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삼성이 쏘아올린 '적자에도 성과급'…'이익 배분' 요구, 산업계 전방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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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삼성이 쏘아올린 '적자에도 성과급'…'이익 배분' 요구, 산업계 전방위 확산

비즈니스플러스 2026-05-22 08:20: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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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적자 사업부에도 사실상 성과급 지급 길을 열어주는 방향으로 잠정 합의하면서, 실적과 무관하게 고정적인 이익 배분을 요구하는 이른바 '영업이익 N% 요구'가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며 기업들의 미래 투자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삼성전자의 이번 합의에 따라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시발점으로는 SK하이닉스가 꼽힌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을 배경으로 '10년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다'는 기준에 합의한 바 있다. 이후 산업계 노동조합들 사이에서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은 직원의 몫"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실제 요구 수준과 범위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순이익 30% 수준의 성과급 요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산식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카카오 등 통신·플랫폼 업계는 물론 한화그룹 방산·조선 계열사 등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이익 배분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개별 기업의 성과급 협상이 사실상 자본 수익에 대한 배분 프레임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단기적인 현금 성과급 중심의 보상 구조가 기업의 자본적 지출(CAPEX)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반도체, 조선, 배터리 등 대규모 선행 투자가 필수적인 장치산업에서 영업이익은 단순한 잉여 잉여금이 아닌 '미래 생존을 위한 실탄'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시설투자는 52조7000억원에 달했고, SK하이닉스 역시 약 30조1730억원을 쏟아부었다. 글로벌 경쟁사인 대만 TSMC와 미국 마이크론 등도 AI 반도체 주도권을 쥐기 위해 사활을 건 현금 확보 및 증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업이익을 선제적으로 고정 비율에 따라 배분하게 되면, 업황 둔화기를 버텨낼 기초 체력과 다음 사이클을 위한 투자 동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 대기업의 장기 보상 체계가 부재한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이나 스톡옵션 등 주식 보상 비중을 높여, 직원의 이익을 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과 동기화한다. 반면 한국은 장기 주식 보상 체계 정착이 미흡한 상태에서 단기 현금 성과급에 대한 의존도만 기형적으로 높아져 노사 갈등의 뇌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 범위가 확대되면서 문제는 하청업체로까지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는 2만곳, 1차 협력사만 1700여곳에 달한다. 원청 노조가 대규모 성과급을 확보할 경우, 원·하청 간 임금 격차에 따른 박탈감이 심화되어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이미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앞에서는 물류 협력업체 노조가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산업 생태계 내 갈등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원청의 현금 여력이 내부 성과급으로 소진되면 정작 협력사 단가 인상이나 처우 개선에 쓰일 재원은 고갈되는 역설적인 상황도 발생한다.

국가 조세 체계와의 충돌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세금 떼기 전 영업이익부터 나누자는 건 일부 노조가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인세는 과세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기업이 세전 영업이익을 선제적으로 성과급으로 대거 배분할 경우 법인세 과세표준이 축소되어 결과적으로 국가 세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단기 이익에 매몰된 현행 보상 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노사 갈등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호황기 실적에 취해 고정 비율 이익 배분을 제도화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춘 RSU 도입 등 장기 보상 체계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노란봉투법 적용 과정에서 불거지는 공동 교섭 기준을 보다 엄격히 정비하는 사회적 합의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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