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만 더봄] 2010년대,  K-팝이 세계를 정복하는 동안 무대 뒤에서는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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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만 더봄] 2010년대,  K-팝이 세계를 정복하는 동안 무대 뒤에서는 무슨 일이?

여성경제신문 2026-05-22 13:00:00 신고

세계가 열광하다

어릴 때부터 해외 팝 음악을 즐겨 듣던 내게 빌보드 차트는 늘 멀고 낯선 세계였다. 마이클 잭슨, 마돈나, 비틀즈. 그 이름들이 점령한 차트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전유물이었고 한국 가수의 이름이 그 위에 오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마치 대한민국이 월드컵 우승을 하는 것만큼이나 가슴 설레지만 현실과는 먼 꿈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2012년 여름, 세상이 갑자기 말을 타기 시작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 유튜브를 강타한 것이다. 미국 본토에서 음반을 발매하지도 않은 한국 가수가, 한국어 노래 하나로, 빌보드 핫100 2위에 올랐다.

유튜브 역사상 최초로 10억 뷰를 돌파했고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그 춤을 췄다. 가슴 어딘가에서 뭔가가 울컥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감동이었고, 자긍심이었고, 흥분이었다.

한국의 대중음악이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그 여름 우리는 처음으로 온몸으로 실감했다. 그것은 단순한 히트곡이 아니었다. 한국 대중음악 100년의 역사에서 그 여름은 하나의 분기점으로 기록된다.

그리고 2010년대 후반, BTS가 그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2013년 데뷔한 일곱 청년은 빌보드 200 1위, 빌보드 핫100 1위, 그래미 노미네이션까지 달성했다. 그들이 특별했던 것은 기록만이 아니었다.

기존 K-pop 공식을 넘어 자신들의 이야기, 상처, 꿈을 음악에 직접 담았다. 전 세계 수천만명의 청년들이 그 언어에 공명했다. 아미(ARMY)는 단순한 팬클럽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공동체가 되었다.

트와이스·블랙핑크·레드벨벳으로 이어진 걸그룹의 물결도 멈추지 않았다. 블랙핑크는 세계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의 무대에 섰고, K-pop 걸그룹의 가능성을 다시 정의했다. 한국 대중음악은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콘텐츠가 되어 있었다.

코첼라 음악축제 재현 이미지 /사진=김성만 
코첼라 음악축제 재현 이미지 /사진=김성만 

무대를 만든 시스템

이 눈부신 성공의 뒤에는 치밀하게 설계된 시스템이 있었다. 유튜브와 SNS는 K-pop의 확산을 가속했다. 뮤직비디오 공개, 유튜브 조회수, 빌보드 차트 반영이라는 새로운 경로가 생겼고 팬덤은 트위터와 브이라이브(V LIVE)를 통해 아티스트와 실시간으로 연결되었다.

스트리밍이 곧 투표이자 응원이 되는 문화가 정착했다. 기획사가 공략하지 않은 시장에서 팬이 먼저 생겨나고, 그 팬들이 다시 시장을 만들어냈다. 2000년대에 유튜브가 심은 씨앗이 2010년대에 거대한 숲이 된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이 시스템의 중요한 축이었다. <슈퍼스타k> 의 성공 이후 , <프로듀스101> 이 이어졌다. 대중이 직접 아이돌을 '제작'하는 형식은 팬덤의 참여를 극대화했고 데뷔 전부터 수백만명의 팬을 확보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냈다.

힙합도 이 흐름에 올라탔다. <쇼미더머니> (2012)는 지하 인디 장르였던 한국 힙합을 단숨에 주류로 끌어올렸고 빈지노·도끼부터 BTS까지 힙합과 아이돌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K-pop은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무엇이든 흡수하고 소화하는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었다.

대중이 참여하는 시대 정리 /사진=김성만 
대중이 참여하는 시대 정리 /사진=김성만 

시스템이 감춘 것들

그러나 무대가 밝을수록 그 뒤의 어둠은 더 짙었다.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시스템이 감춘 것들이 있었다. 2019년 터진 버닝썬 사건은 그 어둠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클럽 폭행 사건으로 시작된 수사는 마약 유통, 성범죄, 경찰 유착으로 번졌다. 일부 남성 아이돌의 단체 대화방 성범죄 사건도 잇따라 드러났다. 세계가 열광하던 K-pop의 무대 뒤에서 그 빛을 만들어낸 산업의 민낯이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팬들이 사랑했던 얼굴들이 그 사랑을 짓밟고 있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이면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이 직접 만드는 아이돌'이라는 감동적인 서사 뒤에 제작진이 순위를 조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순위 조작 사건은 팬들의 참여와 열정이 철저히 기만당한 사건이었다.

