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바이낸스 문서 입수…"이란산 원유 구매한 중국인 결제와 연관"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인 바이낸스를 통해 군사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또다시 드러났다.
2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확보한 바이낸스 내부 준법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그간 미국의 제재 대상 블랙리스트에 오르내린 이란인 사업가 바바크 잔자니는 2023년부터 2025년 12월까지 2년간 바이낸스에서 약 8억5천만달러(1조2천890억원) 규모를 거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입·출금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므로, 실제로는 이 중 절반인 4억2천500만달러(6천446억원)가량이 바이낸스를 통해 이란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문제의 거래 내역은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는 중국인 구매자들의 결제 내역과 연관이 있다고 WSJ은 보도했다.
올해 52세인 잔자니는 그간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이란 정권의 자금 이동을 지원해온 의혹을 받아온 큰손 사업가로, 최근에는 가상화폐 영역까지 손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란이 바이낸스를 통해 미국의 금융 제재를 우회하고 군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되는 대목이다.
이렇게 이란으로 유입된 자금은 혁명수비대는 물론, 하마스·헤즈볼라·예멘 후티 반군 등 이란 대리 세력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드러난 자금 흐름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 직전 2년간 이란혁명수비대로 흘러 들어간 수십억 달러 규모 암호화폐 거래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WSJ은 짚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각국 조사 당국은 바이낸스를 통해 이란으로 이동하는 자금 흐름을 추적해왔으며,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후인 이번 달에도 이 같은 거래가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낸스는 중국계 캐나다인인 자오창펑(趙長鵬)이 2017년 중국 상하이에서 설립한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다.
자오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자금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돼 43억달러의 벌금을 내고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취임 이후 사면됐다.
이 과정에서 바이낸스는 트럼프 일가의 가상화폐 업체인 월드리버티가 거액을 투자받는 데 기여하는 등, 장기간 로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법무부는 이란이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바이낸스를 우회 통로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이낸스는 "제재 대상 단체와 직접 거래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는 상황이다.
앞서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년 동안 바이낸스 계좌 1천500여개에 이란 국적자가 접근했으며, 총 17억달러(2조5천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테러 단체와 연관된 이란 법인에 흘러간 의혹이 있다고 지난 2월 보도했다.
바이낸스 내부 조사단은 이 같은 자금 흐름을 확인한 뒤 곧바로 이를 경영진에 보고했으나, 바이낸스 경영진은 수주일 뒤 조사에 참여한 직원 최소 4명을 해고하거나 정직 처리했다고 NY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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