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채널로 "이번 사안으로 영향받지 않기를"…'네타냐후 체포' 발언 영향 관측도
외교당국, 활동가 또 가자지구행 시도 땐 "여권 무효화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민선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통상적 외교 언사와 사뭇 다른 발언을 내놓으면서 한국-이스라엘 관계가 급랭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스라엘이 '확전'에 나서지는 않고 메시지 관리에 나서는 모양새다.
21일 청와대와 외교부 등 외교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 측은 외교채널을 통해 "이번 사안으로 한국-이스라엘 관계가 영향받지 않고 더욱 발전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이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진입 시도 활동가 체포를 비판하며 "너무 비인도적이고 심하다"고 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는 것 아니냐. 우리도 판단을 해보자"고 한 데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지난달 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 방위군 영상을 올리며 '유대인 살해'를 언급했을 때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를 규탄하는 입장을 내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이 대통령을 규탄하거나 반발하는 대신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양국 관계를 고려했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한 국제적 비난 분위기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스라엘의 한 극우 성향 장관이 가자지구로 가려다가 체포된 활동가들을 찾아가 조롱하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활동가들은 임시 구금시설 바닥에 손이 뒤로 묶인 채 줄지어 무릎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댄 모습으로 포착됐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튀르키예 등은 물론 이스라엘과 함께 대이란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조차 비판 대열에 가세하자, 네타냐후 총리도 장관의 활동에 대해 "이스라엘의 가치와 규범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발을 빼고서는 활동가들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추방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붙잡힌 활동가들을 데려오기 위해 한국 정부가 외교적으로 총력을 다하자, 한국인 활동가 2명을 구금하지 않고 곧바로 석방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한국인 외에 다른 외국인 2명도 그대로 내보냈다고 알려졌다.
다만 이스라엘이 단순히 활동가 체포 사안만을 놓고 한국과의 양자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가자지구 진입 시도에 대한 기존 태도를 바꾼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스라엘로서는 우호적인 관계인 한국의 대통령이 연이어 자국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국가수반 체포까지 거론한 것이 '이번 사안'의 핵심이라고 보고, 이런 점이 양자 관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한국에 오히려 주문한 것일 수도 있다.
실제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은 이날 "가자 선단은 인도주의적 성격의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테러와의 싸움이라는 이스라엘의 임무에서 이탈시키려는 도발"이라고 밝혀 물러설 뜻은 없음을 공언했다.
대사관은 또 "해상 봉쇄는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된 바 있다"며 자국의 선단 봉쇄가 국제법에 따른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앞으로도 가자지구로 가려는 활동가들의 여권을 무효로 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여행경보제도가 존재하고, 가자지구는 교전 상태로 경보 제도상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된 상태인 만큼 국민 보호를 위해서는 다른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외교 당국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저희의 원칙은 국민 생명 보호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고,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해보겠지만 원칙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권 무효화 조치가 유지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다른 당국자는 "활동가들이 소속 단체를 통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며 "소송에서 현행 법령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나올 것이고 그 결과 현재 법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 부분의 수정 필요성이 나올 테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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