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열흘 앞두고 서울시장 선거가 막판 국면에 접어들었다.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논란 등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시정을 겨냥한 검증 공세와, 외박 강요설 등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둘러싼 의혹 제기가 장외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양측 공방은 오는 28일 밤 11시 TV토론회로 옮겨붙을 전망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조사 기관마다 구체적인 수치는 다르지만 대체로 정원오 후보가 앞서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선거가 다가올수록 오세훈 후보와의 격차가 좁혀지는 흐름도 감지된다. 이번 토론이 판세를 굳힐지, 아니면 뒤집을지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GTX-A 철근 누락 논란…오세훈 책임론·해법 놓고 정면 충돌하나
오세훈 후보를 향해 제기된 지적 가운데 가장 무게감이 큰 사안은 GTX-A 노선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논란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역 지하 5층 승강장 기둥 80개 가운데 50개에서 철근 2,570개(약 178t 분량)가 누락된 채 콘크리트 타설이 진행돼 부실공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시공사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이를 인지해 서울시에 보고했다.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에 통보한 것은 6개월이 지난 4월 29일이었다.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 후보가 지방선거 출마로 직무정지된 지 이틀 만이다.
오 후보는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과실"이라며 서울시 책임을 부인했다. 그러나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발주한 감리 용역 과업설명서에는 건설사업관리업무가 발주청의 지도·감독·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서울시의 관리감독 책임이 명시돼 있었다. 서울시는 철도공단에 월간 보고서를 통해 관련 내용을 3차례 통보했다고 해명했지만, 철도공단은 해당 내용이 방대한 보고서 가운데 업무일지 일부 기록에서만 확인되는 수준이었을 뿐 별도 보고나 협의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가 제출한 주요 내용 요약에도 철근 누락 사항은 반영되지 않았으며 시공 실패 사례 항목에는 '해당사항 없음'으로 기재돼 있었다는 것이다.
오 후보는 지난해 4월 해당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해 안전관리 대책을 보고받고 자신의 블로그에 홍보한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다만 오 후보가 재임 중 이 사실을 언제 최초로 보고받았는지는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
GTX-A 철근 누락이 6·3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정 후보와 오 후보는 공사 중단 문제를 두고도 충돌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공사 중지를 주장했다. 정 후보는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1일 GTX-A 삼성역 구간 현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제가 발견되면 책임 있는 사람들이 모여 어떻게 해결할지 방법을 마련하고 다음 공사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 상식"이라고 했다. 같은날 오 후보는 SNS를 통해 "조속한 개통을 염원하는 서울·수도권의 애타는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고 맞선다. 책임 소재와 향후 처리 방향 모두 토론장에서 답이 나와야 할 부분이다.
정원오 '토론 소극적' 논란…검증 회피 지적 확산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토론 참여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직 시장에 도전하는 입장이면서도 토론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 후보 측은 외박 강요설 등 국민의힘의 네거티브 공세를 이유로 들고 있다. 이달 11일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정 후보의 1995년 폭행 사건 판결문 사본을 공개했고, 13일 김재섭 의원은 1995년 양천구의회 속기록을 근거로 정 후보 일행이 카페 주인에게 여종업원과의 외박을 강요하다 경찰관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판결문에는 '정치적인 일로 언쟁이 있어 격앙돼 발생했다'고 명시돼 있다.
당시 이 사건을 보도한 조선일보와 한겨레 등도 "(피해자와) 합석해 술을 마시던 중 6.27 선거와 5.18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피해자를)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재섭 의원이 제기한 녹취록 속 외박 강요설의 출처인 장행일 전 양천구의원 본인도 최근 "시간이 오래 지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판결문과 당시 언론 보도가 반박 근거로 있는 상황인데도 토론을 피하는 것이 오히려 의혹을 키운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을 찾은 정 후보에게 취재진이 질문을 던졌을 때 후보를 비롯해 캠프 관계자들이 자리를 피한 장면이 영상으로 퍼지면서 부정 여론이 형성된 것도 이 맥락에서다.
실제 이맘때쯤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후보 간 토론회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토론회가 한 차례만 열리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4회, 2011년(보궐) 5회, 2014년 5회, 2018년 2회, 2021년(보궐) 3회, 2022년 3회 등 지난 선거에서는 최소 세 차례 이상 진행된 것과 대비된다. 올해 서울시장 선거 법정 토론회는 사전투표(29~30일) 시작 전날인 28일에야 열리며, 그것도 많은 유권자들이 잠들 시간대인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진행된다. 이 때문에 법정 토론회 한 차례만으로는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역량과 정책을 충분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15일에는 오세훈 후보가 정 후보를 향해 양자 토론을 제안하며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사회를 보고 김어준 프로그램에서 토론해도 좋다"고 말했다. 정 후보가 토론을 피할수록 오 후보에게 공세 명분이 쌓이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토론이 한 번만 열리는 상황 자체가 서울시장 선거의 쟁점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착착개발' vs '쾌속통합'…서울 표심 좌우할 최대 변수, 부동산 정책
매 서울시장 선거에서 부동산은 최대 쟁점이었다. 서울 집값은 전국 부동산 시장의 기준점이고, 서울시장은 재개발·재건축 인허가부터 공공주택 공급까지 막대한 행정 권한을 쥔다. 어떤 후보가 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정비사업의 속도와 방향이 달라지고, 그것이 수백만 가구의 자산 가치와 주거비에 직결된다.
두 후보 모두 핵심 처방으로 공급 확대를 내세우지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다. 정 후보의 '착착개발'은 현재 각종 인허가 절차로 15년 안팎 걸리는 정비사업 기간을 10년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오 후보의 '신속통합기획'이 정비구역 지정까지만 지원했다면, 자신은 사업 시작부터 입주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500세대 미만 소규모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해 행정 병목을 해소하고, SH공사와 한국부동산원 검증단을 파견해 공사비 분쟁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했다.
오 후보는 2031년까지 총 31만 호 착공을 공약했다. 3년 내 착공 가능한 85개 구역 8만5천 호를 핵심전략정비구역으로 선정해 집중 관리하고, 추진위원회 구성을 생략하고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동시에 처리하는 '쾌속통합' 트랙을 도입하겠다는 방식이다. 방법론에서 정 후보가 공공의 역할을 강조한다면, 오 후보는 민간 주도 공급을 전면에 내세운다.
전월세 대책을 놓고도 두 후보의 진단이 갈린다. 오 후보는 전월세 불안의 원인을 이재명 정부의 대출 규제와 세금 압박에서 찾는다. 다주택자 압박이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전환을 부추기고 있어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대규모 공급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는 현직 시장의 관리 책임과 단기 공급 대책 부재를 문제 삼는다. 재개발·재건축은 10~15년이 걸리는 만큼, 빌라·오피스텔·매입임대 등 2~3년 안에 공급할 수 있는 주거 유형을 함께 활용해 전월세 시장의 압력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두 후보의 공급 수치와 재원의 실현 가능성, 전월세 대책의 구체성은 토론장에서 본격적으로 검증받아야 할 부분이다.
[폴리뉴스 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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