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눈으로 RGB를, 귀로 MP3를 누리는 동안 미지의 성역으로 남았던 후각의 빗장이 마침내 열렸습니다.” 구글 출신 엔지니어가 설립한 미국 향수 기술 스타트업 파티나(Patina)가 세계 최초의 향기 기반 AI 모델 ‘Sense1’을 발표하며 3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향료 산업에 지각변동을 예고했습니다.
AI포스트 핵심 요약
- ✅ [400개 수용체의 비밀번호를 풀다... 언어 초월한 ‘후각 디지털 지도’] 시각(수용체 3개)에 비해 후각은 400여 개의 수용체와 1조 개가 넘는 자극 분자가 복잡하게 결합해야 해 디지털화가 불가능했음. 파티나는 인간 수용체를 자극하는 생물학적 활성화 패턴에 주목, 문화와 언어를 초월한 고해상도 디지털 인코딩 시스템을 구축함.
- ✅ [최첨단 단백질 AI ‘Boltz-2’ 압도... 54% 적합도 예측 성능] 파티나의 AI 모델 'Sense1'은 분자 구조 입력 시 인간 후각 수용체와의 상호작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정확히 도출함.
- ✅ [‘장미 오일’의 친환경 복제와 특허 혁명... 향기의 팬톤 목표] 300가지 성분이 얽힌 장미 오일의 수용체 자극 패턴을 역산해 탄소·물 소비가 거의 없는 대체 분자 조합을 찾아냄으로써 기후 위기 속 천연 향료 고갈 문제를 해결함.
인류가 시각을 RGB(레드·그린·블루)로 데이터화해 디지털 화면을 만들고, 청각을 MP3로 압축해 전 세계로 전송하는 동안, 후각은 언제나 디지털이 침범하지 못한 ‘미지의 성역’이었다. 냄새를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인간이 직접 코로 맡아보는 주관적 방식뿐이었기에, 향수 산업은 수 세기 동안 철저히 조향사의 직관과 경험에만 의존해 왔다.
하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이 마침내 후각의 빗장을 완전히 열어제끼며 미지의 영역을 정복하기 시작했다. 역사상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향기'를 컴퓨터로 설계하고, 고갈되어 가는 희귀 천연 향료를 세포 수준에서 똑같이 복제하는 ‘기계 후각(Machine Olfaction)’ 시대가 열린 것이다.
첨단 분자 설계와 머신러닝을 융합한 미국 뉴욕의 향수 기술 스타트업 파티나(Patina)는 베타웍스와 트루 벤처스 등 실리콘밸리 주요 투자자들로부터 200만 달러(약 27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함과 동시에, 생물학적 수준에서 냄새와 맛을 해독하고 예측하는 세계 최초의 ‘향기 기반 모델(Scent Foundation Model)’ ‘Sense1’을 전격 발표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소수 글로벌 연구소의 직관에 의존해 혁신이 정체됐던 30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향료·향수 산업의 판도를 통째로 뒤흔들 게임 체인저의 등장이다.
눈의 색상 수용체는 3개, 코는 400개
기계 후각 연구가 컴퓨터 비전이나 청각에 비해 유독 뒤처졌던 이유는 후각이 가진 압도적인 생물학적 복잡성 때문이다. 인간의 눈에는 빛을 감지하는 색상 수용체가 단 3개만 존재한다. 이 단순함 덕분에 빛의 삼원색을 조합한 ‘RGB 시스템’이 탄생했고, 전 세계의 모든 디스플레이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었다. 인간이 구별할 수 있는 1천만 가지의 색은 단 3개의 광 채널로 모두 표현된다.
반면, 인간의 코 안에는 무려 약 400가지 종류의 후각 수용체(Odorant Receptor)가 빽빽하게 박혀 있다. 식별 가능한 냄새 자극의 수만 해도 1조 개가 넘는다. 전자적으로 쏘아 보낼 수 있는 ‘장미 향의 주파수’나 'MP3' 같은 압축 파일이 존재할 수 없었던 이유다. 냄새를 인지하려면 반드시 실제 화학 분자가 코 속의 실제 수용체 단백질과 물리적으로 결합해야만 한다.
기존 연구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꽃향기", "나무향기", "풀향기" 같은 추상적인 언어적 표현을 사용해 AI에게 학습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는 문화권마다 표현이 다르고 일관성이 없어 보편적인 인코딩 수단이 될 수 없었다.
