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를 냉장고에 넣었는데도 금방 시들 때가 있다. 장 볼 때는 싱싱했던 상추나 깻잎이 하루 이틀 사이에 힘없이 처지고, 잎 겉면이 물에 젖은 듯 투명하게 변하는 식이다. 이런 경우 채소가 오래돼서라기보다 냉장고 안에서 냉기가 직접 닿았을 가능성이 크다. 채소칸 안쪽 벽면과 양쪽 가장자리는 냉기가 세게 머무는 자리라, 잎채소가 오래 붙어 있으면 오히려 쉽게 상할 수 있다.
냉장고 채소칸은 이름만 보면 채소를 넣기 좋은 공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안쪽 벽면이나 양쪽 가장자리는 냉기가 바로 닿는 자리라 체감 온도가 더 낮아진다. 특히 상추, 깻잎처럼 잎이 얇고 수분이 많은 채소는 벽면에 직접 닿으면 잎 조직이 쉽게 상한다. 그래서 분명히 냉장 보관을 했는데도 잎 끝이 물러지고, 색이 변하고, 만졌을 때 힘없이 무너지는 일이 생긴다.
이럴 때 집에 남은 에어캡, 흔히 '뽁뽁이'라고 부르는 포장재를 채소칸에 깔아두는 방법이 도움 된다. 택배 상자에서 나온 포장재를 버리지 않고 채소칸 바닥이나 벽면 쪽에 덧대면 채소가 차가운 벽에 바로 닿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잎채소가 차가운 벽에 닿으면 생기는 일
냉장고 안은 어느 자리나 똑같이 차가운 공간이 아니다. 냉기는 정해진 길을 따라 돌고, 채소칸에서는 뒷벽과 양쪽 내벽 쪽에 차가운 공기가 더 세게 닿는다. 문을 자주 열지 않아도 벽면은 계속 차갑게 유지되기 때문에, 잎채소가 오래 붙어 있으면 가장자리부터 쉽게 무른다.
상추나 깻잎 같은 잎채소는 냉기에 약하다. 줄기가 얇고 잎 안에 수분이 많아 차가운 벽면에 닿는 시간이 길어지면 잎이 금방 힘을 잃는다. 겉면이 물에 젖은 듯 투명해지거나, 손으로 집었을 때 물컹하게 무너지는 모습도 이때 나타난다. 한 번 냉해를 입은 잎은 다시 싱싱하게 돌아오지 않는다. 물에 담가도, 실온에 잠시 꺼내둬도 이미 상한 부분은 되살리기 어렵다. 그래서 처음부터 차가운 벽면에 닿지 않게 보관하는 편이 좋다.
채소칸을 가득 채워 넣는 습관도 채소를 빨리 무르게 만든다. 공간이 부족하면 잎채소가 뒤쪽 벽이나 양쪽 내벽에 눌러 붙고, 냉기가 닿는 부분도 그만큼 넓어진다. 특히 장을 본 뒤 봉지째 여러 묶음을 밀어 넣으면 안쪽에 있던 채소부터 먼저 축 처지기 쉽다. 채소가 유난히 빨리 상하는 집이라면 채소칸을 꽉 채우기보다 벽면과 채소 사이에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 틈을 두는 편이 낫다.
택배 뽁뽁이가 냉기를 막아주는 원리, 방향 하나가 효과를 결정한다
에어캡이 냉기를 막아주는 힘은 안쪽에 갇힌 공기에서 나온다. 동그란 기포마다 공기가 들어 있고, 이 공기층이 차가운 냉기가 바로 전해지는 속도를 늦춘다. 건물 창문을 이중으로 만들거나 단열재 안에 빈 공간을 두는 원리와 비슷하다.
채소칸에 에어캡을 댈 때는 방향을 잘 맞춰야 한다. 동그란 공기방울이 튀어나온 쪽을 냉장고 벽면으로 향하게 붙이는 방식이다. 기포 면이 벽에 닿아야 차가운 벽과 에어캡 사이에 공기층이 놓이고, 냉기가 채소 쪽으로 바로 넘어오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붙이는 자리는 뒷벽부터 잡는 편이 좋다. 채소칸 안에서 냉기가 가장 세게 닿는 곳이 대개 뒤쪽이라, 이 부분만 막아도 잎채소가 벽에 눌어붙어 무르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양쪽 내벽까지 함께 덧대면 채소가 어느 쪽으로 밀려도 차가운 벽면에 바로 닿지 않는다. 에어캡은 채소칸 크기에 맞춰 잘라 쓰면 되고, 움직임이 있으면 양면테이프나 냉장고용 마스킹테이프로 살짝 고정하면 된다.
