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영도구·한국해양대 협력해 빈집·주거난 해소
월 20만원 수준 셰어하우스 형 기숙사 조성…지역 활력 기대
[※ 편집자 주 =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인구이동으로 전국에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해마다 생겨나는 빈집은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범 지대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농어촌 지역은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빈집은 철거될 운명을 맞게 되지만, 일부에서는 도시와 마을 재생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매주 한 차례 빈집을 주민 소득원이나 마을 사랑방, 문화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조명하고 빈집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친구들과 오피스텔이나 고시텔에서 살다가 기숙사에 왔는데 훨씬 공부에 집중이 잘됩니다."
광역 단위 지자체 가운데 빈집이 가장 많은 부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원도심인 영도구는 빈집 밀집 지역으로 꼽힌다.
부산시와 영도구, 한국해양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외국인 유학생의 주거난을 덜고자 빈집을 외국인 기숙사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동삼동과 청학동의 빈집은 리모델링을 거쳐 남녀 기숙사로 각각 조성됐으며, 외국인 유학생 10명이 생활할 수 있다.
지난 20일 오전 영도구 동삼동의 외국인 기숙사를 방문해 보니, 과거 빈집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깔끔한 모습이었다.
2층짜리 전원주택의 외관은 흰색과 파란색으로 새롭게 단장돼 있었다.
기숙사는 개인 침실은 독립적으로 사용하되, 거실과 주방, 욕실 등은 함께 사용하는 셰어하우스 형태로 꾸며졌다.
1층 거실에는 학생들이 쓸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었고, 욕실과 부엌에는 음식물 쓰레기통과 냉장고 등 기본 시설들이 갖춰져 있었다.
1인 1실로 사용하는 방 3개에는 책상과 침대는 물론 이불까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학생 2명이 사용하는 2층 공간은 침실과 공부방으로 구분돼 있었으며, 여기에도 별도의 욕실과 주방이 마련돼 있었다.
이 같은 공간을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한 달에 20만원가량으로, 학내 기숙사와 비교해도 저렴한 수준이다.
실제 거주 중인 학생의 만족도도 높았다.
해양경제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한 학생은 "학교와 가깝고 저렴한 가격에 혼자 방을 사용할 수 있어 정말 좋다"며 "재활용이나 음식물 쓰레기 처리처럼 처음 겪는 한국 생활도 있지만 기숙사라 학교에서 이러한 부분을 알려줘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한국해양대가 부족한 기숙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에 제안하면서 추진됐다.
도심 내 방치된 빈집을 매입해 생활 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으로 활용하는 부산시와 영도구의 '빈집 매입 및 생활 SOC 조성 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영도구는 이후 철거 대상인 빈집의 현황을 토대로 해당하는 주택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영도구 관계자는 "철거를 원하는 빈집 소유주들이 지자체에 관련 내용을 알려와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었다"며 "노후 상태와 주택 규모 등을 고려해 기숙사로 활용할 수 있는 빈집을 선정한 뒤 리모델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해양대는 리모델링 과정에서 유학생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조사도 실시했다.
한국해양대 관계자는 "장기간 유학 생활로 짐이 많다는 의견 등을 반영해 수납공간을 충분히 확보했다"며 "학외 기숙사인 만큼 한국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외국인 대학원생을 우선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기 중 기숙사가 문을 열면서 현재 입주 인원은 많지 않지만, 기존 거주지 계약 종료 이후 입소를 문의하는 유학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 측은 이번 사업이 유학생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빈집 문제 해결과 젊은 생활인구 유입을 통한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학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협력해 외국인 유학생들이 부산과 대학에 애정을 갖고 글로벌해양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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