파티나의 공동 창업자인 구글 출신 엔지니어 로라 시슨(Laura Sisson)과 향료 과학자이자 예술가인 션 라스펫(Sean Raspet)은 언어 대신 인류 보편의 생물학적 데이터인 ‘수용체 활성화 패턴’에 주목했다. 개별 화학 분자가 400개의 수용체 중 어떤 조합을 활성화하는지 그 지도를 그릴 수 있다면, 문화와 언어를 초월한 고해상도의 후각 디지털 지도를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이다.
세계 최첨단 단백질 AI도 꺾었다
이번에 공개된 파티나의 핵심 제품인 ‘Sense1’은 분자 구조를 입력하면 400여 개의 인간 후각 수용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결합하는지를 완벽하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해 낸다.
화학 분자를 Sense1에 입력하면, 400개의 수용체 지도 위에 결합 상태와 활성화 정도가 고유의 디지털 패턴으로 도출된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미토스가 코드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듯, Sense1은 향기의 분자 구조를 분석해 인간이 느끼는 후각 신호를 정확하게 계산해 내는 것이다.
성능 벤치마크 결과는 놀라울 정도다. Sense1은 현존하는 글로벌 최첨단 딥러닝 구조생물학 모델인 'Boltz-2'보다 무려 65% 더 뛰어난 예측 정확도(AUROC)를 기록했으며, 완전히 최적화된 기존의 계산 시스템보다도 39%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실제 실험 적중률 시뮬레이션에서 기존 전산 방식들은 무작위 추측(적중률 3.3%)과 다름없는 처참한 성적을 냈지만, Sense1은 무려 54%의 정확도로 올바른 수용체-분자 결합을 찾아냈다. 수십만 번의 물리적 실험 없이도 컴퓨터 클릭 몇 번으로 특정 분자가 인간에게 어떤 향으로 느껴질지 명확하게 맞출 수 있게 된 것이다.
기후 위기로 사라지는 ‘장미 오일’의 기적적인 복제
이 기술이 가져올 향수 산업의 파급력은 무궁무진하다. 가장 먼저 기후 변화와 공급망 교란으로 생산이 점점 어려워지고 가격이 폭등하는 천연 향료 시장에 완벽한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 자연산 장미 오일은 단 하나의 향을 내기 위해 무려 300가지가 넘는 복잡한 화학 성분의 혼합물로 구성되어 있어 지금까지 그 어떤 합성 물질도 이를 똑같이 재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Sense1은 장미 오일이 인간의 400개 수용체를 자극하는 전체 활성화 패턴을 통째로 스캔한 뒤, 대안이 될 수 있는 안전한 다른 분자 조합을 역산해 동일한 후각 신호를 만들어냈다. 식물을 직접 재배하고 추출하는 혹독한 과정 없이도 생물학적 수준에서 완벽히 일치하는 천연 장미 향을 복제해 내는 것이다.
션 라스펫 대표는 "이러한 AI 기반 분자 복제는 원래 식물 추출물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적고, 물과 석유화학 물질을 거의 소비하지 않아 극도로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파티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향 분자를 설계하고 있다.
기존 향수 팔레트의 한계를 넘어 피부 자극이 거의 없으면서도, 시각적으로 비유하자면 '네온사인 색상'처럼 인류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초현실적인 감각 프로필을 구현하는 작업이다. 또한, 새로운 AI 모델이 분자와 사람 피부 세포 간의 반응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하면서 향수 업계의 오랜 악습이었던 동물 실험을 단계적으로 완전히 없애는 인도주의적 성과도 내고 있다.
더불어 지적 재산권(IP)의 장벽도 허문다. 기존 향수 산업에서는 오직 향료 ‘분자’ 자체만 특허를 받을 수 있고 배합법은 보호받지 못해 대형 향료사들이 막대한 자본으로 카피 제품을 만들면 소규모 브랜드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파티나의 AI 시스템을 활용하면 수년이 걸리던 맞춤형 향료 성분 개발을 단 몇 주 만에 저렴하게 끝낼 수 있어, 중소 조향사들도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 분자를 개발하고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파티나는 최근 브루클린 부시윅에 대규모 화학자 팀과 함께 새 연구소도 개소했다.
파티나의 장기적 목표는 향후 전 세계 디자인 및 제조 산업의 표준이 될 ‘향기의 팬톤’을 구축하는 것이다. 모든 향과 맛을 자유자재로 구성하고 인코딩할 수 있는 범용 매칭 시스템이다. 시슨 대표는 "후각 수용체는 코뿐만 아니라 인간의 피부, 장, 뇌 등 모든 조직에서 발견된다"며 "우리가 만드는 차세대 향수는 단순히 좋은 냄새를 넘어 피부 건강을 증진하고 신경가소성을 향상시키는 생물학적 웰니스 무기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Copyright ⓒ AI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