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 = 송영두 기자] 대한민국 성인들의 독서 지표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오히려 독서를 멋진 문화로 소비하는 ‘텍스트힙(Text Hip)’ 열풍이 불고 있어 주목된다. 책을 멀리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활자 매체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취향 표현 수단으로 떠오르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조사인 2023년보다 4.5%포인트나 낮아진 수치다. 성인 1인당 연간 종합독서량 역시 직전 조사 대비 1.5권 감소한 2.4권에 그쳤으며, 평일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18.2분에 머물렀다.
성인들이 책을 읽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시간 부족과 다른 매체·콘텐츠 이용이 꼽혔다. 스마트폰을 통한 숏폼 영상 시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모바일 게임 등이 일상화되면서 책의 경쟁 상대가 타 콘텐츠 플랫폼으로 완전히 확대된 결과다. 단순히 '책 읽기의 가치'만을 계몽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독자를 유인하기 어려워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반면 SNS 공간에서의 기류는 전혀 다르다. 글로벌 플랫폼 인스타그램에서 '#책스타그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600만 개가 넘는 게시물이 쏟아진다. 최근 독서 트렌드를 집약하는 단어인 '#텍스트힙' 관련 게시물도 1만 개를 돌파했다.
텍스트힙은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Text)’와 멋지다는 의미의 ‘힙(Hip)’을 결합한 신조어다. 독서 행위 자체를 하나의 힙한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소비하는 경향을 뜻한다. 이 문화의 핵심은 단순히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거나 인상 깊은 구절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등 독서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공유하는 데 있다. 주로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중심으로 이 같은 흐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을 지목한다. 지나치게 짧고 빠른 영상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에게 오히려 긴 호흡의 활자 소비가 신선하고 차별화된 경험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내가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문장에 공감하는지가 개인의 고유한 취향과 지적 이미지를 세련되게 드러내는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카페에서 책을 펼쳐놓고 사진을 찍거나, 감성적인 독립서점을 찾아 만년필로 문장을 필사하는 모습이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정착했다.
텍스트힙 열풍이 확산하자 전국의 도서관과 공공기관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과거 정숙함만을 강조하던 정형화된 공간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도입하고, 인스타그래머블한 포토존을 설치하거나 SNS 인증 이벤트를 여는 등 참여형 공간으로 체질을 개선 중이다. 아울러 온라인 북클럽이나 독서 챌린지 등 SNS 플랫폼과 연계한 참여 프로그램을 대폭 늘려 이용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문화계에서는 이처럼 독서에 대한 시각적인 관심 증가가 향후 침체된 도서관 방문율과 실질적인 독서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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