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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서울 종로구 효자동 139.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광장은 시민들이 별도의 통행 허가나 검문 없이 대통령 집무실과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다가갈 수 있는 장소다. 그래서일까. ‘할 말 있는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곳을 찾았다. 2002년 서울지방법원이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허용한다고 판결한 이후, 사랑채 앞은 집회와 농성, 기자회견이 이어지는 상징적 공간이 됐다. 광화문 광장에서 사랑채 분수대까지 이어지는 길은 시위 참가자들이 오가는 대표적인 행진 코스이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2022년 5월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뒤, 이곳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확성기 소리 대신 북악산 자락의 새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한산한 공간이 됐다.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이 다시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 청와대로 첫 출근을 하면서부터다. 최근 이곳에는 손팻말을 든 시민들부터 현수막을 펼쳐든 민원인들까지 다시 모여들고 있다. 정부를 향해 억울함과 답답함을 호소하려는 이들이 청와대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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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사람이 있다. 이재명 정부 초대 공공갈등조정비서관인 주진우(61) 비서관이다.
공공갈등조정비서관은 이재명 정부에서 신설된 자리다. 청와대 비서관급(1급) 가운데 공개 채용을 통해 선발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해당 직책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만들어졌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재직 시절 ‘공공갈등조정관’을 두고 각종 민원과 지역 갈등을 조율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청와대에도 사회적 갈등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주 비서관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 출신이다. 이후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체제에서 서울시 노동보좌관과 정책특보 등을 지내며 본격적으로 갈등 조정 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장까지 역임하며 노동·복지·공공서비스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전성환 청와대 경청통합수석은 주 비서관에 대해 “서울시 정책특보 재직 당시 서울 지하철 파업을 앞두고 노사 협상 타결에 기여했다”면서 “겸손하고 온화한 성격에다 민간과 공공 영역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주 비서관의 업무는 단순히 청와대 안에서 보고서를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실제 현장을 찾아 민원인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일이 일상이다. 그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청와대 앞에서 ‘현장 경청 상담버스’를 운영했다. 국민주권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앞으로 찾아오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보다 가까이에서 듣겠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청와대 앞까지 찾아오는 민원인들 가운데는 오랜 시간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해결이 쉽지 않은 사안들도 많아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한다.
주 비서관은 이 과정에서 정신상담사들과 함께 민원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설득하는 역할도 맡았다. 실제 한 민원인은 청와대 앞에서 장기간 머물며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주 비서관은 여러 차례 대화를 이어간 끝에 귀가를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후에도 해당 민원인의 건강 상태가 걱정돼 직접 거처를 찾아가 생활 환경을 확인했고, 열악한 주거 상황을 본 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연결하는 데 힘쓴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앞 민원 대응만이 그의 업무는 아니다. 이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 역시 주 비서관이 속한 경청통합수석실이 사실상 실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역 현장에서 접수된 민원을 취합하고, 관계 부처와 지자체에 전달해 후속 조치를 점검하는 역할이다.
이데일리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타운홀 미팅 국민의견 접수·답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 기준 전국 9개 주요 지역에서 접수된 국민 의견은 총 169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1561건, 약 92%에 대한 답변이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천 건에 가까운 민원을 들여다보고 조율하는 업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장시간 이어지는 민원 대응과 현장 일정 탓에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크지만, 주 비서관은 주변에 “원래 늘 해오던 일”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의 이런 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장 재직 시절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공공서비스 노동의 의미를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지,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며 “이 일이 국가와 사회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스스로 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도 청와대 앞에는 수많은 사연이 모여든다. 그리고 주 비서관은 그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는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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