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자 클럽축구의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북한 내고향이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일본 도쿄 베르디 벨레자를 1-0으로 물리치며 정상에 올랐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려 퍼지자 선수단 전원이 함성을 터뜨리며 벤치로 내달렸다. 리유일 감독의 반응은 더욱 극적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리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고개를 숙였다. 벤치로 돌아온 뒤에도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어깨를 떨며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제자들은 울먹이는 사령탑에게 달려가 그를 번쩍 들어 올려 헹가래를 쳤다.
우승 세리머니는 관중석으로 이어졌다. 인민공화국기를 높이 펼쳐 든 선수들이 열띤 응원을 보낸 팬들을 향해 뛰어갔다. 남북 공동응원단은 구단 깃발을 흔들고 팀명을 연호하며 선수단을 맞았다. 대형 인공기를 머리 위로 나눠 든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일주하는 동안 응원단의 환호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 우승으로 내고향은 북한 팀 최초의 AWCL 챔피언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4강에서 수원FC 위민을 2-1로 꺾은 데 이어 결승까지 연파한 결과다.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5억2천만원)도 품에 안게 됐다.
시상식에서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은 제자리에서 뛰어오르며 기쁨을 폭발시켰고, 리 감독은 흐뭇한 미소로 제자들을 지켜봤다. 대회 MVP에는 주장 김경영이 선정됐다.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속 결승골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진두지휘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동료들이 그의 이름을 외치자 김경영은 트로피를 함께 들어 올리며 기쁨을 나눴다.
공동응원단은 선수단이 라커룸으로 향할 때까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선수들은 벤치 부근에서 인공기를 다시 펼쳐 기념촬영을 마친 뒤 관중석을 다시 찾지 않고 곧바로 퇴장했다.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북한 선수단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아시아 정상 등극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바닥을 내려다보거나 고개를 젓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고, 어떤 질의에도 응하지 않은 채 서둘러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내고향 선수단은 24일 오후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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