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지만 최대 난제인 이란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놓고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협상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한 뒤 파괴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역시 고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양국 모두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에 국제 사회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협상 최종 단계" 이란 매체 "종전 합의위해 메시지 교환중"
최근 미국과 이란 양쪽에서 모두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메시지가 나와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이하 현지시간) 이란과 협상에 대해 "마지막 단계"라고 말한 데 이어 다음 날 백악관 행사에서 취재진에게 "이란과의 전쟁은 곧 끝날 것"이라며 종전 기대감을 다시 한번 키웠다.
이란 역시 중재국을 통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은 22일 "파키스탄의 중재로 미국과 이란 간 메시지 교환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SNA통신은 양국 간 종전 협상에 대해 이 같이 전하며 "이는 합의의 틀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고위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미국과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이견은 좁혀졌다"고 말했다.
한동안 진전이 없었던 미국과 이란 종전 협상은 최근 중재국인 파키스탄 인사들이 연이어 테헤란행을 발표하면서 조금씩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타스님뉴스 등 이란 매체들은 전날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이 이란 테헤란에 도착한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실세로 평가받는 무니르 총사령관은 지난달 8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이란 종전 협상의 '키맨' 역할을 한 인물이다.
아울러 모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도 16일과 20일 두차례 테헤란을 찾아 이란 외무장관과 내무장관을 만났다.
다만 이란은 여전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대화의 선결 과제로 ▲해외 자산 동결 해제 ▲미국측의 해상 봉쇄 중단 등을 제시하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0일 이란 국영 방송과 인터뷰에서 "현 단계에서 우리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쟁을 끝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의 요구는 명확하다. 이란의 동결 자산 해제 관련 문제, 해적 행위 관련 사안, 그리고 이란의 해운을 겨냥한 방해 행위들은 모두 처음부터 명확히 밝혀온 문제"라고 언급했다.
또 그는 "이란은 전적으로 선의와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참여했다"며 "상대방도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가이 대변인은 "만약 이 과정이 이란의 정당한 요구를 바탕으로 진행된다면, 우리는 외교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계속 부당한 요구를 고집한다면, 당연히 우리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대쟁점 '이란 농축 우라늄 처리'
트럼프 "핵물질 확보해 파괴" vs 모즈타바 "반출 불가"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핵심 쟁점인 이란의 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에서는 여전히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우리가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확보한 뒤 파괴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게 놔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제기될 수 있는 '확보 후 악용'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이란은 핵물질 반출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지 말라고 지시했으며, 이란 수뇌부는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권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현재 이란이 보유한 60%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은 약 440㎏에 달한다. 미국이 이를 확보할 경우 상징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으며, 2015년 오바마 행정부의 핵합의를 넘어서는 외교적 업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전쟁 장기화에 따른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을 완화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은 미국으로의 반출에는 극도로 부정적이다. 저농축으로 희석하는 방안에는 열려 있지만, 미국에 고농축 우라늄을 넘겨주는 '굴복의 그림'은 정권이 가장 꺼리는 시나리오다. 이란 내부에서는 "핵무기를 가진 북한은 공격받지 않았지만, 핵무기가 없는 이란은 당했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핵무기 보유 잠재력을 자국 영토나 우방국 내에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농축 우라늄 처리 외에도 농축권 인정 여부, 농축 기간, 핵시설 해체 등 다양한 쟁점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일부 사안에서는 미국이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IAEA 사찰을 조건으로 이란의 제한적 핵활동을 허용하는 방안이나, 우라늄 농축 유예 기간을 20년으로 설정하는 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보도도 나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기본 틀만 마련되면 조속히 종전을 선언하고 싶은 상황이지만, 농축 우라늄 확보 문제만큼은 끝까지 놓기 어려운 '레드라인'으로 남아 있다. 이는 협상 타결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중대 척도로 평가된다.
러시아, 이란 우라늄 처리 문제 중재안 제시…카자흐스탄도 협력 의지
러시아가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 교착을 파고들며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러시아가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받아 보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핵합의(JCPOA)에 포함됐던 '러시아로의 반출' 조항을 다시 꺼내 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미국, 이란, 이스라엘 모두가 동의했지만 이후 미국이 우라늄을 자국으로 반출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란도 강경하게 태도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이미 2015년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받아들인 경험이 있다며 "그때의 경험을 반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이 제안이 실현 가능하다면 미국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워싱턴은 아직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이란의 우라늄 비축분을 러시아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도 핵 문제 해결에 기여할 의지를 내비쳤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브라질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적절한 국제 협약이 체결되고 실제로 이행된다면 카자흐스탄은 선의로 이란 핵 문제 해결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 아래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공약을 여전히 지키고 있음을 강조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이란 간 정치적 중재를 직접 맡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농축 우라늄 처리라는 기술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에서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美국무 "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추진하면 외교합의 불가능"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도 새로운 뇌관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20일 분석에서 "이란이 휴전 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의 일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해협 통제를 강화해왔으며, 통행료 부과와 지정 항로 운영을 추진하는 등 실질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ISW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석유 수입국들에 대해 양자 협정 체결을 강제하고, 협정을 맺지 않은 선박에는 '보안 수수료' 명목의 통행료를 부과하려 한다. 이는 사실상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주도하는 '마피아식 보호비'라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이라크와 파키스탄은 이란과 협정을 맺고 에너지 운송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1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추진한다면 외교적 합의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나토 외무장관 회의 참석차 스웨덴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국제사회가 이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관련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100개국 이상이 참여한 결의안은 안보리 역사상 가장 많은 수"라며 국제적 공조를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또 "중재국인 파키스탄이 곧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협상 진전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지나치게 낙관하고 싶지는 않다. 며칠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자"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