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다누리, 누리호. 우리나라 우주 개발 역사에서 의미있는 행보와 쾌거로 기록된 성과물이다.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2013년 1월 30일 3차 시도 만에 성공하며 세계 11번째 스페이스클럽 회원국이 됐고, 달 궤도선 ‘다누리’가 2022년 12월 28일 달 궤도 진입 성공으로 세계 7번째 달 탐사국 반열에 올랐다. 올해 3분기 5차 발사가 예정된 ‘누리호’의 연이은 성공은 한국형 발사체에 대한 신뢰성을 더욱 두텁게 했다. 이 발사체들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날아올랐다. 한국은 세계 13번째 우주센터 보유국이다. 우주 개발 경쟁에 뒤늦게 참전했지만 추격 속도를 높이면서 세계적 수준의 우주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키’를 쥔 컨트롤타워는 우주항공청이다. 민간 우주산업 육성, 우주경제 실현을 기반으로 ‘세계 5대 우주강국’ 도약을 이끌고 있다. 오는 27일 우주항공청은 개청 2주년을 맞는다. <편집자주> 편집자주>
【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우주항공청(우주청)이 오태석 청장 체제 아래 한국 우주산업의 ‘세계 5대 우주강국’ 도약을 목표로 국가 우주 전략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2년 누리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독자적인 우주 진입 능력을 확보하며 사실상 ‘우주 독립’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한국 우주산업은 단순한 기술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 상업 우주시장 경쟁과 민간 중심 뉴스페이스 생태계 구축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우주청은 차세대 발사체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달 탐사 로드맵 등 핵심 사업 구체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누리호 반복 발사 체계 구축과 민간 발사서비스 전환, 위성 산업 육성 등을 중심으로 한국형 뉴스페이스 생태계 조성 논의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주청 출범 이후 가장 큰 변화는 한국 우주개발이 연구 중심에서 산업 경쟁 중심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우주청은 우주항공 기술 개발을 통한 혁신 확보와 우주항공산업 진흥, 우주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출범했다. 우주개발을 단순한 연구 중심 영역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발사체와 위성, 우주탐사, 산업화를 아우르는 국가 우주항공 정책의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우주청이 제시한 비전은 명확하다. 2032년 달 탐사, 2045년 화성 탐사로 이어지는 장기 로드맵을 통해 세계 5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오 청장은 취임식에서 “우주항공 5대 강국 실현을 위해 힘써달라”며 “누리호 5차 발사를 차질 없이 완수하고 민간 발사서비스 전환과 중·대형 위성 개발·운영 역량 고도화, 달 탐사와 국제 공동탐사 준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누리호는 우주청 출범 이전부터 축적돼 온 대표 성과이자 한국 우주 독립의 상징이다. 2022년 6월 21일 2차 발사 성공을 통해 우리나라는 1t(톤)급 실용위성을 자력으로 우주에 올릴 수 있는 독자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듬해 5월 25일 진행된 3차 발사에서는 차세대중형위성과 다수의 큐브위성을 성공적으로 분리하며 실전형 위성 발사체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실제 위성을 안정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발사체 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누리호 사업은 우주청 출범 이후에도 이어졌다. 2025년 11월 진행된 4차 발사에서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큐브위성 12기를 목표 궤도에 성공적으로 분리했다. 특히 야간 발사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임무 수행에 성공하면서 반복 발사 체계 구축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5차 발사는 올해 3분기로 예정돼 있다. 우주청은 지난 14일 5호기 단 조립 공정이 70~90% 수준까지 진행됐다고 밝혔다. 오 청장은 “대한민국 우주수송 핵심 인프라인 누리호의 지속적인 발사 성공을 통해 신뢰와 경쟁력을 높이고 우주산업 생태계 활성화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누리호 성공 이후 우주청이 쌓아온 가장 큰 변화는 ‘기반의 축적’이다. 발사체 기술뿐 아니라 위성·데이터·탐사 분야 후속 사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 역시 우주를 미래 전략산업의 핵심 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정책과 예산도 이에 맞춰 재편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김종암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청 출범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우리나라 우주개발 계획과 발사체 사업 등을 총괄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전담 기관이 생겼다는 점”이라며 “과거에는 사업이 분산적으로 추진되는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우주청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주개발 전략과 발사체 사업 등을 종합적으로 기획·추진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 자체가 의미 있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특히 위성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우주청과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500kg급 국내 산업체 주도의 첫 중형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2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돼 교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차세대중형위성 2호는 초기 운영 후 올해 하반기에 본격적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며, 국토·자원 관리, 재해재난 대응, 국가 공간정보 활용을 위한 정밀지상관측 영상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다. 우주청은 지난 3월 17일 다목적실용위성 7호와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첫 촬영 영상과 초기운영 성과를 공개하며 우리나라의 지구관측 위성 역량이 한 단계 도약했음을 알렸다. 다목적실용위성 7호는 2025년 12월 2일(한국시간) VEGA-C 발사체를 통해 발사됐고, 이보다 닷새 앞서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누리호 4차 발사를 통해 우주로 향했다. 두 위성 모두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한 뒤 초기 운영을 진행 중이다.
국제 협력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오 청장은 지난 3일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차세대중형위성 2호 발사 관리단장 업무를 수행한 뒤 현지 주요 우주기업들을 방문해 글로벌 우주산업 동향과 국내 우주기업 지원 방안을 점검했다.
오 청장은 엄브라 스페이스를 방문해 재난 대응과 안보 분야 등에 활용되는 초소형위성 개발 및 활용 현황을 살펴보고, 민간 주도 초소형 위성개발 협력과 위성 데이터 활용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어 스페이스X 관계자들과 만나 2026년 하반기 발사가 예정된 차세대중형위성 4호와 정지궤도복합위성 3호 발사 계획 등에 대해 협의하고, 글로벌 우주 발사 시장 현황과 기술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오 청장은 “국내 우주산업 역시 민간 주도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민간기업의 우주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계 주요 우주강국 및 글로벌 우주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주청 출범 이후 가장 큰 변화로 ‘정책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꼽고 있다. 서울대학교 김승조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는 “과거에는 과기정통부 체계 아래에서 우주 정책을 담당하다 보니 담당자가 자주 바뀌었고, 우주·항공 분야 전문성이 없는 인사가 오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금은 우주청 조직 자체가 우주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정책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교수는 “현재는 미국 스페이스X가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면서 글로벌 우주산업 구조 자체가 크게 재편되고 있다”며 “한국 역시 발사체 기술 등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상업성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는 더 성장해 나가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성장 속도는 일본과 인도를 뛰어넘을 추진력이 돼야 한다.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미국·중국·유럽·러시아가 우주강국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한국은 일본·인도와 경쟁하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세계 5위권 진입 여부는 일본과 인도를 얼마나 빠르게 따라잡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 우주산업의 핵심 승부처로는 위성 산업을 지목했다. 김 교수는 “발사체보다 결국 돈을 버는 산업은 위성”이라며 “데이터 서비스와 위성 활용 산업, 우주 데이터 인프라 같은 영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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