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치솟으며 한여름 못지않은 무더위가 성큼 다가왔다. 이 시기에는 상하기 쉬운 음식만큼이나 매일 먹는 약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의약품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방에 그대로 두면 성분이 변해 제 기능을 못 하거나, 오히려 몸에 해로운 물질로 바뀔 수 있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아니라는 생각에 방심하기 쉽지만, 실내 온도가 올라가고 창가로 강한 햇빛이 내리쬐는 5월 말부터 약의 주요 성분은 서서히 파괴되기 시작한다. 알맞은 자리에 두면 몸을 지키는 약이 되지만, 방치하면 도리어 해를 끼치는 위험 물질이 될 수 있으므로 지금 당장 서랍 속 약통을 점검해야 한다.
냉장고가 정답은 아니다… 약마다 다른 보관
온도 흔히 기온이 오르면 모든 약을 냉장고에 넣어야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인슐린 주사제나 녹내장 안약, 30도 안팎에서 녹도록 만들어진 좌약 등은 반드시 냉장실에 넣어두어야 한다. 특히 좌약은 체온과 비슷한 온도에서 부드럽게 녹아 몸에 흡수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5월 말부터 방 안 온도가 높아지면 포장지 안에서 형태가 무너져 나중에는 제대로 쓰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액상 소화제나 감기 시럽은 낮은 온도에 오래 두면 성분이 엉겨 붙거나 아래로 가라앉아 제대로 섞이지 않을 수 있다. 냉장고 내부의 축축한 습기 역시 알약을 눅눅하게 만들어 성분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 된다. 따라서 의사나 약사에게 따로 지시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약은 햇빛이 들지 않고 건조한 서랍장이나 옷장 안 등 서늘한 그늘에 두는 것이 알맞다.
70도 달하는 차 안은 금물… 일상 속 놓치기 쉬운 관리법
초여름 날씨에 볏짚 아래 세워둔 자동차 실내는 내부 온도가 최고 70도까지 치솟는다. 사우나보다 뜨거운 공간에 약을 방치하면 원래 가지고 있던 성질이 모두 파괴되므로 절대 차 안에 약을 두고 내려선 안 된다. 집 안에서도 물을 자주 쓰는 화장실이나 가스레인지 주변처럼 열기와 습기가 가득한 주방은 피해야 한다. 또한 알약은 물기에 취약하므로 낱개로 포장된 알루미늄 판 그대로 보관하거나, 약병에 습기 제거제를 함께 넣어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뚜껑을 꼭 닫아야 안전하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안약이나 시럽제는 보관 기한을 한층 더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안약은 눈에 직접 대고 넣는 경우가 많아 공기 중의 세균이 번식하기 쉬우므로, 눈에 넣기 시작한 날부터 한 달 안에 쓰고 남은 것은 처방전과 상관없이 버리는 편이 좋다. 아이들이 먹는 감기용 항생제 시럽은 냉장실에 넣어두더라도 일주일에서 이주일이 지나면 약효가 급격히 떨어지므로 날짜를 확인하고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변해버린 약은 쓰레기통 아닌 '이곳'으로
겉모습이 조금이라도 바뀐 약은 아깝더라도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가루약이 뭉쳐 덩어리지거나, 알약 색깔이 얼룩덜룩하게 변한 경우, 혹은 말랑말랑한 캡슐 알약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면 이미 약이 상했다는 명확한 신호다. 이를 모르고 복용하면 배탈이나 구토, 피부 두드러기 등 원치 않는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이때 변질된 약을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 쓰레기장에 던지거나 싱크대, 변기에 흘려보내면 안 된다. 약 성분이 하수도를 타고 흐르거나 토양에 스며들면 흙과 강물이 오염되어 생태계에 큰 손상을 입히고, 결국 우리가 마시는 물로 되돌아오게 된다. 형태가 변했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은 가까운 약국이나 동주민센터, 보건소에 비치된 전용 수거함에 안전하게 따로 모아서 폐기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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