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전태수의 웹 3.0 이야기…참여로 여는 디지털 기본 소득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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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전태수의 웹 3.0 이야기…참여로 여는 디지털 기본 소득의 시대

연합뉴스 2026-05-21 16:51:41 신고

3줄요약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손 맞잡은 노사정 손 맞잡은 노사정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2026.5.20 [공동취재]
xanadu@yna.co.kr

삼성전자 파업 이슈는 일단락됐지만, 그 후폭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여러 기업이 인공지능(AI)과 로봇 도입 속도를 오히려 더 빠르게 당기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노동운동이 자동화의 명분을 앞당기는 역설이다.

이 흐름은 비단 제조 현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AI 시대의 부(富)를 누구의 것으로 볼 것인가, 그리고 그 성과를 어떻게 사회와 연결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많은 전문가는 AI 시대에는 20세기 산업사회의 사회계약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AI가 창출하는 가치를 어떻게 공정하게 분배할 것인지, 노동자들의 존엄과 안정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세 강화, 미국 실리콘밸리의 데이터 보상 논의, 알래스카 영구기금 모델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 흐름을 더욱 극단적인 방향으로 가져갔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노동을 완벽히 대체하는 시대가 오면 국가가 전 국민에게 높은 수준의 소득을 제공하는 '보편적 고소득'(UHI·Universal High Income)이 가능해질 것이라 주장했다. 기존의 보편적 기본소득(UBI)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노동은 강제가 아닌 취미가 되고, 인류의 진짜 과제는 "그 많은 자유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쓸 것인가"가 된다는 것이다.

주류 경제학계의 반론도 거세다. 재정 파탄 우려와 인플레이션 문제가 맞서지만,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과 그로 인한 직업 대체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는 가운데 이제 우리는 인간 노동의 가치를 다시 정의하고, 인공지능이 창출하는 부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인식은 공유되고 있다.

결국 '디지털 기본소득'이든 머스크식 '보편적 고소득'이든, 두 개념은 하나의 전제를 공유한다. 노동과 소득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소득의 원천은 무엇이 될 것인가.

◇ 웹 3.0이 디지털 기본소득과 만나는 지점

여기서 웹 3.0의 철학이 중요해진다. 인터넷은 '읽기'만 가능했던 웹 1.0에서 '읽고 쓰는' 웹 2.0으로 진화했고, 지금은 '읽고, 쓰고, 소유하는' 웹 3.0으로 나아가고 있다. 웹 3.0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디지털 자산 소유와 온라인 거래를 용이하게 하며,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권한을 스스로 가질 수 있게 한다. 블록체인의 탈중앙성과 무허가성은 권력과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중앙 주체에 집중시키지 않고 사용자들에게 분산시킨다.

웹 2.0 시대의 구조는 간단했다. 사용자는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를 제공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사실상 상품처럼 취급받았다. 우리가 검색하고, 소통하고, 소비하며 만들어온 데이터는 구글, 메타, 유튜브 같은 플랫폼의 자산이 됐다. 그 플랫폼이 AI 학습 데이터의 원천이 됐고, 그렇게 만들어진 생성형 AI의 수익은 다시 플랫폼 기업에 귀속됐다.

디지털 기본소득의 문제의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내가 만든 데이터의 값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웹 3.0의 핵심 중 하나는 토큰 경제(Token Economy)다. 참여자에게 디지털 토큰으로 보상을 지급하는 구조가 블록체인 위에서 투명하게 구현된다.

즉, 참여 자체가 경제적 가치로 인정받는 시스템이다. 이것이 디지털 기본소득과 웹 3.0의 정신이 맞닿는 지점이다. 둘 다 중앙 플랫폼이 독점하던 가치를 참여자들에게 돌려주자는 철학을 공유한다.

필자는 약 10년 전부터 디지털 기본소득과 웹 3.0 기반 순환 경제 구조를 주목해왔다. 당시에는 블록체인이 단순 암호화폐 기술로 인식됐고, 시민 참여 데이터를 분석해 창작 기여도를 계량화하고 실시간으로 수익을 분배하는 시스템은 상상에 가까웠다.

