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천537호 중 1천265호 정리 완료…불법 도살·음성 유통 여전
소유권 포기 안 하면 강제 처분 불가…농식품부, 하반기 특별점검
전문가 "공공 인프라 확충 시급"
(서울=연합뉴스) 김세린 기자 = 개 식용 완전 종식을 앞두고 있지만 전국 곳곳에서 불법 도살과 음성 유통이 이어지고 있다.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에 따라 사육 농장의 폐업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폐업 과정에서 남겨지는 개들에 대한 보호 체계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단체나 민간단체가 개체를 구조·보호하기 어려워 제도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뜬장' 속 어린 개들…불법 도살·음성 유통 여전
24일 동물보호단체들에 따르면 개 식용 종식 유예기간 종료가 가까워지면서 단속을 피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불법 도살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 19일 평택 소재 한 도살장에서 개 29마리를 발견하고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했다. 구조된 개들은 대부분 어린 개들로, 여러 마리가 뜬장(철제 케이지) 안에 함께 갇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전기도살봉과 탕기, 탈모기, 토치, 칼 등 도구와 도살된 개로 추정되는 뼈가 다량 발견됐다.
해당 농장주는 전·폐업 이행계획 점검 과정에서 일부 개들을 "반려 목적"이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시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긴급 격리 조치를 명령하고 개들을 구조했다.
동물보호단체 위액트도 지난 9일 순천시의 협조를 받아 불법 도살장 현장에서 개 7마리를 구조했다. 단체 측은 현장에서 도살 목적 개들뿐 아니라 반려견으로 키우던 개들도 함께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음성 유통 의심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카라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신탄진휴게소 서울 방향에서는 개들을 철장에 실은 채 이동하는 트럭이 목격됐다. 대덕경찰서는 해당 차량 소재 파악과 범죄 혐의 확인에 나섰다.
카라 관계자는 "개식용종식법 시행 전 개를 한꺼번에 도살해 냉동 보관하려는 움직임"이라며 "불법 도살이 더욱 음성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폐업 농가는 줄었지만…남겨진 개들 보호는 과제
'개식용종식법'은 동물복지 강화 취지로 지난 2024년 8월 시행됐다. 이 법에 따라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유통·판매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2월 개 식용 완전 종식을 목표로 유예 기간을 두고 업계의 전·폐업을 지원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폐업 시기별로 1마리당 최대 60만원에서 최소 22만5천원의 '폐업이행촉진지원금'을 지급 중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국 개 사육 농장 1천537호 가운데 약 82%인 1천265호가 폐업을 완료했다. 현재 남아 있는 농가는 272호다.
다만, 남은 농가 중에는 사육 규모가 크거나 가축분뇨 배출시설 미신고 등으로 폐업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곳도 포함돼 있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폐업 전후로 방치되거나 남겨진 개들에 대한 보호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제도상 지자체나 민간단체가 개들을 구조·보호하려면 농장주의 소유권 포기가 사실상 필요하다. 하지만 민법상 동물이 재산으로 취급되는 만큼 강제적인 소유권 박탈에는 한계가 있다.
농장주가 폐업을 미루거나 개들을 방치할 경우 남겨진 개들은 학대와 질병 등에 노출될 수 있다.
◇ 전문가들 "보호 인프라 확충 시급"…농식품부, 하절기 특별점검
전문가들은 폐업을 지연하고 있는 개 농장의 위법 도축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과 함께, 구조견 보호를 위한 재원·인프라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경 부산보건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미폐업 농장의 개들을 인계받을 공공 보호시설과 운영 예산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며 "기존 농장을 보호·재활 공간으로 전환하거나, 유기동물이 사회적 치유 활동에 참여하는 '치유농장' 모델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홍 건국대 스마트동물보건융합전공 교수는 "식용 목적으로 길러진 개들은 일반 반려견과 성향 차이가 있는 만큼 훈련과 치료, 사회화 과정까지 지원할 체계가 필요하다"며 "농장주의 소유권 포기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독려하고, 개체 보호와 입양·관리를 위한 시설과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다음 달부터 8월까지 미폐업 농가와 폐업 농가를 대상으로 신규·음성 사육 여부를 특별 점검할 계획이다. 위법 사항이 적발되면 폐업지원금 환수 조치 등을 추진한다.
오는 9월 이후에는 지자체와 협조해 이행계획 미준수 농가에 대한 시정 조치와 시설 폐쇄명령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전업 희망 농가를 대상으로 현장 견학과 그룹 멘토링 등 컨설팅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최경철 농식품부 개식용종식추진단장은 "개 식용 종식은 산업 구조 변화뿐 아니라 동물복지와 국민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과제"라며 "남은 기간 현장 관리와 농가 지원을 병행해 목표 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athe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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