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하노이 '전기오토바이 시대'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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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하노이 '전기오토바이 시대' 언제쯤 올까

연합뉴스 2026-05-23 07:07: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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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지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 금지' 예고했다가 대폭 축소

하노이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들 하노이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예고한 지 열 달이 넘었지만, 시작하기도 전부터 주저앉을 위기에 놓였다.

도심지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 금지 정책 얘기다.

작년 7월 베트남 당국은 1년 뒤인 올해 7월부터 하노이 도심지에서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을 금지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놓았다.

세계 최악 수준으로 꼽히는 하노이의 대기오염 문제를 풀려면 오토바이 배기가스 감축과 전기 오토바이로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인구 약 880만 명에 오토바이가 약 700만 대 있을 정도로 하노이는 사실상 '1인 1오토바이' 보유가 보편적인 곳이다.

넓은 차도를 가득 메운 수백 대의 오토바이가 내뿜는 시커먼 매연에 휩싸이면 누구나 전기 오토바이 보급을 바라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행까지 불과 두 달도 남겨놓지 않은 현재 이 계획은 크게 후퇴하는 분위기다.

지난 달 하노이 당국은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 금지 지역을 당초 도심 약 26㎢에서 약 0.5㎢ 지역으로 대폭 축소하고 그나마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에만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게다가 이렇게 쪼그라든 계획마저 아직 시행이 확정되지 않아 애초 예정대로 7월 실시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책이 일찌감치 힘이 빠진 것은 우선 하노이 시민들의 반발 여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휘발유 오토바이를 모는 하노이 주민 응우옌 프엉 아인(24)은 AFP 통신에 "거의 모두가 운행 금지에 반대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인은 대기 오염이 심각하고 만성적인 교통 체증에 시달리고 있다면서도 전기 차량이 "잦은 정비가 필요하고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위험도 수반한다"면서 전기 오토바이로 바꾸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은 작년 성장률이 8%에 달한 고속 성장 국가지만, 아직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5천 달러(약 758만원) 수준인 중진국이다.

오토바이를 모는 평범한 대다수 시민 입장에서 보급형 가격이 2천만 동(약 115만원) 이상인 전기 오토바이를 새로 사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노이 당국도 지난달 관련 보고서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시민들은 실현 가능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운행 제한 같은 조치를 거의 지지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이런 움직임은 베트남이 공산당 1당 국가지만, 주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는 하나의 사례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베트남 전문가인 응우옌 칵 장 연구원은 당국의 입장 번복에 대해 "드물지만 이런 일도 일어난다"면서 "정부는 정당성이 위협받을 때 물러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눈에 띄는 것은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혼다 등 일본 오토바이 기업들과 일본 정부의 압박이다.

작년 7월 혼다·야마하·스즈키 등 일본 오토바이 기업들은 베트남 정부에 서한을 보내 내연기관 오토바이 통행 제한 정책이 관련 기업들의 생산 중단·파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최소 2∼3년의 준비 기간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일본 정부도 작년 9월 베트남 정부에 하노이 주재 일본대사관 명의의 서한을 보내 이 같은 정책이 관련 산업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 혼다 등을 돕고 나섰다.

결국 지난 1∼3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베트남 방문을 앞둔 지난달 하노이 당국은 정책 축소 방침을 정해 일본 측에 '선물'을 안겼다.

하지만 혼다도 나름대로 이곳에서 전기 오토바이 시장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지난 19일 혼다는 하노이시 당국, LG에너지솔루션과 전기 오토바이용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 구축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전기 오토바이의 긴 충전 시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팩을 교환하는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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