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결국 돈이다. 꼬마 빌딩 하나 있으면 임대 수입으로 편히 살 수 있다는 말,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실제로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에 작은 상가건물 하나를 가진 은퇴자들은 주변에서 부러움의 시선을 받는다. 그런데 현실은 조금 다르다. 꼬마 빌딩을 보유하고 있어도 공실, 세입자 분쟁, 건물 유지 비용, 대출 이자 등으로 실제 손에 쥐는 돈이 기대보다 훨씬 적다는 이야기가 은퇴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결국 노후의 질을 결정하는 건 자산의 크기만이 아니다. 은퇴 전문가들과 노년학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건 '습관'이다. 돈이 있어도 습관이 무너지면 노후가 무너지고, 자산이 넉넉하지 않아도 특정 습관을 갖춘 사람들은 실제로 삶의 만족도에서 상위권에 머문다는 연구 결과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꼬마 빌딩 없이도 상위 10%의 노후를 만드는 습관이란 대체 무엇일까. 한번 자세히 파헤쳐보자.
꼬마 빌딩 없이도 가능한 탄탄한 은퇴 이후의 삶 살기.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첫째 ― '내가 얼마나 쓰는지'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노후 설계에서 가장 자주 무시되는 것이 지출 파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얼마나 필요한지를 막연하게 생각하고, 정작 자신이 한 달에 얼마를 쓰는지 정확히 모른다. 은퇴 후 지출 구조는 직장 다닐 때와 확연히 달라진다. 교통비, 외식비, 의복비는 줄고, 의료비와 여가비는 늘어난다. 이 변화를 미리 파악하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노후 안정감은 차이가 크다.
재무 설계사들이 은퇴 상담에서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이 바로 '현재 지출 구조 파악'이다. 수입이 줄었을 때 어떤 항목을 줄일 수 있는지, 어떤 항목은 절대 줄일 수 없는지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이 습관이 된 사람은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겨도 전체 가계를 흔들리지 않게 관리할 수 있다.
둘째 ― 수입원이 두 개 이상인 구조를 만들어놓는 습관
꼬마 빌딩의 임대료가 부러운 이유는 결국 '내가 일하지 않아도 들어오는 돈'이기 때문이다. 이 구조 자체를 부동산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조합만으로도 세 개의 수입 파이프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배당 수익이나 소규모 파트타임 활동, 또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린 프리랜서 활동을 더하면 은퇴 후에도 소득이 완전히 끊기지 않는 구조가 된다.
중요한 건 이 구조를 은퇴하고 나서 만들려고 하면 늦다는 점이다. 은퇴 전부터 이런 다중 수입 구조를 습관적으로 설계해 온 사람은 은퇴 당일부터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다. 반면 은퇴 후 갑자기 뭔가를 해보려 한다면 준비 기간 동안의 공백이 심리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온다.
수입원 구조를 잘 만들어 놓은 중년과 그렇지 않은 중년.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셋째 ― 건강 관리에 돈을 '쓰는 습관'이 아닌, 건강을 '유지하는 습관'
노후에 가장 많은 돈이 나가는 항목 중 하나가 의료비다. 그런데 의료비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보험 가입이 아니라 건강 유지다. 60대 이후 만성 질환 하나가 생기면 매월 나가는 약값, 병원비, 검사비가 생각보다 크다. 이 지출이 10년, 20년 누적되면 자산 규모에 관계없이 노후 재정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노년기 삶의 질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이 있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유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의료비 격차다. 걷기, 수영, 요가처럼 관절에 무리가 없는 운동을 꾸준히 해온 사람은 60대 후반, 70대에 접어들어서도 병원을 자주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노후 자산을 지키는 가장 조용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다.
운동만이 아니다. 수면의 질, 식단 관리, 음주 절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60대 이후부터는 근육량 감소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의 조합이 중요해진다. 이를 '아는 것'과 '습관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넷째 ― 관계망을 유지하는 습관이 치매를 막는다
노년 정신건강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보호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사회적 연결이다. 은퇴 후 갑자기 사람들과의 접촉이 줄어들면 고립감이 빠르게 찾아온다. 이 고립감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연구들이 있다.
일본이나 북유럽의 노년 행복도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노년기에도 활발한 사회 활동을 유지한 집단은 인지 기능 유지 기간이 길고, 삶의 만족도도 높다는 것이다. 이것이 모임이나 취미 활동을 '그냥 심심해서 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정기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무언가를 함께 하는 습관이 노후 삶의 질과 수명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
한국에서도 60대 이상의 사회 참여 활동이 우울증 발생률과 반비례한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종교 모임, 동창 모임, 봉사 활동, 동호회 등 형태와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유지되는 관계망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노년기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다.
관계망을 유지하는 습관의 노년과 그렇지 않은 노년.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다섯째 ― '학습하는 뇌'를 유지하는 습관
은퇴 후 많은 사람들이 TV 앞에 앉는 시간이 급격히 늘어난다. 이것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지만, 문제는 뇌가 자극을 잃어간다는 점이다. 뇌는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이 감퇴한다. 이것은 의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된 사실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습관은 뇌의 신경 연결을 유지하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 악기, 외국어, 그림, 글쓰기, 새로운 디지털 기기 활용법 등 뭐든 좋다. 중요한 건 '처음 해보는 것'을 지속적으로 접하는 태도다. 이 과정에서 실수하고, 고민하고, 조금씩 나아지는 경험이 노년기의 뇌를 젊게 유지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한다.
독서 습관을 가진 노인이 치매 발병률이 낮다는 연구 역시 여러 나라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독서가 단순히 교양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인지 기능을 지키는 습관이라는 의미다.
여섯째 ― 지출보다 '경험'에 가치를 두는 습관
노년기의 행복 연구에서 자주 등장하는 공통 결론이 있다.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쓴 사람이 더 높은 삶의 만족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젊은층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60대 이후에도 여행, 문화 활동, 새로운 체험에 소비하는 사람들은 자산 규모가 비슷한 또래에 비해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조사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돈을 많이 써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가까운 국내 여행이든, 동네 박물관 방문이든, 근처 맛집 탐방이든, 일상에서 '새로운 경험'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반면 절약에만 집중하다가 정작 쓸 수 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패턴은 노년기 우울감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돈을 지키는 것과 삶을 누리는 것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 그것 자체가 하나의 습관이다.
지출보다 경험에 가치를 두는 습관의 삶과 그렇지 못한 삶.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결국 노후는 '준비된 습관'의 총합
꼬마 빌딩을 가진 사람이 모두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건 아니다. 자산이 있어도 건강을 잃거나, 외로움에 빠지거나, 지출을 통제하지 못하면 결국 노후의 질은 떨어진다. 반대로 부동산 하나 없어도, 이 글에서 언급한 습관들을 일상 속에 녹여온 사람은 은퇴 후에도 안정적이고 충만한 삶을 유지한다.
노후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가지고 있는 습관이 10년 후, 20년 후의 삶을 만든다. 꼬마 빌딩보다 강력한 노후 자산이 있다면, 그건 수십 년간 쌓아온 올바른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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