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혐의 성립 여부에 다툼 여지…도주·증거인멸 우려도 적어"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선전 혐의를 받는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21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이 전 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내란선전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재판 중 사건 진행 상황에 비춰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 전 원장은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같은 달 13일까지 계엄과 포고령 등 내란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뉴스를 반복·집중적으로 보도하고, 계엄을 비판하는 뉴스는 차단·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원장이 계엄 해제 이후에도 내란 세력을 옹호한 정황을 포착하고 재기수사에 착수해 지난 18일 내란선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월 종합특검이 출범한 지 82일 만의 첫 신병 확보 시도였다.
그러나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특검팀이 실적이 부진하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무리하게 신병 확보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출범한 특검팀은 법으로 정해진 수사 기간(최대 150일)의 반환점을 돌고 오는 24일로 1차 수사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속하거나 재판에 넘긴 피의자는 한 명도 없다.
특검팀은 이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이튿날인 19일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에 대해서도 영장을 청구해 22일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권 특검은 이날 내부 담화를 통해 수사 인력 미확보 등을 들며 "우리 특검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제기되는 부정적 여론"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법원이 특검팀이 주장한 내란선전 혐의 성립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하면서 이 전 원장에 대한 수사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팀이 무리한 '이중 기소'를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앞서 조은석 내란특검팀은 계엄 선포 직후 위헌·위법성을 지적한 정치인들의 발언을 다룬 방송 자막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로 지난해 12월 이 전 원장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해당 재판은 변론이 마무리돼 다음 달 26일 1심 선고가 예정돼있다.
내란특검팀은 다만 범행이 계엄 해제 이후 발생했고 과도한 처벌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내란선전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자막 삭제 등 혐의로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와 연결되는 범죄 행위를 추가로 인지해 수사하는 것은 사실상 같은 사건에 대한 중복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영빈 특검보는 심문 출석 직전 취재진과 만나 "행위 태양(양태)이나 사실관계 등을 볼 때 이번 사건은 앞서 기소된 사건과는 별개"라며 "이중 기소라는 말은 법을 잘 모르는 분들이 얘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외려 관련 재판이 상당 부분 진행된 점을 근거로 이 전 원장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보완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away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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