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가자지구행 구호선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던 한국인 활동가 2명이 22일 귀국했다. 이들의 항해를 두고 인도주의적 연대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여행금지 지역을 허가 없이 향한 데 따른 사후 책임은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활동가 김아현(활동명 해초)씨와 김동현씨는 이날 오전 6시24분께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각각 가자지구로 향하던 구호선에 탑승했으며, 지중해상에서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가 지난 20일 석방됐다.
입국 직후 공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아현씨는 가자지구로 향한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폭격뿐 아니라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며 “그곳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중동 정세가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다시 항해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언제나 가자지구에 갈 계획이 있다”며 “가자가 해방될 때까지, 그리고 해방 이후에도 팔레스타인과 세계의 고립된 땅들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김아현씨는 지난해 10월에도 같은 항해에 참여했다가 이스라엘군에 체포된 뒤 영사 조력을 받고 석방된 바 있다. 이후 외교부의 여권 반납 명령을 따르지 않아 지난달 4일부로 여권이 무효화됐다. 다만 당시에는 이미 해외로 출국한 상태였다.
여권 무효화에 대해서는 “사람이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 살고,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여권이라는 법적 절차로 막더라도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외교당국의 영사 조력에 대해서는 “많은 국가의 영사들은 중동 정세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스라엘과의 외교적 갈등을 피하려 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구금 당시 폭행이 있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저희 배가 마지막으로 나포된 배 중 하나였고, 당시 이스라엘군은 굉장히 흥분한 상태였다”며 “제가 감옥에 갔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이 구타당한 뒤였다. 저도 얼굴을 여러 차례 맞아 사실 왼쪽 귀가 잘 안 들리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귀국한 김동현씨도 “이스라엘이 저희에게 한 일은 공해상에서 아무런 무기도 없는 배들을 납치하고 민간인들을 고문·감금한, 견딜 수 없는 정도의 폭력”이라며 “이스라엘은 합법적인 조치라고 말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활동을 지원해 온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KFFP)’는 이날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항해는 비폭력 평화운동이고 오직 팔레스타인의 해방이 우리의 종착점”이라며 “도달할 때까지 항해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날 오후 종로구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인근에서 규탄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가자지구는 외교부가 지정한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난 2023년 8월부터 오는 7월31일까지 방문·체류가 제한돼있다. 이는 전쟁·테러 등 국외 위난 상황에서 국민 보호를 위해 특정 지역의 여권 사용과 출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여권법에 따른 조치다.
그렇다고 인도주의적 구호활동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민간인이 위기지역 지원에 나서는 행위는 개인의 신념과 자유에 따른 국제적 연대의 표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취재·보도나 긴급한 인도적 사유 등이 인정되면 외교부 장관의 예외적 허가를 받아 해당 지역 방문도 가능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이 구호활동의 취지보다, 여권이 무효화된 상태에서 재차 가자행 항해를 이어간 점에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법 제26조에 따르면 방문·체류가 금지된 국가나 지역으로 고시된 사실을 알면서도 허가 없이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 여권 등을 사용하거나, 해당 국가나 지역을 방문·체류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오는 8월28일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에서는 해당 위반 사항의 처벌 수위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다만 김아현씨는 가자지구에서 약 220km 떨어진 지중해 공해상에서 나포돼 이를 해당 지역에서의 여권 사용이나 방문·체류로 볼 수 있는지는 별도 법적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개인의 신념에 따른 행동이라도 그 결과에 대한 도의적 책임까지 모두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헌법상 국가는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만큼, 자국민이 나포된 긴급 상황에서는 공적 비용과 외교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정부가 조력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종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날 입국한 활동가들을 향한 갑론을박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해당 보도를 접한 누리꾼들은 “웃음이 나오냐, 진짜” “개인의 단독 활동에 왜 국력이 투입돼야 하나?” “한국에도 도움줄 만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굳이 가지 말라는 곳까지 가야 되겠느냐?” “구호활동을 벌이는 건 당연히 잘 했지만 저 사람 때문에 외교 마찰이 생길 수도 있었는데 책임을 물어야 되는 거 아니냐?” 등 성토 목소리를 냈다.
반면 옹호 댓글도 눈에 띈다.
한 누리꾼은 “가자지구 봉사활동으로 고생하러 가는 사람들에게 응원은 못해줄 망정 악담은 하지 말자”하고 응원했고, 다른 누리꾼도 “구호라는 인류공동체가 가장 숭고하게 받아들이는 행위인데 그걸 비난할 이유가 있을까? 전쟁에서 살아남아 구호물자, 구호단체로부터 지원받아 지금 이 나라가 세워진 건데 배부르니까 우리가 해야 할 일도 잊은 채 이기주의만 남은 것”이라고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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