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 25일 이른 아침, 두 명의 평화활동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콕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오전 6시 23분경 착륙했고, 김아현(활동명 해초)씨와 김동현씨가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어두운 색상의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스카프를 목에 두른 두 사람은 피로가 역력했으나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가자지구를 향해 배에 오른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아현씨는 이렇게 답했다. 폭격만이 아니라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중동 상황이 아무리 험악하더라도 그 땅에 인간이 살고 있는 한 다시 바다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이 자유를 되찾는 날까지, 그리고 해방 이후에도 세계 곳곳의 소외된 지역을 찾아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여권 효력 상실 상태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원하는 곳에서 살고 이동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으며, 법적 수단으로 자신을 제지하려 해도 신념에 따른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 의무를 이행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여러 국가들이 중동의 불안정을 이유로 이스라엘과의 마찰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한국 당국은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였다.
구금 기간 중 겪은 폭력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자신이 탄 선박은 마지막으로 나포된 배 중 하나였고, 당시 이스라엘 군인들은 극도로 흥분해 있었다고 김아현씨는 회상했다. 수용시설에 도착했을 때 이미 다른 승선자들 상당수가 구타를 당한 상태였으며, 본인 역시 안면부를 수차례 가격당해 현재 좌측 청력에 이상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함께 돌아온 김동현씨 역시 이스라엘의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무장하지 않은 민간 선박을 공해에서 강제로 억류하고 탑승자들에게 가혹행위와 감금을 자행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폭력이라고 그는 규정했다. 이스라엘 측이 합법적 조치였다고 반복해서 주장하지만 이는 완전히 허위라고 강조했다.
두 활동가의 구호선은 지난 18일과 19일 각각 키프로스와 가자지구 인근 해역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저지됐다. 봉쇄를 뚫고 구호물자를 전달하려는 시도였다. 나포 당시 활동가들이 포박된 채 무릎 꿇고 있는 이미지가 퍼지면서 국제 여론이 들끓었고, 양인은 20일에 풀려났다.
김아현씨의 경우 지난해 10월에도 동일한 항해에 나섰다가 체포된 전력이 있다. 이틀 만에 석방됐으나 외교부가 여권 반납을 명령했고, 이미 재출항을 위해 출국한 상태여서 여권은 효력을 잃었다. 이번 입국은 외교부가 발급한 여행증명서를 통해 이뤄졌다. 같은 배에 있다가 풀려난 한국계 미국 국적자 조나단 빅토르 리(활동명 승준)씨는 현재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머물고 있다.
공항에서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KFFP) 소속 인사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세 활동가의 항해가 비폭력 평화운동의 정수를 보여준다며 한국 정부도 이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해방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항해를 이어가겠다는 다짐도 내놓았다. 해당 단체는 같은 날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인근에서 규탄 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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