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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는 이렇다. 피고 소유 토지에 2010년 7월 가압류등기가, 이듬해 3월에 또 다른 가압류등기가, 2015년과 2017년에 각각 체납처분압류등기가 차례로 마쳐졌다. 피고는 2017년 7월 그 토지 위에 건물을 신축해 임시사용승인을 신청한 뒤 2021년에야 그 건물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그사이 2019년 5월 또 다른 채권자의 신청으로 토지에 관해 강제경매개시결정이 내려졌다. 원고는 그 경매에서 2020년 11월 매각대금을 완납하고 12월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았다. 그러면서 토지 등기사항증명서(등기부)에 줄지어 있던 가압류등기와 체납처분압류등기는 모두 말소됐다.
원고는 피고에게 건물의 철거와 토지의 인도를 구했다. 원심은 그 시점, 즉 원고가 토지를 매수해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갈린 때를 기준으로 동일인 귀속 여부를 판단했다. 매수 직전까지 토지·건물의 소유자가 피고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피고에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생긴다고 보았고,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의 결론은 달랐다. 강제경매로 토지나 건물의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넘어가는 경우 동일인 귀속 여부를 따지는 기준 시점은 매각대금 완납 시가 아니라 강제경매개시결정으로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시점이다. 강제경매 전에 가압류가 있다가 본압류로 이어진 사건에서는 그 처음 가압류의 효력이 생긴 시점이 기준이 된다. 이번 판결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번 사안은 강제경매를 위한 압류나 강제경매로 이전, 집행된 가압류보다 앞서 다른 가압류나 체납처분압류가 있었고, 그 등기가 강제경매로 함께 말소된 경우다. 이때는 가장 앞선 가압류 또는 체납처분압류 당시를 기준으로 동일인 귀속 여부를 본다.
이 사건에서 가장 앞선 등기는 2010년 7월 13일자 가압류였다. 그날을 기준으로 토지와 건물이 같은 사람의 것이었어야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그때 토지 위에는 아직 건물이 없었다. 건물은 2017년에야 신축됐다. 동일인 귀속 요건 자체가 처음부터 충족되지 않은 셈이다. 대법원은 이런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강제경매에서 매수인은 등기사항증명서의 가장 위에 적혀 있던 한 줄을 기준으로 부담 여부가 정해진다. 가장 앞선 가압류나 체납처분압류가 있었다면 그 뒤에 일어난 신축이나 소유권 변동은 매수인에게 새로운 부담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토지 소유자가 건물을 먼저 짓고 한참 뒤에 토지에 가압류가 걸렸다면, 그 시점에 이미 토지와 건물이 한 사람의 것이었으므로 결론은 반대다. 매수자는 등기사항증명서의 가장 앞선 등기 날짜와 건축물대장의 신축 시점을 나란히 놓고 입찰가에 미리 반영해 두어야 한다.
강제경매에서 토지를 살 사람은 등기사항증명서에 적힌 가장 오래된 가압류나 체납처분압류 한 줄이 언제 기재됐는지, 그때 이미 토지 위에 건물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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