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가정보원 수장이 계엄 관련 문건에 대해 거짓 진술을 한 대가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21일 조태용 전 국정원장에게 1년 6개월의 형을 확정했다.
류경진 부장판사가 이끄는 재판부가 이날 선고한 형량은 내란 특별검사팀이 요청한 7년 구형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정원법상 정치 개입 금지 조항 위반과 직무유기 등 여러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조 전 원장이었으나, 법원은 핵심 공소사실 대부분에 대해 범죄 성립을 부정했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군병력을 활용해 국회 진입을 차단하고 정치권 인사들을 연행하려 했다는 정황을 인지하고도 국회 보고를 누락했다는 직무유기 혐의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홍장원 전 1차장이 전달한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 관련 내용을 조 전 원장이 완전히 파악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 판단에 따르면, 홍 전 차장으로부터 전해들은 정보를 계엄 과정에서 떠도는 소문 정도로 이해했을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어 국정원법이 규정한 국회 통보 책임이 생겼다고 보기 곤란하다.
홍 전 차장의 계엄 당일 이동경로가 촬영된 원내 CCTV 자료를 국민의힘에만 건네고, 본인 동선 영상은 더불어민주당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정치관여 혐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 사이 정치인 연행 논의가 오간 비화폰 데이터를 지웠다는 증거인멸 공소사실도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계엄 문건을 대통령에게서 받은 적 없다'는 내용으로 국회 청문회에서 증언한 행위와 동일한 거짓 내용을 국정원 공식 문서에 기재해 제출한 행위는 법을 어긴 것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 전 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가정보기관의 최고책임자라면 입법부 앞에서 진실하게 답변하여 국민적 의문을 풀고 비난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기 책임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허위 답변과 거짓 공문서 작성이라는 방법을 택한 행위의 위법성이 결코 경미하지 않다고 법원은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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