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문페이가 기관·기업용 온체인 거래 인프라 시장 확대에 나섰다. 23일 문페이가 기관과 기업,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와 200개가 넘는 블록체인과 프로토콜에 단일 API로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 ‘문페이 트레이드’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기존 온·오프램프 사업을 넘어 온체인 거래 실행과 정산, 결제까지 포괄하는 인프라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문페이 트레이드는 블록체인마다 흩어져 있는 유동성과 거래 기능을 한곳에서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기업과 금융기관은 체인별로 개별 시스템을 붙이지 않아도 거래 실행, 자산 전환, 정산, 결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120개가 넘는 법정화폐 기반 서비스도 함께 지원한다. 기관 입장에선 복잡한 개발 부담을 줄이면서 온체인 거래 환경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 셈이다.
이번 출시는 문페이의 사업 무게중심이 어디로 옮겨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페이는 그동안 디지털 자산의 매수·매도와 법정화폐 전환을 지원하는 온·오프램프 사업에 강점을 보여 왔다. 이번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 온체인 정산 등 기관·기업용 디지털 금융 인프라 시장으로 보폭을 넓혔다. 자금의 진입과 이탈 구간을 맡던 회사가 이제는 실제 거래와 자산 이동이 이뤄지는 핵심 구간까지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문페이 측은 새 플랫폼이 크로스체인 거래 실행, 체인 간 담보·자산 이동, 토큰화 펀드 청약, 온체인 정산 기능을 기관급 컴플라이언스 체계 위에서 지원한다고 밝혔다. 고객 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리포팅 체계 같은 규제 대응 장치도 포함됐다. 블록체인 업계에선 속도와 연결성 못지않게 규제 대응 체계가 기관 자금 유입의 전제 조건으로 꼽혀 왔다. 문페이가 이 지점을 정조준한 것이다.
문페이 트레이드의 핵심 기반은 문페이가 인수한 크로스체인 라우팅 기업 디센트의 기술이다. 디센트는 여러 블록체인에 분산된 거래 경로를 연결해 최적의 실행 경로를 찾아주는 인프라 기업이다. 자체 브리지 기술과 라우팅 알고리즘, 어그리게이션 레이어를 바탕으로 200개 이상 체인과 수백만 개 자산을 연결해 왔다. 문페이는 이 기술을 기관용 거래 API와 스테이블코인 거래, 토큰화 펀드 유통 연동 기능으로 확장 적용했다.
기관 영업 전면에는 미국 규제 당국 경험을 가진 인물도 배치했다.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의장 대행을 지낸 캐롤라인 팜이 이끄는 ‘문페이 인스티튜셔널’이 이번 사업의 핵심 축을 맡는다. 단순한 기술 플랫폼 출시를 넘어 기관 투자자와 금융회사를 상대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페이는 최근 18개월 동안 결제,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온체인 거래 실행 분야에서 6건이 넘는 인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필요한 기술을 외부에서 빠르게 흡수해 종합 인프라 플랫폼으로 엮는 전략이다. 최근 인수한 솔라나 기반 거래 인프라 기업 디플로우와의 연계도 주목된다. 디플로우는 올해 1분기에만 120억달러가 넘는 거래량을 처리했다. 문페이는 이를 바탕으로 이더리움 가상머신(EVM) 기반 시장은 물론 크로스체인과 솔라나 네이티브 시장 전반으로 거래 실행 역량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문페이는 한국 시장도 주요 거점으로 보고 있다. 이부건 문페이 아시아 대표는 “한국 토큰화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자산 발행을 넘어 이를 글로벌 온체인 시장에 연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인프라가 중요하다”며 “문페이 트레이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펀드, 온체인 자산을 단일 API를 통해 200개가 넘는 체인과 연결함으로써 한국 금융기관의 글로벌 토큰화 시장 참여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환경도 문페이에 불리하지 않다. 토큰화 실물자산(RWA) 시장은 최근 빠르게 커지고 있다. 문페이 자료에 따르면 온체인 토큰화 실물자산 가치는 3년 전 20억달러 미만에서 현재 250억달러 이상으로 늘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이 시장 규모가 2030년 14조달러, 2035년 55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프랭클린 템플턴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 펀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전통 금융회사가 블록체인 위에서 상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페이는 2019년 설립된 글로벌 핀테크 기업이다. 회사 측은 현재 전 세계 180개국에서 3000만명 이상 고객을 확보했고, 암호화폐와 핀테크 분야를 포함해 500곳 이상의 기업 고객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램프와 오프램프, 거래, 암호화폐 결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단일 연동으로 제공해 전통 결제망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잇는 회사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다.
관건은 실제 기관 수요를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느냐다. 블록체인 시장은 체인별로 규격이 다르고 유동성이 나뉘어 있어 대규모 자금을 움직이려는 기관에는 여전히 장벽이 높다. 문페이가 디센트와 디플로우 인수 효과를 묶어 시장의 복잡성을 얼마나 줄이고, 기관 고객이 요구하는 안정성과 규제 대응 체계를 얼마나 충족하느냐에 따라 이번 플랫폼의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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