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제스피디움의 무모할 것 같은 도전에 보내는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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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제스피디움의 무모할 것 같은 도전에 보내는 응원

오토레이싱 2026-05-22 06:51: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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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은 자동차가 달리는 곳이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당연함이 공간의 가능성을 제한하기도 한다.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나이트레이스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불꽃. 사진=슈퍼레이스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나이트레이스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불꽃. 사진=슈퍼레이스

강원도 인제에 자리한 인제스피디움(길이 3.908km)이 국내 종합격투기 단체 AFC와 손잡고 오는 10월 AFC43을 개최한다는 소식은 그래서 의외였다. 레이스카의 엔진음이 울리던 공간에 케이지가 설치되고 관중의 시선이 스타팅 그리드가 아닌 격투기 선수들에게 향한다. 익숙한 조합은 아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다소 생뚱맞게 느껴졌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흥미롭다. 이 기획은 허를 찌른 것 같은 기분이다. 인제스피디움은 그동안 모터스포츠 복합 문화 공간을 표방해 왔다. 그러나 많은 경우 ‘복합’이라는 표현은 레이스 이벤트에 체험 프로그램이나 공연, 전시를 덧붙이는 수준에 머무르기 쉽다.

모터스포츠를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 부대 콘텐츠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그것도 분명 의미 있는 확장이지만 이번 시도는 결이 다르다. 서킷이라는 공간 자체를 전혀 다른 스포츠 이벤트의 무대로 바꾸려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해보기도 전에 “안 된다”고 단정하는 순간 발전 가능성은 그만큼 좁아진다. 모터스포츠는 본래 도전의 문화다. 더 빠르게, 더 정교하게, 더 멀리 가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감수하는 세계다. 그런 모터스포츠 공간이 운영과 기획에서는 익숙한 방식에만 머문다면 오히려 아이러니다.

그런 점에서 인제스피디움의 AFC43 유치는 단순한 대관 행사가 아니다. 서킷의 쓰임을 다시 묻는 기획이다. 레이스가 없는 날의 서킷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관중석과 패독, 광활한 트랙 주변 공간은 반드시 자동차 경기만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모터스포츠 팬이 아닌 사람도 서킷을 찾을 이유를 만들 수 있는가. 이번 협업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물론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서킷에서 종합격투기 대회를 여는 일이 관람 동선, 무대 연출, 안전 관리, 주차와 숙박, 현장 운영 측면에서 얼마나 완성도 있게 구현될지는 실제 대회를 치러봐야 판단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위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도하지 않는다면 지역 기반 모터스포츠 시설은 제한된 일정과 제한된 팬층 안에 머물 수밖에 없다.

국내 서킷은 늘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레이스가 열리는 날에는 활기가 넘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공간 활용도가 떨어진다. 모터스포츠가 아직 대중 스포츠로 충분히 확장되지 못한 현실에서 서킷 운영자는 새로운 방문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인제스피디움이 종합격투기라는 전혀 다른 콘텐츠를 끌어온 것은 바로 그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는 게 기자의 시각이다.

중요한 것은 ‘격투기 대회를 서킷에서 연다’는 사실 자체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발상을 실제 프로젝트로 옮겼다는 점이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다. 그러나 낯설다는 이유로 제기되는 우려와 반대를 넘어 실행 단계로 가져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 과정에서 공간 운영자의 기획력과 태도가 드러난다.

인제스피디움의 이번 선택은 모터스포츠 공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어떻게 다시 정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킷은 레이스카의 굉음으로만 채워지는 곳이 아닐 수 있다. 때로는 관중의 함성으로, 때로는 공연과 축제로, 때로는 전혀 다른 스포츠의 긴장감으로 채워질 수 있다.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도 꼭 경주차 숫자를 늘리는 방식으로만 이뤄지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서킷이라는 공간에 익숙해지고 그곳을 다시 찾을 이유가 늘어날 때 모터스포츠와의 거리도 조금씩 가까워진다. AFC43이 성공적으로 치러진다면 관중 중 일부는 처음으로 인제스피디움을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언젠가 레이스 관람객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협업은 낯설지만 의미 있다. 굉음이 멈춘 서킷에 함성을 채우겠다는 발상. 그것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국내 모터스포츠 시설이 살아남고 확장하기 위한 또 하나의 실험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증명되지 않는다. 인제스피디움은 이번에 그 당연하지만 자주 잊히는 사실을 다시 보여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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