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스트는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한 것이 우방과 적국 모두를 가리지 않고 동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과 가장 가까운 일본의 동요가 크다는 진단이다. 일본은 그동안 미국의 외교 기조에 발맞춰 중국을 적대시해왔다. 아울러 다카이치 사나에 현 총리는 지난해 11월 대만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질 경우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언급해 중국과 정면 충돌했다.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중국의 격렬한 반발을 샀다. 시 주석이 대만을 “중국 핵심 이익 중의 핵심”으로 규정해온 만큼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게 중국 측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 사건 이후 양국은 6개월 넘게 첨예하게 대치하며 악화일로를 걸어오고 있다. 과거 갈등을 풀어주던 막후 채널마저 막혀 관계 정상화가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가와시마 신 도쿄대 교수는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를 대만 관련 금지선을 넘은 이들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상징’으로 삼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해상에서의 긴장도 고조됐다. 지난해 12월 중국 전투기가 일본 항공기에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준했고, 지난달에는 일본 호위함이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일본은 남서부 도서 방위를 강화하며 규슈 기지에 중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했고, 무기 수출 규제도 완화했다. 중국은 이를 “새로운 일본 군국주의”라며 맹비난했다.
민간 교류도 얼어붙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여행사에 단체관광 축소를 지시했다. 이 여파로 올해 1분기 일본을 찾은 중국인 방문객은 1년 전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
반대로 중국에선 일본 가수들의 공연이 취소됐고, 반일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 장르가 됐다. 지난 19일에는 상하이의 한 식당에서 중국인 남성이 3명을 흉기로 찔렀는데, 이 중 2명이 일본인이었다.
일본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다. 올 초 발표된 조치는 군수산업 관련 일본 기업과 이중용도 품목을 겨냥했다. 일본이 공급처를 다변화했다고는 하나 장기간 공급이 끊기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막후 채널의 경우 과거 집권 자민당은 중국 공산당이 신뢰하는 중재자로 여기는 거물 정치인들을 통해 물꼬를 텄다. 2015년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니카이 도시히로 의원을 통해 기업인 3000명을 이끌고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니카이 의원을 비롯한 친중 인사들은 대부분 정계를 떠났고, 올해 일본 기업인 대표단은 13년여 만에 처음으로 연례 방중을 취소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관계의 해빙이 중일 화해를 더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과 사이가 나쁠 때 일본에 손을 내밀고, 미국과 일본이 멀어지면 둘 사이를 벌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사하시 료 도쿄대 교수는 “중국으로선 이제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할 이유가 줄었다”며 “(미·중·일) 삼각관계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19일 한국을 찾아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달라진 대중국 기조를 두고 다카이치 총리가 이 대통령과 의견을 교환하려는 의도가 컸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