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준 신작 '겨울통'·김희재 연작소설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 남들이 내려올 때 올라갔다 = 이문재 지음.
생태적 상상력과 관계의 윤리를 탐구해온 이문재 시인이 산문집을 펴냈다. 무려 20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산문집이다.
새 책에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신문에 연재했던 에세이 가운데 93편이 묶였다.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우리 삶이 갈수록 강퍅해지는 근본 이유는, 우리가 시의 마음, 즉 황금률을 잃어버렸기(또는 빼앗겼기) 때문"이라며 황금률이란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마음가짐"이라고 말한다.
그의 문학관도 이와 결이 비슷하다. 그에게 공공성, 공적 가치와 무관한 문학은 진정한 문학일 수 없으며, 문학적 상상력은 곧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또 시란 자연과 사물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려는 상상력이며 돈과 효율의 논리 바깥에서 삶을 다시 느끼게 하는 언어다.
시인은 "우리 삶이 이렇게 왜소해지고, 우리 사회가 이토록 척박해지는 이유는 감수성이 급격하게 퇴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감수성의 회복은 문명사적 전환과 맞물려 있는 근본적 과제"라고 진단한다. 이어 다른 삶, 다른 미래를 꿈꾸기 위해 "우리는 시가 필요하다. 내 안에, 우리 사이에 시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난다. 384쪽.
▲ 겨울통 = 정용준 지음.
어느 작은 도시의 도서관 문화 프로그램에서 만난 두 인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소설.
이야기 수업을 맡은 동아는 그림 수업을 맡은 인하에게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언어장애가 있는 인하에게서 넘을 수 없는 단단한 벽을 느낀다.
자발적 고립을 택했던 인하가 겨우 마음의 빗장을 풀 즈음 동하는 '겨울통'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상실을 앞둔 동아는 자신이 바랐던 것이 철저한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2009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뒤 젊은작가상, 황순원문학상, 문지문학상 등을 받은 정용준 작가의 신작.
은행나무. 208쪽.
▲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 김희재 지음.
2023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한 김희재 작가가 3년 만에 선보이는 연작소설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과 통제 속에 자란 신영, 신영의 요양병원 간병인이면서 남편의 폭력에 시달린 성희, 한때 신영의 새언니였으며 역시 남편 때문에 고통을 겪은 주연, 주연의 딸이자 화가인 이소.
폭력의 기억에 갇힌 네 여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폭력과 기억, 침묵과 망각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네 개 이야기가 맞물리며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과거에 무너지고 상처에 매몰됐던 이들이 스스로를 구해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다산책방. 280쪽.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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