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의 대규모 성과급 합의를 두고 재계와 투자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과 상한 없는 장기 보상체계 도입이 핵심 인재 확보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반대로 주주 배당과 기업가치 훼손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행동주의 펀드들이 최근 ‘주주가치 훼손’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삼성전자 이사회 책임론까지 번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최근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등을 담은 2026년 임금·성과급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안에는 사업성과의 10.5% 수준 재원을 기반으로 한 특별성과급 구조와 상한 없는 보상체계 그리고 자사주 기반 장기보상 등이 포함됐다.
재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반도체 초과이익 공유 모델'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기존 삼성전자 주주환원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안정적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대표적인 주주환원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특성상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시선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성과급 재원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경우 결국 자유현금흐름(FCF)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이익은 결국 투자·배당·임직원 보상으로 나뉘는데 성과급 몫이 커질수록 배당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기관들은 최근 주주환원과 자본 효율성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주주 돈으로 성과급?…행동주의 압박 가능성도
시장에서는 향후 행동주의 펀드와 일부 주주들의 반발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은 ‘주주자본주의’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기업 이익은 우선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돼야 하며 임금과 성과급은 남는 잉여 범위 내에서 집행돼야 한다는 논리다.
미국계 기관투자자들은 과도한 임직원 보상 구조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성과급 구조 변화가 향후 “주주 이익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 최근 국내 상법 개정 논의와 함께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를 주주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진이 과도한 성과급 지급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될 경우 향후 법적 분쟁 가능성도 거론된다.
IB업계 관계자는 “물론 당장 배임 문제로 연결된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성과급 구조가 장기적으로 기업 수익성과 배당정책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될 경우 행동주의 펀드나 일부 주주들의 문제 제기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투자 확대와 CAPEX(대규모 자본적 지출:Capital Expenditures)부담까지 동시에 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HBM 증설 첨단 패키징 차세대 D램 개발 파운드리 투자 등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성과급 구조까지 확대되면 결국 기업 현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핵심 인재 확보가 중요하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결국 비용 증가로 보일 수 있다”며 “향후 삼성이 얼마나 실적으로 이를 증명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DS·DX 갈등도 변수…삼성 내부 균열 커질 우려
삼성 내부 갈등 가능성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합의는 DS 부문 중심의 특별경영성과급 구조가 핵심이다. 반면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기존 OPI 체계를 유지하는 방식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향후 반도체와 비반도체 조직 간 보상 격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삼성 내부에서는 이미 DS와 DX 간 성과급 차이를 둘러싼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AI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경우 격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특별성과급은 사실상 HBM과 AI 메모리 성과를 겨냥한 구조라는 해석이 많다. 이 때문에 DX 부문과 일부 비반도체 조직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AI 시대 들어 특정 사업부가 창출하는 초과이익 규모가 너무 커지고 있다”며 “기업 내부에서도 ‘누가 돈을 벌고 누가 혜택을 가져가느냐’를 둘러싼 갈등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삼성 노사 합의가 단순 임금협상을 넘어 한국 대기업의 자본 배분 구조와 성과주의 질서 자체를 흔드는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I 시대 들어 기업 경쟁력이 특정 핵심 인력과 조직 중심으로 집중되면서 앞으로는 주주와 임직원 간 이익 배분 갈등이 더 빈번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과거에는 임금과 배당이 비교적 분리된 영역이었다면 AI 시대에는 초과이익을 누구에게 얼마나 배분할 것인지가 핵심 경영 이슈가 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그 충돌이 가장 먼저 드러난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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