뒷벽과 양쪽 내벽을 함께 막는 보관법
뒷벽에만 에어캡을 대도 채소가 바로 차가운 벽에 닿는 일은 줄어든다. 다만 채소칸에서 잎이 무르는 원인은 뒤쪽에만 있지 않다. 양쪽 내벽도 냉기가 강하게 닿는 자리라, 채소를 꺼냈을 때 옆면에 붙어 있던 부분만 유독 물컹해진 경우가 생긴다. 뒤쪽은 괜찮은데 한쪽 잎만 투명하게 변했다면 측면 벽의 냉기를 의심해볼 만하다.
채소칸에 채소를 넣으면 잎이 자연스럽게 뒤쪽과 양쪽 벽으로 밀린다. 상추, 시금치, 깻잎처럼 잎이 넓고 부피가 있는 채소는 봉지 안에서도 퍼지기 쉬워 여러 쪽이 동시에 벽에 닿는다. 그래서 뒷벽만 막는 것보다 양쪽 내벽까지 함께 덧대는 편이 더 안정적이다. 세 방향에 에어캡을 대두면 채소가 어느 쪽으로 밀려도 차가운 벽면에 바로 붙지 않아, 잎 끝이 얼듯이 무르거나 물러지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냉장고 안 뽁뽁이는 방치하면 안 된다
에어캡은 냉기를 막아주는 데 쓸 수 있지만, 붙여둔 뒤 그대로 방치하면 오히려 지저분해질 수 있다. 냉장고 안은 차갑고 습기가 쉽게 머무는 공간이다. 채소칸은 여기에 잎채소에서 나온 물기까지 더해져, 벽면이나 포장재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기 쉽다. 이 물기가 반복해서 남으면 에어캡에 얼룩이 생기고 냄새가 배기도 한다.
채소칸은 문을 여닫을 때마다 바깥 공기가 들어간다.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벽면을 만나면 안쪽에 물기가 생기는데, 에어캡을 붙여둔 자리도 예외가 아니다. 처음에는 작은 물방울 정도라 크게 신경 쓰이지 않지만, 오래 두면 채소 부스러기나 흙먼지와 섞여 찝찝한 냄새로 이어질 수 있다. 채소를 오래 두려고 붙인 에어캡이 오히려 냉장고 안을 지저분하게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그래서 에어캡은 한 달에 한 번쯤 꺼내 살펴보는 편이 좋다. 표면에 물기가 많거나 냄새가 나면 바로 헹궈준다. 씻을 때는 뜨거운 물보다 미지근한 물을 쓴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기포 안 공기가 부풀어 에어캡이 울거나 모양이 틀어질 수 있다. 가볍게 헹군 뒤에는 물기를 완전히 말려야 한다. 젖은 채로 다시 붙이면 에어캡과 냉장고 벽 사이에 습기가 갇혀 더 빨리 더러워질 수 있다.
채소마다 보관법을 다르게 해야 한다
에어캡으로 벽면 냉기를 막아뒀다고 해서 채소를 모두 같은 방식으로 넣어두면 안 된다. 채소마다 잎의 두께, 물기, 단단함이 달라 보관할 때 맞는 방법도 조금씩 달라진다.
상추나 깻잎처럼 물기가 많은 잎채소는 그대로 봉지에 넣기보다 키친타월로 한 번 감싼 뒤 밀폐 용기나 지퍼백에 담는 편이 좋다. 잎 표면에 남은 물기를 키친타월이 받아주면 채소가 자기 물기에 젖어 무르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당근이나 무 같은 뿌리채소, 대파나 샐러리 같은 줄기채소는 잎채소보다 냉기에 덜 예민하다. 그래도 차가운 벽면에 오래 붙어 있으면 닿은 쪽부터 물러질 수 있다. 이런 채소는 신문지로 감싸 보관하면 겉이 마르는 것을 줄이면서 벽면 냉기도 한 번 더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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