수년간 쌓아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음원 차트에서도 사재기와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성공의 크기만큼 그 성공을 왜곡하려는 힘도 커져 있었다.

2010년대 가요계 사건사고 /사진=김성만 
2010년대 가요계 사건사고 /사진=김성만 

무대 위에서 사라진 이름들

2017년 12월, 샤이니의 종현이 세상을 떠났다. 2019년에는 설리와 구하라가 잇따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세 사람 모두 대중의 사랑을 받던 아티스트였다. 그들의 부재는 한국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그토록 열광했던 무대 위에서 그 사람들은 과연 어떤 시간을 살고 있었는가.

극심한 외모 압박, 사생활의 완전한 소멸, 악성 댓글의 폭격, 전속계약의 굴레. K-pop 시스템은 스타를 만드는 동시에 인간을 소모했다. 특히 여성 아이돌에게 가해지는 압박은 더욱 가혹했다. 나이·몸무게·연애·발언 하나하나가 대중의 심판대에 올랐다.

설리와 구하라는 그 심판에 정면으로 맞섰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대가를 가장 혹독하게 치렀다. 이 시기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캔슬컬처(Cancel Culture)'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인의 과거 발언이나 사생활이 폭로되면 대중이 집단적으로 퇴출을 요구하는 이 현상은, 원래 권력자의 부당한 행위에 책임을 묻는 데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K-pop 팬덤 문화와 결합하면서 그 칼날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기 시작했다. 사실 확인도 되기 전에 SNS를 통해 여론이 먼저 형성되었고, 한번 낙인이 찍히면 해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경쟁 팬덤이 상대 가수를 끌어내리기 위한 무기로 캔슬컬처를 활용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가장 가혹한 것은 피해자가 되레 피의자가 되는 역전이었다. 설리는 SNS에 자신의 솔직한 일상을 올렸다는 이유로, 구하라는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의 피해자였음에도 오히려 더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 칼날은 유독 여성 아이돌에게 깊고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들의 죽음 이후 한국 사회는 처음으로 악성 댓글을 범죄로 규정하는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했다. 늦었지만 그것이 그들이 남긴 것이었다.

그럼에도 남은 것

빛과 그림자가 이토록 선명하게 공존했던 10년이었다. K-pop은 세계를 정복했고 동시에 그 안에서 인간이 소모되었다. 산업은 성장했고 동시에 그 산업의 윤리가 심판받았다. 팬덤은 열광했고 동시에 그 열광이 누군가를 벼랑으로 몰았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2010년대를 설명할 수 없다.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남은 것이 있다. BTS가 유엔 연설에서 했던 말,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수천만명의 청년에게 닿았다는 사실. 세계 곳곳의 10대들이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한국 문화를 공부하고, 한국을 꿈꾸게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설리와 구하라가 남긴 상처가 결국 이 산업을, 이 사회를 조금 더 인간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힘이 되었다는 사실. 2010년대의 K-pop은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세상에 던진 질문들은 지금도 계속 유효하다.

캔슬컬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인의 과거 발언·행동·사생활이 폭로되면 대중이 집단적으로 불매·외면·퇴출을 요구하는 현상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성만 음악프로듀서·공연기획자
musicman2@hanmail.net

김성만 음악프로듀서·공연기획자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Bassiano Accademia delle Arti에서 예술 매니지먼트 최고 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에버랜드 엔터테인먼트팀 음악감독과 전략기획팀을 거치며 대형 공연·전시·테마 콘텐츠의 음악 및 기획을 담당했다. 국내외 대형 문화행사를 비롯해 엑스포, 국가 기념행사, 테마파크, 영상·게임·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숭실대학교, 수원여자대학교 대학원, 경민대학교 등에서 공연기획과 음악콘텐츠 프로듀싱을 강의했으며, 현재는 서울재즈아카데미(SJA)에서 후진 양성에 힘쓰는 한편 문화예술콘텐츠 기획·제작사 (주)바콘웨이브 대표로 활동 중이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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