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AI 칩 시장을 사실상 Huawei에 넘겨줬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황 CEO는 20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AI 수요는 매우 크다”며 “화웨이는 매우 강력한 기업이고 올해 기록적인 성과를 냈으며 앞으로도 엄청난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현지 반도체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사실상 그 시장을 화웨이에 양보한 셈”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 수출 통제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자립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중국에 대한 고성능 AI 칩 수출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핵심 AI 칩인 H200 등 최신 제품을 중국 고객사에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중국 시장을 잃었음에도 엔비디아의 실적은 여전히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엔비디아가 이날 발표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816억2000만 달러(약 122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12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이다. 순이익 역시 약 583억 달러(약 87조원)로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엔비디아는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8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발표했다. 분기 배당금 역시 기존 주당 0.01달러에서 0.25달러로 대폭 인상했으며, 올해 잉여현금흐름의 절반 수준을 주주 환원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중국 리스크를 여전히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중국은 한때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했던 핵심 시장이었다. 황 CEO 역시 중국 AI 칩 시장 규모가 연간 500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평가해왔다.
황 CEO는 중국 시장 재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중국 관련 매출은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다”며 “수출 허가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30년 동안 중국에서 사업을 해왔고 고객과 파트너들도 많다”며 “조건이 개선된다면 다시 서비스를 제공하게 돼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황 CEO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에 동행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당시 미·중 정상회담에서 AI와 첨단 기술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엔비디아의 H200 판매 재개와 관련한 구체적인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2분기 실적 가이던스에도 중국 데이터센터 칩 매출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GraniteShares의 윌 린드 CEO는 “현재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은 사실상 0에 가깝다”며 “그 시장에서 아주 작은 점유율만 되찾아도 엄청난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CEO는 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AI 산업 구조를 에너지·반도체·인프라·AI 모델·응용 서비스로 이어지는 ‘5단계 케이크’에 비유하며 “엔비디아가 지금보다 몇 배 더 큰 회사로 성장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천억 달러 규모의 AI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려면 공급망 투자가 핵심”이라며 “중국 시장 점유율의 아주 작은 일부만 회복해도 엄청난 성과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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