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수원FC 위민은 왜 안방에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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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수원FC 위민은 왜 안방에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나

한스경제 2026-05-21 16:02: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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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 여자축구 공동응원단이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 여자축구 공동응원단이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수원=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통일부가 지원한 ‘공동응원’은 수원FC 위민의 홈 이점을 지우는 데 그쳤다. 경기 전 민간단체 측은 “내고향만 응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현장의 장면은 달랐다. 명분은 남북 화해였고 이름은 공동응원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 클럽의 홈경기는 정치적 메시지의 무대가 됐다.

수원FC 위민은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북한)에 1-2로 역전패했다. 아시아클럽대항전은 국가대표 경기는 아니지만 각국 리그를 대표하는 팀들이 자존심을 걸고 싸우는 무대다. 수원FC 위민은 한국 여자축구를 대표해 결승 진출을 노렸지만, 안방에서조차 온전한 홈 분위기를 누리지 못했다.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등 200여 개 단체는 약 3000명 규모의 공동응원단을 꾸렸다. 통일부도 남북 상호 이해 증진을 명분으로 3억원의 남북협력기금 지원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그 관심이 여자축구 자체를 향한 관심이었느냐는 점이다. 평소 WK리그 현장에 큰 주목을 보내지 않던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북한 클럽의 방한을 계기로 대규모 응원과 지원에 나섰다. 여자축구가 남북 이벤트의 배경으로 소비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에서 수원FC 위민에 승리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경기 후 인공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에서 수원FC 위민에 승리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경기 후 인공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동응원단 측은 수원FC 위민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설명했고, 내고향만 응원한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장에서는 내고향 선수단 입장 때 더 큰 환호가 나왔고, 경기 중에도 “내고향”을 외치는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수원FC 서포터스 포트리스가 홈팀을 응원했지만, 대규모 공동응원단의 존재감은 경기장 분위기를 바꿨다. ‘공동’이라는 이름은 현장에서 설득력을 잃었다.

가장 씁쓸한 장면은 후반 막판이었다. 수원FC 위민이 1-2로 뒤진 상황에서 주장 지소연이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다. 한국 여자축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홈경기에서 동점 골을 노린 순간이었다. 그러나 실축이 나오자 공동응원단 구역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홈팀 주장 실축에 나온 환호는 공동응원의 취지를 정면으로 배반한 장면이었다.

박길영 수원FC 위민 감독은 경기 후 “수원FC 위민은 대한민국 축구팀이다. 경기 중에도 반대편에서 상대 응원이 나왔는데 속상하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순히 패배한 감독의 아쉬움이 아니라, 홈 경기장의 기본 조건이 흔들렸다는 문제 제기였다.

여자축구 WK리그 수원FC 위민의 박길영 감독. /류정호 기자
여자축구 WK리그 수원FC 위민의 박길영 감독. /류정호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논란을 더 키웠다. 정동영 장관은 21일 “우리 수원팀에는 위로의 박수를 보내고, 내고향팀은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원팀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는데 일본과 맞붙는다”며 내고향의 우승을 기원했다. 공동응원단 논란이 불거진 직후 나온 주무 부처 장관의 메시지로는 부적절했다. 수원FC 위민이 홈에서 겪은 박탈감보다 내고향의 결승 진출에 더 무게를 둔 발언으로 읽힐 수밖에 없었다.

남북 화해와 교류의 취지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명분이 한국 여자축구 대표 클럽의 홈 경기 이점을 지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여자축구는 정치적 이벤트가 필요할 때만 조명받아도 되는 무대가 아니다. 수원FC 위민은 1-2로 졌지만, 더 뼈아픈 장면은 스코어보드 밖에 있었다. 공동응원이라는 이름 아래 홈팀이 홈팀답게 응원받지 못한 경기였다. 정동영 장관과 통일부가 돌아봐야 할 지점도 바로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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