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한다"며 대표 해임하고 현장선 "환불 불가" 고수
이미 지난해 국감서 규제 사각지대 지적
여의도에 위치한 한 스타벅스 매장. (포인트경제)
[포인트경제] 스타벅스코리아가 이른바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논란을 빚은 지 나흘 지났지만, 여론과 정치권의 비판이 전방위로 고조되며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 측은 즉각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관련자 징계 착수 및 사과를 발표했으나, 국민적 정서와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은 아직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스타벅스 불매와 회원 탈퇴 움직임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스타벅스의 선불카드 환불 규정과 비대해진 선불충전금 자산의 운용 실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건의 시작인 지난 18일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고객센터에는 스타벅스 충전금을 환불받으려는 소비자들의 인증 글과 불만이 쏟아졌다. 한 고객은 "남은 잔액 9000원을 돌려받지 못해 매장에서 1500원짜리 바나나 6개를 억지로 사서 금액을 털어내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소비자는 앱 내 온라인 스토어에서 억지로 상품을 주문한 뒤 구매를 확정하는 꼼수를 써야만 겨우 비대면 환불이 가능한 황당한 실태를 공유하기도 했다.
제보자의 스타벅스 카드 환불요청 관련 고객의 소리 문의내역. /@포인트경제
최근 스타벅스 카드를 충전했다는 제보자 A씨의 사례는 스타벅스의 불통 행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A씨는 "기업의 왜곡된 역사인식에 실망해 탈퇴를 결심하고 환불을 요구했으나 원칙상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에 반발해 환불 의사를 재차 밝히는 글을 남겼지만 처음과 달리 몇일째 묵묵부답인 상태며, 현재는 고객센터 연결조차 무척 어려운 상황"이라고 폭로했다. 불매를 하든 탈퇴를 하든 기업이 정한 틀 안에서 돈을 더 쓰고 나가라는 배짱 영업이자 소통 회피다.
소비자를 가둔 이 '60% 독소 조항'의 본질은 스타벅스가 고안한 비합리적 계산법에 있다. 스타벅스는 고객이 추가로 충전을 하는 순간 환불 요건을 강제로 초기화한다. 기존 잔액이 얼마가 남아있었든, 신규 충전액과 합산한 전체 금액의 60%를 다시 쓰지 않으면 돈을 돌려주지 않는 구조다.
소비자들이 이처럼 까다로운 환불 조건에 가로막혀 분통을 터뜨리는 상황에서, 스타벅스가 막대한 규모의 고객 선불충전금을 활용해 수백억원대의 금융 수익을 올리면서도 규제 사각지대에 숨어있다는 논란은 이미 과거에도 제기된 바 있다.
국회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았던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조사 시점까지 집계된 스타벅스코리아의 선불충전금 총액은 모두 2조6249억원에 달했다. 누적 충전 건수만 8113만건이다. 2020년 1848억원이던 연간 선불충전금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해 2024년 6603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고객이 사용하지 않고 앱에 묶여 있는 선불충전금 잔액도 최근 4014억원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 신규 선불 충전금 규모. /AI생성 이미지
스타벅스는 이 거대한 타인의 자산을 은행 예금과 단기자금신탁, RP(환매조건부채권) 등 비은행권 금융상품에 투자해 총 408억원의 이자 및 투자 수익을 올렸다. 사실상 고객 돈으로 무위험 금융업을 영위해 온 셈이다.
스타벅스 충전금은 자체 매장에서만 소비된다는 허점 때문에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에서 교묘히 빠져나간다. 정부와 금융감독원의 감독·검사를 전혀 받지 않는 규제 사각지대를 방패 삼아, 과거의 경고를 무시하고 불공정 약관을 그대로 유지해 왔다는 지적이다.
단순 불매 운동을 넘어 법적 대응과 사법 절차 착수도 전방위적으로 가해지고 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인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대표 변호사는 22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스타벅스코리아를 향한 본격적인 법적 압박의 개시를 알렸다. 양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카드 미사용 잔액에 대한 지급명령을 접수했으니 스타벅스코리아 측의 대응에 따라 소송상 절차를 진행할 생각"이라며 "선불카드의 60%를 쓰지 않으면 환불이 불가하다는 스타벅스의 논리는 소비자의 불매 결정에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회원 탈퇴 시 미사용 잔액을 즉시·전액 환불하는 규정을 신설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에 촉구하는 한편, 조치가 없을 경우 국회 산자위와 방통위 등에서 이 문제를 정식 쟁점으로 만들겠다고 압박했다. 그는 스타벅스 책임자를 향해 "당연히 1조원 이상의 돈이 걸린 문제라 의사결정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구질구질하게 소비자들이 환불 못 받게 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날렸고, 이에 맞물려 대중들 사이에서도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집단 신청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경영진의 안일함이 초래한 대가는 신세계그룹 전체로 번지고 있다. 스타벅스 사태 여파로 이마트와 노브랜드 등 전 계열사에 대한 조직적 불매 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반영하듯 이마트 주가는 사흘 만에 14%에 가까운 폭락세를 기록하며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스타벅스가 이처럼 천문학적인 선불충전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한국 소비자들이 오랜 기간 보내온 절대적인 신뢰와 브랜드에 대한 지지가 있었다. 지난 1999년 한국 시장에 진출해 올해로 27주년을 맞이하는 동안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전문점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대기업을 향한 대중의 맹목적인 신뢰는 결국 규제 사각지대를 악용한 불공정 약관과 현장의 소통 거부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평소 스타벅스를 지지하고 이용해 온 소비자들이 법원과 소비자원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지금, 이제는 스타벅스가 그 무거운 책임감에 대해 실질적인 대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Copyright ⓒ 포인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