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동행' 강조했지만…오세훈 취임 뒤 서울 여성센터, 연이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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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동행' 강조했지만…오세훈 취임 뒤 서울 여성센터, 연이어 사라졌다

프레시안 2026-05-22 10:45: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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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세계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그해 3월 7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성평등 걸림돌'로 선정했다. 낮은 급여를 책정한 '외국인 가사 노동자 시범사업'을 통해 가사돌봄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고 이주노동자 차별에 앞장섰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시는 "정치 공작"이라며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서울 디지털 성범죄 안심 지원센터, 스토킹 피해 원스톱 지원센터 설립 등을 반례로 제시했다.

그때 서울시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오 시장이 재임하는 동안 '운영 내실화' 등을 명분으로,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던 수많은 센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10대여성건강센터에서 서북권 직장맘지원센터까지 사례를 정리했다.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 폐쇄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025년 6월 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봄 폐쇄에 반대했다. ⓒ프레시안(박상혁)

반토막 난 서울시 여성센터…10대 위기 여성 지원센터 폐지도

서울시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저출생담당관 예산을 보면, 서울시가 직접 예산을 편성해 지원한 여성센터는 2022년 9곳에서 2026년 5곳으로 줄었다. 직장맘지원센터 3곳 중 1곳도 문을 닫았다.

온전히 살아남은 곳은 여성발전센터, 여성인력개발센터,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여성능력개발원, 해바라기센터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해바라기센터를 빼면, 주로 여성의 취업·구직·창업 등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사라진 곳 중 먼저 눈에 띄는 기관은 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과 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다. 두 기관은 위기 여성 청소년에게 상담, 보호 기능을 수행하던 곳이다. 폐지에 앞서 종사자는 물론 이용자까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반대 의견을 냈으나, 지난해 7월과 11월 각각 문을 닫았다.

나무가 폐지된 11월에는 서울 마포 강북노동자복지관 대강당에서 청소년 지원체계 모색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일 자리를 함께한 청소년들은 "나무 사라지면 나 이제 어디가", "추억하기에 너무 이른데 어떻게 하나" 등 글귀로 벽 한편을 가득 메웠다.

기관이 사라졌다고 수요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나는봄에서 활동하던 의사들과 나무에서 일하던 사회복지사들은 서울 마포에 따로 공간을 마련해 위기 청소년과 밥을 나눠먹고, 쉴 공간을 제공하고, 진료와 상담을 하는 활동을 자체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성폭력 예방·성평등 활동 지원 센터도 폐지

성폭력 예방 및 성평등 활동 지원 기능을 수행하던 센터도 사라졌다. 2023년 8월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 '위드유센터'가 문을 닫았다. 2018년 '미투 운동'을 계기로 2020년 개소해 기업의 성희롱·성폭력 예방체계 구축,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대응 지원 등을 하던 곳이다. 경기, 부산 등이 이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민간위탁 대신 시가 직접 관련 사업을 진행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위드유센터 폐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 관련 업무는 시 출차·출연기관인 서울여성가족재단이 이어받았다. 직접 수행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2024년 6월에는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가 운영을 종료했다. 이 곳은 2017년 전국 최초로 설립된 성평등 활동 지원기관으로 다양한 성평등 단체가 교류하는 거점 기능을 했다. 2023년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이 성소수자 지지, 페미니즘 소개 등을 문제 삼은 뒤 서울여성가족재단으로 통폐합됐다.

폐지 직전 편성된 예산을 보면, 위드유센터는 10억 568만 원,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 는 8억 1081만 원으로 합하면 18억 원 정도다. 그러나 두 센터의 기능을 이어받은 서울여성가족재단에 서울시가 지원한 예산은 두 기관의 폐지가 추진되기 전 해인 2022년 16억 497만 원에서 2026년 18억 5324만 원으로 2억 원 가량만 늘었다.

