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밑 고즈넉한 서촌 골목길을 걷다 보면, 주말마다 유독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이 시선을 붙잡는다. 공장에서 기성품으로 찍어낸 면 대신 매일 아침 매장에서 100% 순메밀면을 직접 뽑아내는 ‘잘빠진메밀 서촌 본점’이다.
지난 2014년 첫 대접을 올린 이래 올해로 벌써 12년째, 뚝뚝 끊기면서도 은은하게 번지는 메밀 본연의 구수한 맛 하나로 골목을 평정했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육수와 코끝을 스치는 기름진 향 덕분에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나들이객은 물론, 한국의 진짜 손맛을 보려는 외국인 여행객들까지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린다. 한 입 먹는 순간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다"라며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이곳의 고집스러운 밥상을 찾아가 봤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 입맛 따라 고르는 순메밀 막국수
이 집의 중심은 단연 밀가루를 섞지 않고 오직 메밀로만 반죽해 뽑아내는 막국수다. 면발을 입에 넣고 씹을수록 구수한 메밀 향이 코끝으로 진하게 올라온다. 식감이 탱글하면서도 부드러워 소화에 부담이 없다. 메뉴는 시원하고 정갈한 물국수와 매콤새콤한 비빔국수, 고소함의 끝을 달리는 들기름국수, 그리고 고급스러운 향을 더한 트러플 오일 국수까지 네 가지 선택지가 마련되어 있다.
특히 들기름 막국수는 상에 오르자마자 풍기는 진한 기름 향이 입맛을 돋우며, 자극적이지 않고 삼삼해 마지막 한 가닥까지 질리지 않고 들어간다. 면 위에는 파릇파릇한 새싹채소가 고명으로 듬뿍 올라가 아삭한 씹는 맛을 더한다. 평일 점심에 방문하면 국수 한 그릇 가격에 수육 네 점과 작은 주먹밥을 함께 얹어주어 직장인들의 점심 한 끼로도 인심이 후하다.
유자 향 머금은 야들야들한 수육과 바삭한 감자전
막국수의 든든한 짝꿍이 되는 곁들임 요리들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인기 있는 ‘유자수육’은 한약재를 넣어 푹 삶아낸 부드러운 돼지고기에 상큼한 유자청 소스를 곁들여 먹는 방식이다. 고기 누린내를 싹 잡아내어 야들야들한 살코기와 달콤새콤한 소스의 어우러짐이 훌륭하다.
노릇하게 구워내는 ‘메밀새싹감자전’은 한 접시에 세 가지 맛의 전이 함께 나와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감자를 곱게 갈아 부쳐내어 가장자리는 과자처럼 바삭하고 속은 떡처럼 쫀득한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준다. 자칫 기름질 수 있는 전 위에 쌉싸름한 메밀새싹을 얹어 맛의 균형을 꽉 잡았다. 구수한 메밀차로 목을 축여가며 국수와 전을 번갈아 먹으면 기다림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창밖 풍경 바라보며 즐기는 20여 종의 우리 술 페어링
서촌 본점은 손님들이 포근하고 정겨운 정취 속에서 음식을 음미할 수 있도록 2층 매장으로 운영된다. 커다란 창밖으로 서촌 골목길과 한옥 기와 풍경이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바 테이블은 혼자 온 손님이나 연인들에게 명당으로 통한다. 안쪽에는 가족들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2인용, 4인용 식탁이 정돈되어 있다.
가벼운 식사 자리도 좋지만 저녁 시간에는 전국 각지에서 엄선해 들여온 20가지가 넘는 막걸리와 우리 술이 애주가들을 반긴다. 알코올 도수와 향에 따라 마음에 드는 술을 골라 수육이나 전과 짝을 맞추면 기분 좋은 뒤풀이 장소로 거듭난다. 서촌에서 시작된 견고한 손맛은 현재 서순라길, 을지로, 신용산 등 서울 시내 6개 매장으로 뻗어나가며 그 명성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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