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21일 디지털자산 데이터 플랫폼 RWA.xyz와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토큰화 MMF의 운용자산(AUM)은 지난해 11월 기준 86억달러로, 같은 해 1월 40억달러에서 110% 늘었다.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과 비교한 비중도 1년 새 2%에서 약 3%로 올라섰다. 디지털 자산과 전통 금융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면서, 월가 대형 운용사들이 이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니마켓펀드는 초단기 국채나 환매조건부채권(레포)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이다. 이를 블록체인 위에서 사고팔 수 있게 만든 것이 토큰화 MMF다. 자금 결제와 담보 관리를 24시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기관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 월가 빅3, 잇따라 진입
JP모건자산운용은 지난 13일 두 번째 토큰화 MMF인 '온체인 리퀴디티-토큰 머니마켓펀드(JLTXX)'를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서 출시했다. 미국 단기국채와 환매조건부채권에 투자하는 정부 MMF로, 지난해 7월 시행된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정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준비금 요건을 충족하도록 설계됐다.
JP모건은 출시 시점에 자체 자금 1억달러를 투입했고, 가상자산 수탁업체 앵커리지 디지털도 참여했다. 최소 투자금은 100만달러, 연 수수료는 0.16%다. JP모건의 첫 토큰화 MMF인 'MONY'는 지난해 12월 같은 블록체인 위에서 먼저 출시됐다.
월가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4월 비슷한 구조의 '스테이블코인 리저브 포트폴리오'를 내놨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토큰화 미국채 펀드 'BUIDL'을 통해 시장에 자리를 잡았고, 지니어스법 시행 이후 추가 토큰화 MMF 두 종을 SEC에 신청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의 'BENJI'도 토큰화 MMF 시장의 주요 상품으로 꼽힌다.
▲ 담보·결제 시장에서 영역 넓혀
토큰화 MMF는 단순한 투자 상품을 넘어 가상자산 시장의 담보·결제 수단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JP모건은 토큰화 담보 기반의 일중(intraday) 환매조건부채권 거래를 가동했고, 블랙록의 토큰화 MMF는 OKX와 바이낸스에서 적격 담보로 인정받고 있다. 영국 로이즈은행과 애버딘인베스트먼트는 토큰화 MMF를 활용한 외환파생상품 거래를 마쳤다.
규제 환경도 우호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글로벌시장자문위원회는 지난해 말 토큰화 MMF를 적격 담보로 인정할 것을 권고했고, 캐럴라인 팸 위원장 직무대행은 토큰화 담보 활성화를 위한 별도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 스테이블코인과는 역할 분담
다만 토큰화 MMF가 가상자산 생태계 안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곧바로 대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스테이블코인은 거래소 자산 매매와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유동성 관리에서 사실상 '현금' 역할을 맡고 있다. 가격이 출렁이는 다른 가상자산과 달리 달러 같은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돼 있어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손쉽게 쓰는 자금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토큰화 MMF는 증권 성격이 강해 등록·공시·거래 제한 등 각종 규제를 정면으로 받는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못 박았는데, 이 조항이 오히려 이자 수익을 주는 토큰화 MMF가 기관 자금을 끌어들이는 발판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멜론은행(BNY)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캐시 시장이 2030년까지 3조6000억달러 규모로 커지고, 이 가운데 토큰화 예금과 디지털 MMF가 약 2조1000억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은 두 갈래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생태계의 기본 결제 수단으로 영향력을 더 키우고, 토큰화 MMF는 기관 중심의 담보·결제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흐름이다. 디지털 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들어갈수록 두 상품의 역할 구분도 더 분명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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