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잠정 합의안을 둘러싸고 이번에는 주주행동주의 단체가 공개 반발에 나섰다. 회사 영업이익을 재원으로 한 성과배분 방식이 상법상 허용되지 않는 이익처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내부 노노 갈등에 이어 주주권 논쟁까지 겹치면서 성과급 합의안이 새로운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22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성과 연동 일률적 성과배분은 상법 제462조 강행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20일 합의한 특별경영성과급 방식에서 비롯됐다. 잠정 합의안에는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회사의 성과’를 재원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사업부 일부 직원의 경우 수억원 규모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주운동본부는 회사 성과 자체는 노사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회사의 성과는 임금이나 근로조건처럼 노사 합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며 “회사 이익의 처분 권한은 상법상 주주총회에 전속된다”고 밝혔다.
▲“EVA도 임금성 없는데 영업이익 성과급 가능하나”
주주운동본부는 대법원 판례도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 2021다248299 판결은 사전에 기준과 산식이 정해진 목표인센티브(TI)의 경우 임금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경제적부가가치(EVA) 기반 성과인센티브는 임금성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토대로 단체는 “EVA 기반 성과급조차 임금성이 부정되는데 영업이익 자체를 재원으로 하는 보상을 임금이나 급여 개념으로 포장할 수 없다”며 “‘특별경영성과급’이라는 표현 자체가 법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기존 EVA 기반 성과배분은 이자·세금·자본비용 등을 우선 차감한 이후 지급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상법 체계와 직접 충돌하지 않을 여지가 있었지만 회사 이익을 곧바로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사실상 이익처분 행위라고 지적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택 앞 집회에서는 법적 책임과 위법성 문제를 중심으로 언급했다면 이날은 법리와 국민 설득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주주 적 아니다”…노조와 상생론도 제시
이번 성명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노조를 적대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노조와 주주가 함께 성과배분 구조를 논의해야 한다는 이른바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주주운동본부는 “노동조합과 경영진이 함께 주주를 설득해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성과배분안을 승인받는다면 절차적 하자는 치유될 수 있다”며 “사후적 소송보다 사전적 상생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주주는 직원의 적이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함께 짊어지는 동반자”라며 “직원과 주주가 함께 회사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삼성전자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성과급과 자사주 보상을 확대하는 가운데 주주권과 노동 보상 체계를 둘러싼 법적 논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노동계 안팎에서는 “성과급은 기업 성장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라며 “주주 배당 논리만으로 성과배분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단순 노사 갈등이 아니라 주주자본주의와 노동 보상 체계가 충돌하는 상징적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법원 판단이나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에 따라 국내 대기업 성과급 체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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