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한반도 지정학적 요충지였던 강화도는 국난의 시기마다 왕실과 조정이 대피해 전열을 정비하던 보장처(保障處) 역할을 수행했다. 고려시대 대몽 항쟁기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외세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섬 전역에 견고한 국방 유적들이 축조됐고, 이는 당대의 방어 전술과 토목 기술이 어떠했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관방 유적들이 섬 전역에 광범위하게 분산돼 있는 탓에 그동안 개별 유적 위주의 단편적인 보수와 관리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강화군은 21일 지역을 대표하는 국가유산인 ‘5진 7보 54돈대’의 체계적인 보존과 현대적 활용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전면적인 종합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이번 계획은 지난해 광성보, 초지진, 덕진진, 용진진, 갑곶돈대 등 국가지정문화유산 19개소를 대상으로 시행했던 기본정비계획을 확장한 것이다. 지난 4월 용역에 착수해 내년까지 1년간 진행되는 조사는 일부 지정 유산에 치우치지 않고 강화 전역에 잔존하는 전체 진·보·돈대를 하나의 국방 유적 벨트로 묶어 통합 관리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정비의 대상이 되는 ‘5진 7보 54돈대’는 조선시대 해안선 경비와 방어를 고도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축조된 대규모 관방 시설물이다. ‘진(鎭)’과 ‘보(堡)’는 군사들이 주둔하며 진지를 구축했던 비교적 큰 규모의 군사 기지다. ‘돈대(墩臺)’는 해안가 안팎의 전망이 좋은 요충지에 성곽을 쌓아 주변을 감시하고 포를 배치했던 소규모 방어 진지다. 강화 유적들은 촘촘하고 유기적으로 배치돼 있어 조선 후기 수도 한양을 수호하던 해상 방어 체계의 실상을 보여준다.
종합정비계획은 복원 고증의 엄밀성을 높이는 동시에 예산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수립된다. 강화군은 사료 검토를 바탕으로 한 보수·복원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예정이며, 연차별·단계별 정비 로드맵을 설계해 한정된 지자체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문화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각적인 홍보 전략과 관람 동선 정비, 체험형 콘텐츠 개발 방안도 계획안에 포함했다.
전체 국방 유적을 아우르는 보존 체계가 확립되면 분절된 유적지가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된 방어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강화도가 지닌 국방 유산으로서의 의미를 한층 깊게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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