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일주일 간격으로 미·러 정상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임으로써 국제 외교에서 영향력을 드러낸 계기가 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국제위기그룹(ICG)의 윌리엄 양 수석 분석가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두 지도자를 며칠 만에 초청한 것은 중국이 세계에서 위치와 위상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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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쟁적 관계에서 안정화 단계로 진입”
시진핑 주석은 이달 14~15일 트럼프 대통령과 6차례 만나며 릴레이 회담을 진행했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받은 부분은 양국이 건설·전략적 안정 관계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실질 협력을 확대하고 우려를 적절히 해결하는 데 중요한 합의를 이뤘다”고 회담을 긍정 평가하기도 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시 주석이 건설·전략적 안정 관계와 대만 문제를 강조한 것을 두고 이번 회담의 본질을 꿰뚫는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고 짚었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는 “미·중 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기존 전략 경쟁 관계를 지속하는 가운데 경제·기술·안보 부문에서의 갈등 강도를 조절하고 충돌 위험을 적극 관리하기 위한 현실적 안정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안희정 중국전문가포럼(CSF) 연구원은 이를 두고 “중국에 유리한 협상 지위에서 제안한 것이다”며 “미국의 대중국 통상·기술·대만 관련 행동반경을 제약하려는 의도가 내포됐다”고 분석했다. 미·중 관세 전쟁이 희토류를 앞세운 중국의 사실상 우세로 기운 상황에서 시 주석은 미·중 관계를 재설정함으로써 안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미국도 이번 회담에서 양국 관계 재정립을 주요 성과로 봤다.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주중 미국대사관은 지난 18일 우방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미·중 회담에 대한 결과를 공유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미 대사관측도 회담 성과 중 처음으로 건설·전략적 안정 관계를 처음으로 소개했다”며 “현재 단계에선 (구체적 내용은 없고) 앞으로 계속 진전시켜 나가면서 어떤 내용이 담기고 어떻게 협력을 진행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중국은 명분을 가져간 대신 경제무역 분야에서 상당 부분을 양보했다.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회담 결과 팩트시트에 따르면 중국은 2028년까지 연간 170억 달러(약 25조 6000억원) 이상 미국 농산물을 구매하며 미국 보잉 항공기 20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중국 상무부도 이와 같은 합의가 있었다며 인정했다. 최 연구위원은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양자 관계의 새로운 구조적 틀을 구축하고 전제 조건이자 레드라인으로 대만 문제의 중요성을 재확인코자 했다”며 “미국은 경제적 이익과 중동 전쟁 같은 특정 안보 현안에서 상대 양보를 얻어내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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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협력 심화, 러시아의 의존도 더 높아져”
중국은 19~20일 중국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도 국빈으로 예우하며 정성을 들였다. 중국 외교 수장으로서 실세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공항에서 푸틴 대통령을 영접한 것도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도착했을 땐 국가서열이 8위로 높지만 사실상 정치에서 은퇴한 한정 부주석이 맞이했다.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에서 실질적 협력을 강조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러 회담에선 ‘세계 다극화와 새로운 국제 관계 제창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미국 중심의 일방 체제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양측 ‘선린우호협력조약’ 연장에도 합의하며 연대를 과시했다.
특히 양국은 총 40건의 협정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분야는 도시 개발, 과학기술, 관세, 산업재 개발, 사료 수출, 교육 훈련, 미디어 협력 등 다양했다. 양국이 경제무역 등 다방면 협력을 심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중국이 실리를 더 챙겼단 시각이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중국에 석유, 천연가스, 석탄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 중 하나”라면서 “중국 시장에 이런 모든 연료를 안정적으로 중단 없이 공급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에너지 수급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러시아는 중국의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이 여기에 안정적 공급을 천명한 것이다. 반면 러시아가 꾸준히 추진한 ‘시베리아의 힘2’(러시아~몽골~중국 가스관 설치 프로젝트) 체결은 실패했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에너지 판매에서 중국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는 점의 중요성과 한계를 다시 부각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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