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준 전 성동조선 회장, UAE 스마트 조선소 건설로 재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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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준 전 성동조선 회장, UAE 스마트 조선소 건설로 재기하나

한스경제 2026-05-24 10: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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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준 전 성동조선해양 회장./연합뉴스
정홍준 전 성동조선해양 회장./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HSG성동조선의 전신인 성동조선해양 창업주 정홍준 전 회장이 지난 201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16년만에 아랍에미리트(UAE)에 35억달러 규모의 스마트 조선소 건설을 추진하며 재기에 나섰다.

성동조선해양의 태동과 비약적인 성장, 몰락까지 지켜본 정홍준 전 회장은 자신의 전매특허 기술인 육상 건조 공법을 앞세워 국내가 아닌 중동에서 조선업 복귀 신호탄을 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성동홀딩스 회장을 맡고 있는 정 전 회장이 최근 UAE 아부다비에서 현지 민간 투자 전문 회사 콰자르 인베스트먼트와 대규모 스마트 디지털 트윈 조선소 건설을 위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콰자르 인베스트먼트는 UAE 왕실의 금융·비즈니스 고문들이 설립·운영하는 투자회사로 알려졌다.

▲ 현지 투자사, 건설 자금 전액 지원

총 35억달러(약 4조7000억원)를 투입해 아부다비 칼리파 경제자유구역(KEZAD) 내 칼리파항 인근에 800만㎡ 규모로 조성되는 스마트 조선소 건설 프로젝트는 올해 7월 착공해 오는 2028년 9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콰자르 인베스트먼트가 조선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전액 지원하고 한국 법인인 성동ISET가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UAE 측에서 조선소 건설 부지와 인프라 지원은 물론 사업 자금 조달에도 적극 나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동홀딩스는 조선소 설계와 운영 기술 이전 등을 수행하는 구조다.

한국의 조선 기술력과 UAE 국가 차원의 전략산업 육성 정책이 맞물리며 성사된 이 사업이 완료되면 현재 신조가 가능한 조선소가 전무한 UAE에서 향후 선박 건조는 물론 유지·보수·정비(MRO), 선박 생애주기 관리까지 포함한 복합 해양 산업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것이 성동홀딩스의 구상이다.

성동홀딩스는 UAE와 성동ISET의 현지 합작 법인으로 정 회장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맡는다.

▲ 성동홀딩스, 설계·운영 기술 이전 담당

UAE 조선소 건설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정 회장이 과거 성동조선해양 시절 개발한 그라운드 타이푼 시스템(GTS) 기반 육상 건조 기술의 적용이다. 드라이도크에서 배를 짓는 것이 아니라 육상에서 선박 건조를 마치고 ‘로드아웃’이란 공법을 통해 배를 밀어 해상에 대기 중인 플로팅 도크로 진수하는 방식이다. GTS 기반 육상 건조는 공간 활용도와 공정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로봇 드론을 적용한 자동화 공정이 추가된다는 것이 성동홀딩스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UAE 조선소는 조선 기술과 ICT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생산 모델이 될 것”이라며 “UAE의 선박과 해양 구조물의 제작·MRO 사업이 시너지를 발휘해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홍준 성동홀딩스 회장(왼쪽 다섯번째)이 최근 아부다비에서 콰자르 인베스트먼트와 스마트 디지털 트윈 조선소 건설을 위한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성동홀딩스
정홍준 성동홀딩스 회장(왼쪽 다섯번째)이 최근 아부다비에서 콰자르 인베스트먼트와 스마트 디지털 트윈 조선소 건설을 위한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성동홀딩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통해 중동 내 K-조선 거점을 확대하고 원유와 나프타 등 주요 에너지 자원 확보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UAE 역시 기존 에너지 중심 산업 의존도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조 산업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 GTS 기반 육상 건조 공법에 AI 등 자동화 결합

정 회장은 경남 통영에서 선박 블록을 제작해 삼성중공업에 납품하는 사업을 하다가 2003년 성동조선해양의 전신인 성동기공을 설립했다. 이듬해 전선(全船) 건조를 선언하며 사명을 성동조선해양으로 변경하고 2005년 첫 신조 선박으로 벌크선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2006~2008년 세계 조선업이 슈퍼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성동조선은 짧은 기간 벌크선뿐 아니라 중대형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선종의 배를 차곡차곡 수주해 왔다. 한때 수주잔량 기준 세계 10위권 조선소에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성동조선은 2008년 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주량 급감에 직면했다. 이 시기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은 성동조선은 유동성 위기까지 겪게 된다.

