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당구여제’ 김가영(43·하나카드)이 프로당구 LPBA 통산 19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내용은 완벽하지 않았다. 초반 두 세트를 먼저 내줬다. 경기 내내 샷 감각도 흔들렸다. 그래도 마지막에 웃은 선수는 다시 김가영이었다.
김가영은 23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6-27시즌 개막 투어 ‘우리금융캐피탈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김민아(35·NH농협카드)를 세트스코어 4-2(5-11 9-11 11-5 11-9 11-7 11-9)으로 승리하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김가영은 통산 19회 우승으로 남녀 프로당구 최다 우승에 1승을 늘렸다. 정규 투어 최다 우승 상금(5000만원)으로 열린 이번 대회 우승하면서 누적 상금을 9억6113만원으로 늘렸다. 여자부 최초 우승 상금 10억 돌파에 성큼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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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력에 대한 만족은 크지 않았다. 대신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버틴 데 대한 안도감이 더 컸다. 김가영은 우승 인터뷰에서 “잘 치고 이겼든, 놓치고 이겼든 우승은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결승전 애버리지가 0.9를 넘겼다고 하자 “그렇게 잘 나왔어요”라고 오히려 놀라워했을 정도다. 그만큼 스스로는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김가영은 초반 흐름을 상대에게 내줬다. 경기 내용도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승부사였다. “공이 잘 맞고 안 맞고와는 별개로, 저는 당구대 위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라고 생각한다”며 “내 무기가 좋든, 고장 난 무기든 전쟁터에 나갔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싸우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가영은 준결승 때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훈련 때는 잘됐던 것들이 긴장 상황에서 조금씩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며 “그 불안감이 범실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여러 상황에서 헤어나오려고 가진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이거다’ 싶은 해결책은 경기 끝날 때까지 딱히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경기 중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 보기도 하고, 반대로 늦춰 보기도 했다. 그는 “이대로 치면 팬들에게 볼 낯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딱히 하나가 잘 먹힌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 노력을 하며 거기 있었다”고 했다.
상대 김민아에 대한 존중은 잊지 않았다. 김가영은 “김민아 선수는 제가 가장 인정하는 선수이고, 많이 배운다”며 “저보다 스리쿠션 경력이 훨씬 많고, 제가 잘 못하는 부분을 잘하는 선수”라고 했다. 더불어 “제가 우승을 더 많이 했는데 뭘 배우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같이 공을 치다 보면 보고 느끼고 배우는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경기 중에는 돌발 상황도 있었다. 전광판과 스코어보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생겼다. 김가영은 김민아에게 “우리 1990년대에서 치는 것 같지 않으냐”고 농담을 건넸다고 했다. 이어 “10초가 남았을 때만 불러주고 그 뒤로는 카운트를 못 해주는 상황이었다”며 “2~3초를 남기고 샷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해결 방안을 의논하고 있었다”고 했다. 팽팽한 승부 속에서도 베테랑다운 여유를 잃지 않은 장면이었다.
김가영은 이번 우승으로 새 시즌 첫 단추를 끼웠다. 팬들 사이에서는 ‘전승 우승’이나 ‘시즌 10승’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그는 이에 대해 “매 대회 우승을 목표로 나가는 것은 맞다”면서도 “정말 10번을 하겠다는 뜻이라기보다는, 매번 우승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였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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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상금 10억원에 가까워진 데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답했다. 김가영이 앞으로 한 번만 우승을 추가하면 대망의 10억 상금 고지에 오르,ㄴ다. 그는 “한 번에 10억원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프로당구 선수로서 위상이 달라졌다는 점은 인정했다.
김가영은 “예전에는 ‘프로당구 선수입니다’라고 말하면 ‘1년에 얼마나 버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이제는 상금도 있고 스폰서 후원도 있어 자녀를 당구 선수로 시켜도 괜찮다고 말할 정도는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LPBA 상금 인상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LPBA는 초창기 우승 상금이 1500만 원에 불과했다. 남성부인 PBA는 출범 때부터 1억원이었다. 하지만 김가영을 비롯한 여성 선수들의 노력이 밑거름이 돼 지금은 우승상금이 5000만원까지 늘어났다.
김가영은 “여자부 상금은 남자부의 절반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에는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리가 열심히 하면 좋아지겠지, 알아봐 주시겠지 하고 해왔던 것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응답해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인정했다.
더불어 상금 확대가 여자 당구 저변 확대와 직결된다고 봤다. 김가영은 “상금이 높아져야 어린 선수들이 생긴다”며 “1등을 해도 한 달에 100만원 벌 수 있다면 선뜻 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지금 젊은 여자 선수들은 열심히 한다”며 “다들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어 고맙다”고 말한 뒤 흐뭇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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