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생산자물가가 약 28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원가 상승 압력이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물가 불안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8.43(2020년=100)으로 전월(125.35) 대비 2.5%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큰 상승 요인은 에너지 가격이다. 공산품 가운데 석유 및 석탄 제품은 전월 대비 31.9% 상승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73.9%로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세부 품목별로는 솔벤트가 94.8%, 경유가 20.7% 급등하는 등 유가 상승 영향이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반면 농림수산품은 농산물(-4.0%)과 수산물(-3.2%) 가격 하락 영향으로 1.0% 떨어졌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산업용 도시가스 상승 등의 영향으로 0.3% 올랐고, 서비스 물가도 0.8% 상승했다.
특히 서비스 부문에서는 금융·보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6.2% 급등하며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시 활황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관련 수수료는 1년 새 119%나 급증했다.
수입품까지 포함한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5.2% 상승했다. 원재료 가격이 28.5% 급등하며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중간재와 최종재도 각각 4.3%, 0.5% 상승했다. 이는 기업 생산 비용 전반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생산 단계의 가격 상승은 향후 소비자물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시장 수요와 정책 변수까지 고려하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5월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두바이유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일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산업용 에너지 비용과 항공요금 상승 등 추가 변수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생산자물가 급등이 단기 충격에 그치지 않고 '스티키 인플레이션(끈적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원자재발 물가 상승이 서비스와 임금으로 확산될 경우, 물가 안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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