세 권역에 있던 직장맘지원센터는 동남권, 서남권 등 두 곳은 살아남았으나, 서북권 직장맘지원센터는 지난해 9월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투여 예산도 2024년 18억 7369만 원에서 2026년 12억 9839만 원으로 줄었다.

▲서북권직장맘지원센터가 시행한 '찾아가는 노무상담'ⓒ서북권직장맘지원센터

이용자·종사자 모두 '기능 후퇴' 지적하는데…서울시 "일부 기관 사라졌다고 성평등 정책 후퇴한 것 아냐"

성평등 활동가 및 이용자들은 성평등 기관 통폐합 이후 서울시가 제공해 온 기능 다수가 후퇴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한 성평등 교육활동가는 통화에서 "성평등활동지원센터는 젊은 활동가들이 성평등 프로그램을 만들고 수행하며 역량을 쌓을 지평을 열어주는 핵심 기관이었다"며 "예산도 인력도 확충되지 않은 채 관련 사업이 서울여성가족재단으로 편입되다 보니 디테일한 활동가 양성 과정을 받거나 성교육을 진행해 볼 기회가 거의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성평등활동지원센터에 대해서도 젊은 활동가들이 한곳에 모여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교류의 장으로 기능해 활동 초기 다양한 경험과 통찰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가족재단 편입 이후로는 성교육을 1년에 한두번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자리 플랫폼 수준으로 기능이 후퇴해 정말 아쉽다"고 했다.

나는봄에서 여성 청소년들을 지원하던 사회복지사 이가희 씨도 "서울시는 나는봄의 문을 닫으며 돌봄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서울시로부터 별다른 연락과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여성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했다.

현재 마포에서 10대 위기여성을 만나고 있는 그는 "의료진 도움으로 과거 나는봄에서 지원하던 자해 흉터 치료 사업을 재개한다는 공지를 온라인에 올리자 순식간에 150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는 온라인 성착취 피해지원으로 중심사업을 전환하겠다고 말했지만, 나는봄이 기존에 수행하던 직접돌봄 기능은 여전히 위기 청소년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맘지원센터에서는 노무사들이 극심한 업무강도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성보호 정책과 관련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양육자의 수는 그대로인데, 센터가 3곳에서 2곳으로 줄어들면서 노무사 1인당 수행해야 하는 상담의 양이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는 일부 기관이 사라지거나 예산이 줄었다고 해서 성평등 실현 의지가 후퇴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양성평등담당관에 배정된 예산이 2022년부터 들쑥날쑥하다 2025년부터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저출생과 일생활 균형에 대한 사회적 화두가 커지다 보니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 여성의 권익보호 중심의 정책에서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 등 사회 전반의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정책으로 관점을 넓힌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여성가족실 전체 예산은 조금씩 늘어왔다. 일부 기관의 예산이 줄었다는 것만으로 양성평등 활동이 축소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서울시, 여성을 '아이 낳는 사람'으로 생각…사회구조적 젠더폭력 해결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 해야"

그러나 저출생 해결 중심의 서울시 성평등 철학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오 시장을 성평등 걸림돌에 선정했던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서울시가 저출산(저출생) 정책에 집중하면서 기존 성평등 추진 체계가 크게 후퇴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며 성평등 정책을 지우고 저출산 정책만 신경 쓰던 윤석열 정부와 같은 기조"라며 "여전히 여성을 '아이 낳는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오는 6·3 시장은 서울시가 후퇴한 성평등 정책을 복원하는 수준을 넘어 서울 여성의 삶의 질 향상에 위해 지자체가 가진 자원을 총동원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은 "핵심은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성차별이라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모든 국민이 누리는 권리를 동등하게 가질 수 없다"며 "모든 시민이 일정 수준의 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지자체가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기조 아래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몇 가지 센터와 정책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서울에서 여성이 안심하고 살 수 없다"며 "젠더폭력통합대응단을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처럼 서울시도 지자체가 가진 충분한 자원들을 연결해 시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책임지고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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