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차기 여신금융협회장 선거가 5파전 양상으로 막을 올렸다. 후보군에는 카드·캐피탈업계를 이끌었던 금융권 인사부터 학계, 국회 정책라인, 정책금융 분야 인사까지 고루 포진했다. 특히 금융협회장 인선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던 정통 관료 출신 인사가 이번에는 전면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22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제14대 협회장 후보 공모를 마감하고 본격적인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지원자는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윤창환 전 국회의장 정책수석, 이동철 전 KB국민카드 대표, 장도중 전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상임이사 등 5명이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인물 경쟁을 넘어 여신업권이 어떤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힌다. 카드 수수료 규제, 캐피탈사 건전성 관리, 조달비용 부담, 빅테크와의 결제 경쟁, 인공지능 전환 등 업권 현안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다.
후보군은 크게 현장파와 정책통, 학계형 인사로 나뉜다. 현장파로는 이동철 전 KB국민카드 대표와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꼽힌다. 이 전 대표는 KB금융지주 전략기획부문과 KB국민카드 대표를 거쳐 KB금융지주 부회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카드사 최고경영자 경험을 갖춘 만큼 카드 수수료, 신용판매 수익성, 플랫폼 경쟁 등 카드업계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강점으로 거론된다.
박 전 대표는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캐피탈을 거친 금융권 인사다. 은행과 금융지주, 캐피탈사를 두루 경험했다는 점에서 조달 환경과 여전채 시장, 캐피탈사 건전성 이슈에 밝은 후보로 분류된다. 카드업과 캐피탈업을 함께 아우르는 협회 특성상 캐피탈업계 목소리를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정책통 후보군도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윤창환 전 국회의장 정책수석은 국회 정책라인 경험을 갖춘 인사다. 여신업권의 주요 현안이 수수료 규제, 소비자 보호, 데이터 활용, 신사업 규제 완화 등 국회·금융당국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정책 조율 능력을 앞세울 수 있다. 최근에는 여신금융산업 3.0 AI·AX 전략센터장 등으로도 언급되며 디지털 전환 이슈와의 접점도 부각되고 있다.
장도중 전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상임이사는 기획재정부 부총리 정책보좌관과 NICE평가정보 금융사업실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현대캐피탈, 국민리스 등 금융권 경력도 함께 보유해 정책금융과 민간 금융을 모두 경험한 후보로 분류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학계 기반의 후보다. 서강대 경제학과와 미국 텍사스A&M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신한카드와 SK경영경제연구소 등을 거쳤고 여신금융협회 자문위원도 두 차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 체계와 산업 구조, 금융정책 논쟁에서 업계 논리를 정교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관료 출신’ 빠진 여신협회장 선거, 새 구도 열렸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의 핵심이 후보 개인의 이력보다 ‘역할론’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협회장이 당국과의 소통 창구 성격이 강했다면, 앞으로는 회원사 간 이해 조율과 산업 전략 제시까지 요구되는 자리로 무게가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 영세·중소 신용카드가맹점은 308만7000개로 전체의 95.7%에 달한다. 연매출 구간별 우대수수료율은 신용카드 기준 0.4~1.45%다. 카드업계 입장에서는 수익성 방어와 가맹점 부담 완화라는 상충된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셈이다.
캐피탈업계 역시 조달비용 부담과 건전성 관리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고금리 국면을 지나며 여전채 조달 환경이 업황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과 할부·리스 자산 관리도 계속 점검해야 할 변수로 남아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 플랫폼 전환까지 맞물리면서 협회의 대외 조율력과 산업 전략 기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여신협회 회추위는 신청자를 대상으로 서류 심사를 진행한 뒤 후보군을 압축하고, 이후 면접과 무기명 투표를 거쳐 단독 후보를 정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는 회원사 총회 의결을 거쳐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후보군은 특정 출신이 압도적으로 앞선다기보다 현장 경험, 정책 조율력, 산업 이해도가 각각 다른 형태로 경쟁하는 구도”라며 “차기 협회장은 업계 현안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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