하지만 생성형 AI 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 구조를 현실에서 가장 먼저 실현할 수 있는 분야로 K컬처를 주목하게 된 이유가 있다.

K-팝 팬덤은 이미 '수동적 소비자'를 넘어섰다. K팝 산업은 이제 스타 산업이 아니라 '팬 인더스트리'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팬 플랫폼을 통해 생산되는 팬들의 2차 콘텐츠는 경제적 가치 면에서 '프로슈머 팬덤 경제'를 이루고 있다. 이는 그저 '소비 참여'가 아니다. K팝 팬덤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데다 프로슈머를 넘어 적극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웹 3.0과 K-팝의 결합 실험은 이미 시작됐다. 아이돌 그룹 '트리플S'를 운영하는 '모드하우스'에서는 팬들이 NFT 포토카드를 구매하면 그에 상응하는 투표권을 획득하고, 팬덤 명칭이나 앨범 수록곡 결정 등 그룹 운영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토큰 기반 거버넌스 구조를 구현했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을 쪼개서 팬들이 직접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게 함으로써, 팬들이 소비자를 넘어 아티스트와 함께 성장하는 투자자로 참여하는 '팬덤의 금융화'를 실현하고 있다.

여러 전문가는 K-팝 IP를 토큰화해 창작자를 지원하면 권리 보호와 공정한 수익 배분이 가능하며, 블록체인이 IP 독점을 해결할 기술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참여 기여도'를 화폐로 만드는 새로운 구조

필자는 이러한 전망도 해봤다. 예를 들어 두 명의 무명 가수를 스타로 성장시키기 위해 약 100명의 사람과 다양한 AI 시스템이 동시에 참여하는 방식을 상상해봤다. 누군가는 작곡과 작사를, 누군가는 영상 제작과 디자인, 번역, 마케팅, 커뮤니티 운영을 맡는다. AI는 각자의 참여 기여도와 콘텐츠 전략, 글로벌 확장성을 분석한다.

여기서 핵심은 노동 분업만이 아니다. '참여 자체'가 경제적 가치로 블록체인 위에 기록되고,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 배달 라이더, 기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한 100여 명 모두가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으로 수익을 나눈다.

웹 3.0 환경에서 개인은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창작-발행-거래-보관-소유'할 수 있는 경제 주체가 된다. 이 구조가 K컬처 위에 실현된다면, 그것은 콘텐츠 산업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K-팝 음악 저작권 시장에는 최대 22조 원 규모의 숨은 시장이 존재하며, 이는 외국인이 접근할 수 없는 한국만의 고유 자산이다. 그 가치를 소수 기획사가 독점하는 구조에서, 참여자 모두가 나누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웹 3.0 시대 K컬처가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경제 문법이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법과 사회보험 제도가 등장했듯, AI 시대에도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K팝은 아티스트와 기업들이 슈퍼팬을 중심으로 직접 구독·AI 체험 공간·팬덤 IP라는 새로운 수익 문법을 써가고 있으며, 이 전환의 최전선에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노동이 화폐를 만들었다. 앞으로는 참여가 화폐가 되고 수익이 되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인간의 창작과 연결, 활동과 데이터가 새로운 자산이 되는 구조, 그것이 웹 3.0의 핵심이다. 디지털 기본소득은 국가가 위에서 내려주는 시혜가 아니라, 참여자가 아래에서 만들어내는 순환 경제 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 그 첫 번째 실험실이 K팝 무대 위에 있을지 모른다.

필자가 10년 전 상상했던 구조가 이제 기술적으로 가능한 현실이 됐다. 문제는 의지와 설계다. AI가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만큼, 참여를 '가치'로 전환하는 새로운 문명의 설계 속도도 빨라져야 할 때다.

전태수 웹 3.0·블록체인 전문가

▲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 한국인터넷미디어윤리위원회 이사장 ▲ 세계스타트업포럼 대표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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