성동조선이 2010년 채권단 자율협약(공동관리) 체제에 들어가면서 정 회장은 같은 해 4월 채권금융기관들에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의결권과 처분권까지 위임하며 경영권을 상실했다. 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조선업은 장기 침체기로 접어들었고 자금난과 해마다 누적된 적자를 이기지 못한 성동조선은 2018년 4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017년 3분기 기준 성동조선의 부채총계는 2조5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 하에서 세 차례의 매각 시도가 모두 실패하면서 청산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2019년 네 번째 매각 과정에서 HSG중공업·큐리어스파트너스 컨소시엄이 2000억원에 인수하고 이듬해 ‘HSG성동조선’으로 사명을 바꾸며 가까스로 재건의 발판을 마련했다.

▲ 성동조선 탄생-성장-몰락 지켜본 주인공

정 회장은 2005년 8월부터 3년 동안 13차례에 걸쳐 회삿돈 47억746만원을 횡령해 자신의 보험료 납부와 채무 변제, 관계회사 설립 등에 쓴 혐의로 기소됐다. 2016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그는 만기 출소 후 재기를 시도했다.

2019년 인도네시아 롬복섬의 '글로벌 허브 카얀간(Global Hub Kayangan)' 프로젝트에 10억달러 투자 계획을 세우고 주 정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지진과 코로나19 여파로 이렇다 할 사업 진전은 이루지 못했다. 정 회장의 재기 시도는 이번에 UAE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성동조선해양이 그리스 선주사 마마라스(MARMARAS)로부터 수주, 육상 건조 공법을 적용한 9만3000DWT(재화중량톤수)급 벌크선 8척 중 1호 선박이 로드 아웃 후 진수에 성공했다./군인공제회
성동조선해양이 그리스 선주사 마마라스(MARMARAS)로부터 수주, 육상 건조 공법을 적용한 9만3000DWT(재화중량톤수)급 벌크선 8척 중 1호 선박이 로드 아웃 후 진수에 성공했다./군인공제회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이번 UAE 조선소 건설 프로젝트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는 만큼 UAE에서의 사업 계획이 실제로 실현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 회삿돈 횡령, 징역형...출소 후 印尼서 재기 시도

여기에 정 회장이 회사 자금을 횡령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법 리스크와 과거 성동조선의 경영난과 매각 실패가 안긴 시장의 신뢰 회복에 대한 부담, 성동조선 경영권 반납 후 이렇다 할 대규모 자본이나 안정적인 자금의 부재 및 조달 능력 부족 등도 UAE에서의 사업 계획이 순항하는데 있어 변동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즉 정 회장의 재기 시도는 기술적 경험과 사업 구상 측면에선 승산이 있지만 △자금 △법적 리스크 △과거 레거시(성동조선 경영난과 매각 실패) △실행력 관점에선 적지 않은 장애물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른 일각에선 정 회장이 △선박 건조에 대한 높은 식견을 갖고 있고 △UAE 정부의 에너지 중심 산업 구조 지양 움직임(조선·해양산업 등 전략산업 육성 정책) △현지 유조선 수요 대응 차원에서 사업 계획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반론도 나온다.

▲ 업계, UAE 조선소 건설 놓고 엇갈린 반응

정 회장의 자금 부재 및 조달 능력 한계 지적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정 회장은 자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외로 현금성 자산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고 언제라도 조선소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역량이 있다”고 밝혔다.

조선 전문가는 “UAE는 중동 국가 중에서도 에너지 산업 의존도에서 탈피, 다른 주력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차원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향후 특별한 변동성이 나타나지 않는 한 정 회장의 사업 계획대로 2028년 준공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공 후 운영을 개시하면 유럽에서 주요 기자재를 구매하고 소규모 부품은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조달하면 선박 건조는 무난할 것”이라면서도 “성동홀딩스가 구상하는 ‘복합 해양 산업 플랫폼’이나 글로벌 시장에 내세울 만한 특화된 경쟁력을 갖추긴 힘들 것이다. 다만 UAE나 인근 중동 국가에서 발생하는 탱커(유조선) 발주 수요를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역할은 수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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