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이션 소개팅, 혼술바에 이어 요즘 20·30세대 사이에서 또 하나의 이색 만남 문화가 퍼지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abriela Flores Espinosa-shutterstock.com
주인공은 '셋로그'(Setlog)다. 매시간 알림이 울리면 2초짜리 짧은 영상을 찍어 올리는 일상 기록 앱이 새로운 소개팅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만나기 전에 먼저 하루를 들여다본다
셋로그는 '하루를 세팅한다'(Set)와 '일상을 기록한다'(Log)를 합친 이름이다. 앱에서 방을 만든 뒤 초대 링크를 공유하면 입장할 수 있다. 이후 매시간 알림이 오면 지금 이 순간을 2초 정도 촬영해 올리면 된다. 하루가 지나면 참여자들의 영상이 분할 화면으로 자동 편집돼 하루치 브이로그가 완성된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이후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고, 지난달 공개된 안드로이드 버전도 인기 차트 1위에 오르며 1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기존 소개팅의 핵심은 프로필이었다. 잘 나온 사진 한 장과 정리된 자기소개, 스펙이 필요했다. 사진 한 장만으로 상대를 판단해야 한다는 피로감도 컸고, 처음 만난 사람과 카페에 앉아 1~2시간 안에 서로를 파악해야 하는 어색함도 소개팅의 고질적인 부담이었다. 셋로그 소개팅은 그 순서를 뒤집었다. 만나기 전 며칠 동안 상대의 하루를 자연스럽게 들여다본다. 무엇을 먹는지, 어떤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혼자 있을 때 분위기는 어떤지가 2초짜리 영상 속에 쌓인다. 꾸며낸 프로필보다 생활 패턴과 분위기를 먼저 확인하게 되는 셈이다.
셋로그 캡처.
짧은 영상이 반복되면서 취향과 말투 같은 디테일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외모보다 같이 시간을 보내기 편한 사람인지 먼저 보게 된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혼자 있는 시간에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고, 실제 만남 전 어느 정도 친밀감이 형성된다는 점도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
SNS 피로감의 반작용
셋로그의 폐쇄적인 구조도 소개팅 문화와 맞물린다. 기존 SNS와 달리 셋로그는 초대 링크를 통해서만 참여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주기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링크를 받은 소수와만 일상을 공유한다는 점이 오히려 친밀도를 높인다는 반응이다. 영상이 상대방 화면과 나란히 배치되는 구조도 특징이다. 같은 시간대의 순간을 공유하면서 실제로 함께 하루를 보내는 듯한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다.
블라인드 캡처.
셋로그 열풍을 보여주기식 SNS에 대한 피로감의 반작용으로 읽는 시각도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잘 나온 사진을 고르고 '좋아요' 숫자를 신경 쓰며 자신을 관리하던 방식이 피로해졌다는 것이다. 반면 셋로그는 알림이 울리면 지금 이 순간을 짧게 찍기만 하면 된다. 꾸밀 틈이 없다. 실제 셋로그 소개팅에 참여한 20대 직장인 여성은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선호하는 한 사람으로서 소개팅은 부담스럽고, 첫 만남에서 어떤 얘기를 할지 걱정돼 소개팅을 꺼렸다"며 "셋로그 소개팅은 이런 심리적 부담감을 완화해줘서 기회가 된다면 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Z세대를 넘어 직장인까지
셋로그 소개팅 열풍은 Z세대에만 머물지 않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셋로그 소개팅 참여자를 모집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로테이션 소개팅이 "한 사람에게 올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담 없는 만남을 내세웠고, 혼술바가 비슷한 감성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면, 셋로그는 연출되지 않은 일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호감을 만든다. 이벤트처럼 소비되는 만남보다 부담 없이 연결되고 천천히 가까워지는 관계를 선호하는 세대의 정서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셋로그 소개팅은 낯선 관계도, 깊은 관계도 아닌 그 중간 지점에 가깝다. 며칠간 짧은 일상을 주고받으며 가볍게 연결되고 서서히 호감을 쌓아가는 방식이다. 다만 부담이 적은 만큼 '아니면 말고' 식의 가벼운 관계 소비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개인정보와 생활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참여 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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