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능서 '심화 수학·과학' 퇴출…"삼전닉스 이끌 인재 못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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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수능서 '심화 수학·과학' 퇴출…"삼전닉스 이끌 인재 못키운다"

이데일리 2026-05-22 05:51: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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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김응열 기자] “정부는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표방하면서 반도체 인재가 중요하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대학 입시제도는 반대로 가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김진명(가명) 교사의 지적이다. 김 씨는 “교사들은 이대로 가면 이공계 인재를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수학·과학 교사들의 걱정은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올해 고3 학생들의 이과수학·과학탐구(과탐) 응시 비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서다. 종로학원이 지난 7일 치러진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과 수학으로 불리는 미적분·기하 응시생이 32.2%로 현 수능 제도가 도입된 2021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과탐 응시 비율 역시 2023년 47.9%에서 올해는 이 비율이 22.3%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이공계 과목 응시인원이 감소세를 보이는 이유는 이른바 ‘사탐런’과 ‘확통런’의 심화 탓이다. 이는 학생들이 사회탐구(사탐) 과목과 문과 수학인 확률과 통계로 쏠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5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7일 경기 수원시 효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과학·이과수학 시험 안봐도 공대 진학

상위권 대학들조차 입시에서 미적분·기하·과탐 과목을 필수 응시 과목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소위 ‘문과 침공’ 개선책으로 대학의 필수 응시 과목 지정을 폐지토록 권고하면서다. 이과생의 문과 학과 지원은 가능하지만 문과생의 자연계 지원은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려던 대책의 부작용이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고교교육기여대학사업)을 지렛대로 2025학년도 수능부터 선택과목 제한을 폐지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2027학년도 기준 자연계 모집 단위에서 이과 수학을 필수로 반영하는 대학은 서울대가 유일하다.

이에 따라 AI 3대 강국을 지향하는 정부의 정책방향과 달리 AI시대의 필수품인 반도체 산업을 견인할 인재는 씨가 마르고 있다. 신현철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는 반도체, AI 등 첨단산업에서 일하는 인재들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대표적인 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인데 이런 기업에서 일할 양질의 인재가 줄어들고 있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특히 생성형 AI가 학습 단계를 지나 추론단계로 접어들면서 한국의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고교 현장에서 심화 수학·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고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이예지(가명) 교사는 “확률과 통계가 미·적분이나 기하학보다 공부하기도 쉽고 성적도 더 잘 나오다보니 심화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줄고 있는 것”이라며 “수능에서도 확률과 통계를 응시하는 학생이 늘면서 해당 과목 응시생들은 등급 받기도 유리하다”고 했다.



◇공대 진학생도 미적분 기피…대학서 심화수학 별도로 가르쳐

공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조차 미적분·기하를 기피하고 있다. 이 교사는 “공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심화 수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듣지 않는다”며 “미적분·기하를 공부하지 않아도 대학에 갈 수 있는 현 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에선 ‘공대생 등을 대상으로 심화 수학을 별도로 가르쳐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문과생도 공대 진학이 가능해지면서 전반적으로 공대 학생 중 수학·과학 과목에 취약한 학생이 늘었다”며 “대학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수학·과학을 따로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내년에는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 고3 학생들이 응시하는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심화 수학(미적분Ⅱ·기하)을 폐지한다. 과학도 물리Ⅱ·화학Ⅱ·생명과학Ⅱ 등 선택과목이 사라진다. 문·이과 학생들이 동일하게 응시하는 공통 수학, 통합 과학만 남게 되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8학년도 대입 기준으로 서울대 등 일부 상위권 대학에선 공과대학에 지원하려면 고교에서 심화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며 핵심권장과목을 제시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권장과목에 지나지 않는다”며 “대입에서 실제로 얼마나 반영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학계에선 이공계 인재 풀(pool) 자체가 줄면서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첨단산업으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특히 AI시대에는 반도체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면 산업 발전과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입제도는 4년 예고제를 시행하고 있어 2028학년도 대입을 지금 뒤집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미국의 대학 과목 ‘선 이수제’(AP·Advanced Placement)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AP는 미국대학협의회에서 만든 고교 심화학습 과정으로 미국 명문대는 입학전형 시 AP 수료 학생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학점으로도 인정해 준다.

강태훈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국의 AP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 학생들이 고교에서 심화 과목을 이수하고 이를 통해 학업 능력을 증명하게 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고교에서 이수한 심화 과목을 대입에 반영해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자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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