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집권기 경찰청장 델라 로사 잠적…"행방 단서 확보"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필리핀 법무부 장관이 과거 '마약과의 전쟁' 때 반인도적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필리핀 상원의원을 상대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라고 수사기관에 명령했다.
22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프레데릭 비다 필리핀 법무부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로널드 델라 로사 상원의원은 법의 심판을 피해 도주 중인 인물"이라며 "그는 기소되기 위해 ICC로 이송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CC가 이미 발부한 그의 체포 영장을 집행하라고 수사기관에 명령했다.
델라 로사 상원의원은 과거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벌인 마약과의 전쟁을 경찰청장으로서 사실상 집행한 인물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은 지난 2월 공개한 문서에서 델라 로사 상원의원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반인도적 범죄 사건 공범으로 적시했고, 이후 그의 체포 영장도 발부받았다.
ICC가 최근 공개한 체포 영장에 따르면 델라 로사 상원의원은 2016년 7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최소 32명을 살해한 반인도적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당국이 델라 로사 상원의원의 행방과 관련한 단서를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델라 로사 상원의원의 체포를 방해할 경우 누구든 형사 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마약과의 전쟁 때) 미성년자와 어린아이를 포함해 수천 명이 살해됐다"며 "정부는 정의를 실현할 수 있게 지원하고 돕는 게 의무"라고 말했다.
멜빈 마티바그 필리핀 연방수사국(NBI) 국장도 "도피 중인 델라 로사 상원의원은 그가 원하든 원치 않든 체포될 것"이라며 "우리는 편파적이지 않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델라 로사 상원의원의 변호인단은 그가 현재 필리핀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델라 로사 상원의원은 "필리핀이 더는 ICC의 관할권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대법원에 ICC 체포 영장 집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지난 20일 기각됐다.
지난해 말부터 6개월 동안 잠적한 그는 지난주 상원 의회에 출석했고, NBI 요원들을 발견하고서는 의사당 안으로 숨었다.
이후 의사당에서 총성 30발가량이 울린 뒤 대피 소동이 벌어진 틈을 타 도주했고 다시 잠적한 상태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2013∼2017년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장과 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 마약 밀매 조직원이나 마약 복용자를 살해하는 등 반인도 범죄 70여건에 연루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총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용의자 6천200명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필리핀 정부는 집계했다. 인권 단체는 실제 사망자 수가 3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ICC는 인터폴을 통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체포 영장을 발부했으며 지난해 3월 필리핀 정부 협조를 받아 그를 마닐라 공항에서 검거했다. 이후 네덜란드 헤이그로 압송된 그는 현재 구금된 상태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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