술이 수행과 교육 현장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내다봤다. 가비의 앞날에 대해서는 "앱과 연동해 목탁을 치거나 참선 수행을 돕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유치원을 비롯한 교육 현장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성원스님은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덧붙였다. "부처님 오신 날만큼은 로봇 스님 가비와 함께, 새로운 문화가 오더라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고 평안하게, 세상을 화합으로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phyeonsoo@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